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윤미는 대군이 건네준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열심히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간밤에 순흥 부사가 배소에서 물러간 뒤 대군은 윤미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윤미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잡은 대군 앞에서 몸을 가볍게 떨었다. 이선달이 일러준 대로 이런 식으로 가면 자신이 언젠가 대궐에 들어가 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윤미의 손을 잡은 대군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풍랑 속으로 들어와 있구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단단히 듣거라." 대군은 시렁 위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었
"이런 고약한 일이 있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한명청이 이보흠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보흠도 김장복의 상처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안흥선이 옥에 다녀간 뒤 한때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직접 양물이 잘린 상처를 보기는 싫었다. 안흥선이 왜 김장복의 양물을 잘랐는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유는 묻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 "말을 해보시오. 저게 뭣이오?. 국법에 양물을 자르는 일도 있습니까?" 한명청이 이보흠을 다그치자 김장복이 설움에 복받쳐 엉엉 소리내 울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요. 여자가
울산시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대기업 임원이 임명된 전국 첫 사례인 울산시설공단 김규덕 이사장. 지난해 12월 11일 공직에 입문한 후 3월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이사장은 HD현대중공업이라는 민간기업에서 공직에 파견된 인물로, 울산시가 전국 처음으로 시도한 민관 인적 교류 차원에서 임명됐다. 공기업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철학과 HD현대중공업의 지역사회 공헌 의지 등이 맞아떨어진 인사라는 평가다. 지역사회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교류를 통해 기업경영 노하우가 지방공기업에
말을 마친 임영복은 다시 산채로 들어갔다. 산 사람들은 아까보다 더 술렁거렸다. 동쪽으로 가면 살 수 있다니 얼른 도망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떠들었다. "다들 들으시오. 정 살고 싶은 사람은 떠나도 좋소. 남아서 목숨을 바쳐 싸울 사람만 남으시오." 처음에는 서로 눈치만 살피더니 몇몇 사람이 무리를 지어 자리를 뜨자 모두 우르르 몰려갔다. 남은 사람은 언양 무사들 다섯 명과 두 사람이 고작이었다. 이선달은 남아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왜 같이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둘의 대답은 똑같았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동쪽으로 간다고 살 것
이선달은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은 대군에게서 들은 이야기이지 출처를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대군이 철기군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을 부인하는 임영복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네는 세상 돌아가는 내용을 어디서 듣고 있는 겐가? 아직도 저쪽에서 자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인가?" "당연한 것이 아니겠나. 낮에 잡아먹을 소에게도 아침 여물은 먹인다네." "그럼 철기군이 온다는 것은 왜 나온 것인가?" "자네는 손자병법이라고 아는가? 거기에 나오는 36계중에 초타경사의 계가 나온다네. 풀을 쳐서 뱀
밤이 늦도록 두 사람이 짜낸 계획이라는 것은 아주 단순했다. 안동에서 올라오는 군대를 막을 수는 없으니까 백두대간의 고갯길만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끌어모은 무사들은 모두 산적으로 가장 시켜 죽령고갯길에 배치하도록 했다. "지금 마구령에 있는 노각수라는 산적은 저쪽의 일급살수인 임영복이라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계유정난에 황보인 대감을 주먹으로 쳐서 죽인 자라 합니다. 함길도의 이징옥 장군을 제거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합니다." "그런 자가 어찌 벼슬길에 있지 않고 살수로 남아 있는 것이지요?" "원래 사냥한 꿩은 주
윤미는 이선달이 물러가자 일러준 대로 대군의 방으로 들어갔다. 시렁에 있는 이부자리를 내려 아랫목에 깔았다. 대군이 벗어준 옷을 차분하게 개어 한쪽에 밀어놓았다. 대군이 자리에 눕자 자신도 윗목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자리에 누워서도 신경이 곤두섰다. 대군이 가벼운 기침 소리만 내어도 온몸의 신경이 펄쩍 뛰었다. 한참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자니 코 고는 소리가 가볍게 들렸다. 그제야 윤미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깨어날까 봐 감기는 눈을 억지로 치뜨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결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 시간에 잠을 못 자고
이선달은 윤미를 데리고 순흥의 배소로 돌아왔다. 윤미가 다소 적응이 안 되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제 딴에는 순흥으로 간다니까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인사를 올려라. 이분이 바로 금성대군이시다. 큰절을 올리도록 해라." 윤미는 이선달이 시키는 대로 대군에게 큰 절을 올렸다. 대군은 곱게 절을 하는 윤미를 내려다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시녀 김련이 대군의 시중을 들었는데 불편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배소를 청소하고 음식을 장만하는 일은 부족함 없이 해내었는데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이 탈이었다.
