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두루비법으로 바다에 풍랑과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탑곡 부처바위는 그런 전설위에 앉아있는 사면불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난 한적한 오후. 길을 따라 이어진 계곡은 맑았고 대숲은 서걱이며 가끔 바람을 따라 갔다. 그러나 너무 오래전의 일이었는지, 아둔한 중생의 탓인지 명랑(明朗)의 비법은 느껴지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연등만이 비단처럼 곱디
# 명랑의 비법을 구하다부처바위에 간다는 것은 명랑법사의 비법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산은 진초록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잠시 고목이 늘어선 계곡아래 융단처럼 깔린 이끼에 눈길을 빼앗긴다. 햇살이 부챗살로 내리는 계곡위로 멀리 새한마리 난다. 부처바위를 찾아가는 길은 이렇게 호젓하고 고요해서 좋다. 부처님 오신 날 불 밝혔던 연등은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자연미를 살린 정원, 선암사화창한 날씨가 그만이던 5월 둘째주 떠난 순천. 지금은 순천시에 속하며 예부터 미인이 많았다는 승주IC를 지나, 죽학리 산에 위치한 선암사에 들어섰다. 그리고 펼쳐지는 풍경. 가히 선계다. 드높게 펼쳐진 푸른 하늘과 아래로 떨어지는 계곡을 감상하던 중, 한 일행이 내뱉은 "어디가 계곡이고 하늘인지 구분 할 수 없다&quo
곡우를 지나 여름에 들어선다는 입하가 되면 온 산하는 신록으로 물든다.이 맘때 정원과 다향의 고장, 순천은 어느 곳보다 더 아름답다.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초록빛이고계곡에 널브러진 고사목도 초록옷을 입었다.그 사이로 뻗어나온 속살 연한 차 나뭇잎을 입속에 머금고 그 향까지 느끼다보면한겨울에도 생기를 잃지않는 차나무의 녹색이 눈과 마음을
▲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마을정보센터 하늘마루 옥상에 오르면 탁 트인 마을 전경을 내다볼 수 있다. 문화부흥의 조건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민 스스로 거주지를 꾸며나가고 그 모양새를 잘 이어가면 그만인거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이 그랬다. 지난 주말 찾아간 감천문화마을은 마치 형형색색의 장난감블럭을 쌓아놓은 모습과 같았다. 저 멀리 머그컵처럼 보이는
#쇠락한 마을이 문화마을로 탈바꿈평일에 찾아갔음에도 관광객이 여럿 있었다. 동행한 사하구청 공무원에게 "관광객이 꽤 많은 편이네요"하고 묻자, 관광객이 아니고 방문객이란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의 거주지일뿐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입구에는 대형버스나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곳을 방문하는
울산 시민들은 영천을 새로운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을 듯 하다. 한때 경주나 포항으로 몰렸던 여유자금이 영천 쪽으로 이동했다. 경마공원 등의 말 관련 인프라와 곳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울산과 1시간 남짓한 생활권의 영천은 울산 사람들의 마음을 무던히도 홀렸다. 투자처를 찾기 위해 혹은 한약재를 찾기 위해 영천을 자주 찾은 사람들이라면 사시사철 색다른
영천은 지금 복숭아꽃, 능금꽃 향기가 진동하고 있다. 천문대가 들어선 보현산엔 밤이면 별이 그야말로 '밥티처럼' 내린다. 운주산 자락의 승마체험 숲은 힐링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하지만 이것이 영천의 전부가 아니다. 영천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당대 최고의 인물들을 배출한 고장이다. 포은 정몽주를 비롯해 최
언제부턴가 봄 하면 떠오르는 곳이 생겼다. 경북 청도(淸道.'맑은고장'이라는 그 이름만큼 봄의 따스함이 마음속에 와 닿았다.2년 전 봄과 여름 사이, 처음으로 청도와 만났다.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도 맑았다. 여유가 된다면 며칠 머물고 싶을 정도였다. 청도에서 코미디극장을 세우고 청도군민으로 생활하고 있던 개그맨 전유성 씨도 그랬다. "우연히 차
오늘의 목적지는 청도 와인터널. 관광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지만 기자는 와인터널을 지나치기만 했을뿐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꼽아왔다. 오늘이 날이다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지 약 1시간 20분쯤 지났을까. 길목에 청도 소싸움 경기장이 눈에 띤다. 그러고 보니 청도는 소싸움의 본고장이었
