처음에는 고요 그 자체였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고 바람이 멈추면 긴 잠에 빠져드는 바다, 그러나 예의 바른 동해 뒤로 열렬한 사랑을 품은 사내처럼 바닷속 저 깊은 곳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고, 이윽고 그 바위들이 해수면 가까이에 이르자 수면 아래만 흔들며 조용히 사라지던 마그마가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푸른 바다를 모조리 태워버릴 듯 한 거대한 불기둥이었다. 하늘은 검은 구름을 모아 화산 비를 뿌렸으며 하늘로 솟구쳤던 마그마는 바다로 다시 떨어져 큰 파도를 일으켰다. 처음에 솟아오른 화산섬은 하나였다. 오랜
'모든 순간이 별'(장세정/상상)은 동시집이다. 동시란 어린이를 위하여 어른이 쓴 시를 일컫는다. 동심이 없으면 쓸 수 없어서 늘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어린이들은 긴 이야기를 싫어한다. 오래 버티는 힘이 약하다. 시늉말의 반복으로 운율을 살린 동시가 많은 것도 이런 어린이들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몇 번만 읽으면 저절로 암송이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시편들. 초등학교 때 배웠던 동시작품들이 지금껏 철마다 웅얼거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동시들은 어찌 된 일인지 열 번을 읽어도 쉽게 암송이 되지 않는다.
울산시가 올해 5대 시정 운영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더 큰 울산에는 울산 사람들이 있다'를 목표로 삼고 '투자하기 좋은 기업도시'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미래도시' '시민의 일상이 편안한 행복도시' '지방시대의 진정한 자치도시'를 향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출산율 저하로 성장잠재력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는 등 안팎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희망을 주고 경제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여 새로운 용기를 심어준다. 무엇보다 '기업'과 '시
중산층이란 OECD의 기준에 따르면 한 가구의 소득이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계층을 말한다.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빈곤층이고, 150% 이상은 상류층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굶지 않고 적당히 먹고 살만한 정도, 사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큰 부담없이 지출할 수 있는 정도, 돈 문제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정도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생활의 여유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고달프다. 사회적으로도 불만이 생기게 마련
얼마 전 나는 지면을 통해서 2023년도 상반기에 우리 울산경찰이 얼마나 대단한 실적을 올렸는지 자랑한 사실이 있다. 당시 올린 글을 간추려 보면 우리 울산경찰은 상반기에 총 354명의 전세사기 피의자를 검거해 그중 50여 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고, 또 200일간 진행된 건설현장 폭력·비리 근절과 관련해서 총 78명의 피의자를 검거해서 8명을 구속했으며, 3개월 동안 실시된 마약사범 단속에서는 128명을 검거해서 62명을 구속하고 범죄수익 환수와 관련해서는 엄청난 실적을 통해 전국에 산재돼 있는 18개 경찰청 중 1위를 차지하는
거대담론이나 정치와 같이 심각하고 큰 사건만이 역사가 아니다. 소소한 일들이나 인물들도 역사의 주인이 되는 시대다. 신석기시대의 그림쟁이부터 울산공단 수립의 주역들, 임란 때 의병장이 된 울산의 천한 노비, 반구대암각화 속의 무당이나 천전리 각석의 중, 무룡산 아래 고래 논의 주인공인 평범한 어부에 이르기까지 울산 역사 속의 소소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얘기들을 밝히고 알리고자 한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뒤늦게 조명받는 인물이나 이미 알려진 일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새해에 뜨는 해는 어제의 해, 작년의
2024년 새해는 천간이 '갑'이고 지지가 '진'인 해로 청룡의 해이다. 십간의 오방색이 푸른색을 가지므로 청룡의 해라고 한다. 육십갑자로 보면 마흔한 번째 해당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서점에서 책력을 사서 새해 운세를 맞춰보는 사람들이 있다. 다가오는 미래가 궁금해서다. 청룡의 해를 띠로 풀이해보면 매우 희망적이다. 희망은 긍정의 생각을 가지게 한다. 긍정의 생각은 긍정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를 갑진년에는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 역리학을 하는 분들은 새해에 대해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예로부터 청룡은 권위와 힘, 도전과 변화의 대명사로 여겨왔다. 그런 만큼 올해는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알다시피 지난 한 해는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가치관의 혼돈상태를 빚어냈다. '3고(高) 현상'에 의한 경기침체와 고용시장 냉각은 지역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았으며 일자리와 주거 문제 등으로 빚어진 탈울산 행렬은 지역의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져 우려를 키웠다. 해외의 여파는 더 심각했다. 중동의 화약고가
바다를 가까이 두고도 자주 바다를 보러 가지를 못한다. 고향이 내륙이라 바다는 늘 동경의 아련한 곳이었다. 젊은 날 시외버스를 타고 바다를 찾으면 가는 시간보다 바다를 보는 시간은 짧아 뒤를 돌아보며 떠나오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 바다는 끝없는 넉넉함보다 간절함을 안겨주는 곳이 됐다. 지금은 언제든 갈 수 있는 바다인지라 안심하고 자꾸만 미루게 되는지 모른다. 시인은 바다를 보고 무엇을 품고 왔는지, 무엇을 비우고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끝없이 넘실대는 파도를 담은 바다를 안고 온 것이다. 파도오창헌 가끔 바다를 보고 온 날은마음이
최근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학생의 인권만을 강조한 조례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제약해 교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서울시의회의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에 대해 전국 9개 시·도 교육감들이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서 교권과 학생의 인권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생각해 본다. 인터넷에서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검색해 보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고 나온다. 학교의 주인은 미래 희망인 학생들이다. 일선