“그것이 사실이냐. 대군께서 백두대간을 넘어온단 말이지?" “전하 백두대간은 생각보다 그리 높고 험한 곳이 아니옵니다. 장정 걸음으로 아침에 이곳을 떠나면 재를 넘어 순흥까지 가는데 여섯 시진이면 충분합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닿을 수 있습니다." “오. 순흥이라는 곳이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곧 영월 군수가 전하를 고치령 아래 의풍까지 모실 것입니다." “오. 정말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냐?" 어린 주상은 안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이선달의 마음은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전하 조금
지난달 27일 한국전기기술인협회 제20대 회장으로 당선된 울산 출신의 김동환(64) ㈜한라전기안전관리 대표는 동종 업계의 많은 경험을 갖춘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김 회장은 과거 한국전기기술인협회의 울산광역시회 제10대·제11대 시회장를 역임한 바 있고,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중앙회 감사, 전기안전관리법 제정 대응관련 비상대책위원,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 산업포장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 업계의 대부역할을 자임해 왔다. 김 회장은 앞으로 3년간 100만 대한민국 전기기술인들을 이끌어갈 협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글로벌 미래에
마구령에서 고치령을 거쳐 국망봉에 이르는 백두대간 길에는 난데없는 산 사람들의 왕래로 소란스러웠다. 장마철이었는데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이선달과 임영복은 마구령의 산채에 돌아와 단둘이 독대했다. 언양 무사들을 비롯한 산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자네도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왔겠지? 그게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되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겠네. 자네는 왜 그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하나?" "그건 나에게 묻지 말고 스스로 물어보게." "흐흐. 그래 물어볼 것도 없
노각수가 천천히 몸을 틀어 이선달을 바라보았다. 이선달은 노각수의 얼굴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전에 보았던 노각수의 얼굴이 아니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살기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두 눈이 붉게 충혈된 것으로 보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네놈이 죽을 때가 되긴 되었나 보다. 눈물을 흘린 걸 보니 네 손에 죽은 원귀들이 달라붙었구나." 노각수는 빙긋이 웃으며 이선달을 바라보았다. 이선달은 그런 표정이 몹시 거슬렸다. 말은 하지 않아도 원귀들에게 시달리는 것은 똑같은 입장이 아니냐고 되묻
"도대체 네놈들은 누가 보낸 것이냐?" 칼날이 제법 깊게 가슴을 베고 지나가자 이승균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언양 무사들은 조금도 빈틈을 주지 않고 이승균의 몸을 베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이승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옷은 모두 칼날에 베어져 너덜거렸고 몸 구석구석 칼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붉은 금이 나 있었다. 일부러 칼날이 깊게 들어가지 않도록 가볍게 베어서 쉽게 쓰러지지도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방어를 할 힘도 없어 보일 때 이선달이 나섰다. "잠깐 멈추어라. 이승균. 죽기 전에 할 말이 있으면 하거라." "