지난 겨울추위가 유난했던 모양이다. 3월의 햇살이 여간 따사롭지 않다. 산불이라는 불청객만 없었더라면 '찬란한 봄'이었을 텐데. 도깨비에 홀린 불이 길길이 날뛴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봄 전령'을 찾아 나서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언양 국도변에서 바라본 화장산 곳곳이 검은 검댕이로 변해있다. 하지만 그깟 산불이 이미 와 버린 봄을 막을 순
지금쯤 양산의 통도사는 알싸한 홍매화 향기가 진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 매향을 못 잊어 무던히도 다녔다. 아침 이슬이 내린 홍매화, 저녁 햇살이 기댄 홍매화도 잊을 수 없는 유혹이다.#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언양 시가지에서 삼남면 가천리를 지나자마자 적멸보궁(寂滅寶宮) 입간판이다. 적멸보궁은 온갖 번뇌 망상이 적멸한 보배로운 궁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의
새로움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그 무엇보다 짜릿하다. 지난 주말 다녀온 에덴밸리에서의 보딩이 그랬다. 물론, 생에 첫 스키장은 아니었지만, 설원이 흔하지 않은 경남지역에서의 보딩은 생에 첫 경험과 같았다.적당한 경사와 널찍한 스키장 규모, 좋은 설질 덕분에 그동안 갖고 있었던 우리나라 최남단 스키장에 대한 오해도 풀렸다. 이제 막 스키와 보드에 입성한 초보자들
'초보 보더' 입성 후 3년만에 찾은 스키장. 흔히 '설국'이라고 불리는 강원도 지역 스키장에서만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몇 년 전우리나라 최남단 스키장이라고 불리는 에덴밸리가 개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따뜻한 남쪽나라에 스키장이 말이되냐며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 같은 생각을 한 내가 오해를 해도 단단히 했
울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길이 편해졌다. 가지산 속으로 뚫린 터널 때문에 30분 남짓이면 밀양시가지에 도착한다. 밀양은 '햇빛이 빽빽히 비추는곳 '이다. 가지산 터널의 끝 얼음골에서 시작되는 밀양의 너른 벌판에 내리고 있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다. 울산과 달리 연말에 내린 눈이아직 지천에 남아 있어 마치 이국의 겨울 속에라도 온 느낌이다. 밀양은 우리나라
최근 밀양시가 조성을 마무리한 '밀양 아리랑길'은 도심과 근교에 산재한 역사문화 유적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산책로다. 1 코스는 6.5㎞로 밀양 관아를 시작으로 영남루까지, 2 코스는 2.5㎞로 향교에서 박물관까지, 3 코스는 6㎞로 산림욕장에서 삼문동 송림까지다. 이 중 영남루와 아랑의 전설을 간직한 아랑사, 밀양읍성, 밀양관아 등을 둘러보는 1코스는
"이야기를 누리며 찍는 것이 사진입니다.곧, 사진은 빛을 읽으며 빛을 찍는다 하는데, 사진찍기에서 다루는 빛이란 '이야기로 나아가는 문'인 셈입니다. 이야기로 나아가는 문인 빛을 어떻게, 얼마나 슬기롭고 읽고 즐기는가에 따라 삶이 거듭납니다."최종규 씨가 쓴 책 에서는 빛을 두고, 이야기로 나아가는 문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는 빛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그것이 강제적이거나 자연스럽거나 어찌됐든,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는 여기저기서 빛이 쏟아져 나온다. 도심 한가운데의 대형 트리에서, 교회의 조명에서, 그리고 화려한 루미라니에 조명에서. 그리고 우리는 그 빛에 감탄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오래오래 그 빛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으로 남겨두
그리움은 울릉도를 상징하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청마 유치환은 '지나 새나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을 간직한 섬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짧은 여행길에선 울릉도의 절절한 그리움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고 합니다.'사흘 머물면 사흘 볼 것이 있고, 열흘 머물면 열흘 볼 것이 있다'는 울릉도.울릉도는 바람과 파도가 깎아내린 작은 섬들이 만든 한 폭의 풍
"울릉도는 애틋함이 있는 곳이에요" 독도 탐방을 마친 후 예사롭지 않은 너울성 파도를 보면서 한국기자협회 독도탐방단을 안내한 문화해설사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남겼다. 그러나 그 미소의 의미를 확인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밤 뉴스의 일기예보는 동해중부 먼 바다의 파고가 5m가량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모든 뱃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