2023년 토끼의 해도 이제 이틀 후면 막을 내린다. 출발선에 섰을 때만 해도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었지만 지금에서 뒤돌아보면 아쉬움만 가득하다.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장바구니는 쪼그라들어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질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금리에 따른 가계 빚 확대로 살림살이가 위축됐으며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어 자산가치는 맥없이 무너졌다. 고용시장에서는 노년층 중심으로 취업이 이뤄질 뿐 청년층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아 '청년 탈울산'이라는 현실에 부딪혀야만 했다. 더욱이 일상에 깊이 파고든 마약문제와 묻지마 폭행 등으로 사회안전망에 대한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화본역, 삼척 하이원추추파크, 강촌 레일바이크. 전국적으로 철도의 복선화 및 선로 개량 직선화 사업으로 철도 유휴부지가 늘어나면서 지자체마다 다양한 폐선부지 활용방안이 나오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40여개 지자체에서 58개 사업을 선정해 사용하지 않는 철도부지를 활용한 도심재생 및 주민친화공간을 조성하고 있으며, 2023년 상반기에도 11개 사업이 선정돼 지역별 특화사업을 추진 중이다.북구에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에 따라 상당수의 폐선부지가 남게 되었고, 우리 구는 탄소중립실현과 도시 녹
한국어 문법을 모르고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책 쓰기를 하려는 사람이 불안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이다. 자신은 학교 다닐 때도 글을 써본 적이 없으며, 주위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책을 낼 수 있을까를 걱정한다. 또한, 글쓰기는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거나 문예창작과를 나온 사람이나 쓰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서점에 가서 진열된 책의 저자를 살펴본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책을 내는 경우보다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책을 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렇다면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태어난 지역은 물론 학업·근무·여행 등을 통해 관계를 맺은 '제2의 고향' 등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 복리증진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주는 제도다. 기부 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다. 일본에서 2008년 도입된 고향납세(후루사토납세) 제도에서 착안했다. 취지는 기부금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유출로 열악해진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 시장 형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데 있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이 올해 처음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의 모금액이 각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늘봄학교'다. 저학년 위주의 돌봄 교실을 강화해 실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사교육의 폐해를 완화하고, 보육까지 책임져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올해 일부 시도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울산시교육청도 올해초 학부모 수요조사를 근거로 전 학교를 대상으로 늘봄학교 시범운영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암울했다. 울산 전체 121개의 초등학교 중에서 단 한 개교만 신청했고, 그 학교도 채 3개월을 넘기지 못하
지척에 두고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언양을 돌아봤다. 지인의 권유로 함께 나선 문화재 답사였다. 곁에 두고도 무심히 넘겼던 고장의 문화재를 꼼꼼히 살펴보니 역사적 가치나 의미가 더 새롭게 다가왔다. 꽁꽁 언 손을 비비고 호호 입김을 불어 녹이며 천천히 걸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정리하듯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 폰에 저장된 묵은 이미지를 지웠다. 옛 성인의 배움을 담당했던 언양 향교엔 아이를 얻고자 열심히 돌을 갈았을 성혈이 인상 깊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손을 얻는 일은 마음이 쓰이는 일이다. 나 역시도 삼대독자 외며느리로 시
지난 11월 중순, 정부24 시스템 장애로 많은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필자도 그날 은행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출력할 수 없어 귀중한 하루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사흘만에 최종 정상화 되기는 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원인 규명에 거의 한달이라는 시간을 썼으며 사고 원인 또한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이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모두 연결하는 전자정부 시스템의 중추가 고장났다는 점이다. 장애 때문에 인터넷 뿐 아니라 동사무소, 구청에서도 민원 처리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울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매우 고무적이다. 울산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울산도시환경브리프 126호'에 따르면 울산지역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6년 전후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직접 배출량과 이를 생성하는 가스상 오염물질 총 배출량이 2016년 대비 각각 29.6%, 25.5% 줄었다. 두 물질 모두 '도로 이동 오염원, 제조업 연소' 등의 배출원에서 감소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총 배
울산지역에도 '탈교직' 현상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울산교육청이 최근 지역 내 교원을 대상으로 내년 2월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178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32명 늘었으며 지난해(159명) 보다는 19명, 올해(155명)에 비해서는 23명이 늘어난 수치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 3명, 초등 68명, 중등 85명, 사립학교 22명이다. 게다가 보통 8월 퇴직자가 30~50명인 것을 감안할 때 내년 퇴직 교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206명을 웃돌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
코로나 때문에 지난 3년간 웅크리고 살다가 올해 연말은 연일 이어지는 송년모임으로 분주하다. 단체는 단체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해 넘어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모임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송년회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너무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적이다 보니 어느 음식점이나 만석이다. 손님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분위기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차로 이어질 경우 귀가 전쟁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절대 연말에 늦은 시각까지 서성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래서 일단은 동창회 모임부터 포기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