"데리고 가긴 어디로 데려간단 말인가? 그러지 말고 동상이 여기 와서 같이 사세나." "그런 뜻이 아닙니다. 윤미는 나보다는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나야지요. 나를 따라가면 대궐 같은 집에서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을 겁니다." "대궐 같은 집에? 동상이 돈이 좀 있는 건 알겠는데 대궐 같은 집까지 장만해 두었단 말인가?" 이선달은 쉽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주모를 앉혀놓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주모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 언감생심 대궐이 다 뭐란 말인가?" "그게 그렇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은 전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소신이 주상전하를 잘 받들지 못한 죄 죽어 마땅한 줄 압니다." 한 대감은 이마가 땅에 닿도록 엎드렸다. 그의 목소리는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한 대감 진정하시오. 그대는 정녕 나의 충신이오. 후대사람들이 나를 욕하는 대신 한 대감을 욕하게 될 것이오. 조선 최고의 살수인 짐이 저지른 죄를 한 대감이 짊어지고 갈 것이오. 지금도 보시오. 금성대군과 어린 상왕을 죽여야 하는 것은 바로 나의 뜻이오. 나는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숨을 쉬고 살 수가 없소. 하루라도 빨리
"젊은 애들을 건너보낼까요?" "되었다니까 그러네." 행수기생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신발을 꿰차고 휑하니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임영복은 약속대로 한 대감의 집으로 찾아갔다. 한 대감은 임영복의 절을 받고 먼저 안부를 물었다. "그래 적적하지는 않았나? 내가 행수에게 특별히 부탁해놓기는 했는데 말이야." 임영복은 품 안에 넣어가지고 온 보자기를 내놓았다. 예산 사는 한계원이 내놓은 물건이었다. 눈치 빠른 한 대감은 보자기를 풀어보지도 않고 정체를 가늠했다. "흐흐흐. 자네도 편하게 쉴 곳이 마땅찮구먼. 내 이럴 줄 짐작은 하고 있
한 대감은 임영복을 기생집에 기거하도록 했다. 그것도 사대문 안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기생집이었다. 가끔 재력가들과 정승 대감들이 모여 술자리를 가지는 날이 많았다. 기생집에서는 임영복을 깎듯이 받들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한 대감의 사람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행수기생이 낯선 사내를 임영복에게 데리고 왔다. 사내는 충청도 예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임영복이 보기에 의관은 깨끗하게 차려입었는데 관상이 영 아니었다. 잘 해봐야 부잣집 마당 지기나 할 만한 인물이었다. 사내는 행수기생의 눈치를 살피며 품 안에서 보자기 하나
민족 대명절인 설은 기존처럼 음식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최근 들어 가족 여행 등을 떠나며 개개인마다 연휴를 즐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바다의 도시인 울산에는 해안길을 따라 멋진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른바 '오션뷰' 카페들이 줄지어 귀성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울산의 매력을 느끼며 맛있는 식음료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편집자1. 수십가지 디저트 맛볼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오션페어리' (울산 북구 판지 1길 16) 수 십 가지의 디저트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디저트 카페를 추천한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으면서 용과 관련된 지역 명소가 주목받고 있다. 열두 띠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의 존재인 용은 예부터 왕, 권력, 웅비와 비상 등을 상징하며 지상 최대의 권위를 가진 동물로 여겨졌다. 설을 맞이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용과 관련된 명소를 찾아 역사와 유래를 한번 짚어보고 청룡의 기운을 받아 힘차고 무탈한 2024년을 소망해 보자. 편집자울산에는 용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황룡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용금소(황룡연) △선바위가 있는 곳의 백룡담 △북구의 무룡산
경남도는 5일 겨울철 이불 속에서 벗어나 어른들에게는 정겨운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2월에 가볼 만한 '우리 동네 레트로 여행지' 3곳을 소개했다. 자세한 내용은, 경남관광 길잡이 누리집 공지사항과 경남도 관광 누리소통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영시 봉평동에 있는 통영 봉숫골은 아담하고 예쁜 동네로 책방, 사진관, 카페 등이 모여 있어 걸으며 구경하기에 좋다. 이곳엔 '색채의 마술사' 전혁림 화백이 살던 집을 헐고 지은 전혁림 미술관이 있다. 특히 전혁림 화백과 아들 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