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은 내면의 공간이다. 구도를 향한 절집 사람들의 시선은 늘 안으로 향한다. 바깥세상의 번잡함도 산문을 넘어서지 못하며 공부하고, 깨닫기를 갈망하는 수도자의 자세는 늘 조용해 지나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절집은 스스로 단속하며 절제해 세상의 풍경과 구별된다. ▲ 구례 너른 들판위에 우뚝선 오산에 자리잡은 사성암에 오른 사람들은 절벽에 걸터앉은
꽃은 만개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초록은 날로 그 빛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여왕의 계절에 신명 나는 축제는 사라졌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어린 정령들이 온 산하를 맴도는 느낌이다. 5월의 숲, 5월의 꽃들이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치유의 힘이 될 수 있을까. 지난 연휴 마지막 날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정족산(鼎足山)을 다녀왔다. 정족산은
# 낮은 산행코스…가족 나들이로 제격진달래가 지고 나면 피는 철쭉은 개꽃으로 불린다. 진달래는 칡, 쑥처럼 춘궁기나 흉년에 밥 대신 배를 채울 수 있는 일종의 구황식물이다. 반면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 '개-'는 진짜나 좋은 것이 아니라는, 보잘것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개꿈 개살구 같은 낱말들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춘궁
힐링을 위해 떠나야 할 여행을 '염치'가 발목을 잡는다.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어 여행을 떠난다는 게 결코 마음 가벼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동네 어디 마실 이나 다녀오는 기분으로 갈 곳을 찾았다. 태화루가 400년만의 귀환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배흘림 기둥 위에 올라앉은 처마의 곡선이 더 없이 아름답다.'수많은 꽃잎 펄펄 날리는' 서러운 계절
# 3일부터 일부 개방'우여곡절'이 어울리겠다. 예식장 부지가 헐린 태화루부지엔 애초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2000년대 중반 건설경기 붐에 편승한 건설업자들이 이 부지를 그냥 놔둘리 없었다. 하지만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그들의 욕망을 막아섰다. 그 자리에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면 끝이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뒤늦게 행정기관도
주전에서 정자, 강동을 잇는 국도 31번 해안도로 구간은 울산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힐만큼 해안경치가 좋다. 그 경치에 취해 아뿔싸, 정자가는 길로 들어야 했는데 주전가는 길로 넘어오고 말았다. 길을 빙 둘러 돌아가야 하지만, 자연 그대로가 느껴지는 해안마을의 따스한 정취를 보자 마음이 느긋해져 그런 것쯤은 안중에도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해온 탓에
나는 천국에서 걷는 걸음을 모르지만이런 길은 이렇게 걸을 거다가다가 하늘을 보고 가다가 바다를 보고(중략)웬일로 나를나무가 꽃이 새가 혹은 벌레가행복의 길로 몰고 가는지 모르겠다 너무 행복해서 죄스럽다(중략)-이생진 시인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1'우리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마음을 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송정저수지 일대는 무룡산과 연결돼있어 지역주민들의 산책로로도 사랑받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송정저수지에는 역사가 깃들어있다. 북구 창평동과 대한광복회 총사령이었던 고헌(固軒) 박상진 의사의 생가가 있는 송정동의 경계가 송정저수지이기 때문이다. 북구는 이곳을 주민친수공간인 수변공원으로 조성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
▲ 호수공원의 입구에서 데크를 따라 걷다 중간쯤에 이르면 송정저수지를 내다볼 수 있는 정자가 마련 돼 있다. 세상이 흉흉하다. 시린 겨울을 극복하고 만개한 꽃으로 봄의 찬란함을 맞이하는가 싶더니 그 찰나에 안녕을 고하는 꽃비가 연일 비보(悲譜)가 되어 들려온다. 배려가 부족한 탓이었나보다. 언제나 베풀기만 해줬던 자연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때다. 잘못을 손
▲ 지난 3월 열린 울산웨딩거리페스티벌에서 모델이 웨딩패션쇼를 통해 예비부부들에게 드레스를 선보이고 있다. 웨딩업계는 지금 화창한 날씨만큼 눈부신 봄을 만끽하고 있다. 아름다운 신부에게 화사함을 더해줄 봄에는 매년 예식이 가득차 있지만 올해는 더욱 뚜렷이 이 계절에 몰리고 있다. 올 가을 윤달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가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지역의 웨딩업계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일을 냈다. 10여년 전 한 웨딩업체가 남구에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웨딩거리를 조성해나간 것. 여기에 최근에는 결혼을 주제로 한 작은 공원이 조성돼 예비부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웨딩관련업체 50여곳이 성업 중인 이곳에는 결혼과 관련한 각종 이벤트가 잇달아 열리면서 울산만의 웨딩문화가 그려지고
경주의 봄은 아름답다. 이번 주말이 벚꽃의 절정이다. 보문호를 따라 물결처럼 이어지는 연분홍 길이 찬란하게 열리고 그 아래 연분홍으로 물든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차디찬 겨울을 이긴 봄꽃의 생명은 기껏 일주일이다. 현기증 날 것 같은 그 화려한 색의 향연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보문호를 따라 명활산을 넘는 구름 아래 황룡사 9층 목탑을 모티브로 한 경주
울산에서 경주로 가는 길 내내 신선한 바람의 결이 느껴졌다. 봄은 애써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온다. 사람만 애가 타 기다렸을 뿐이지 자연은 섭리대로 찾아왔다가 물러간다. 7호 국도, 그 복잡하고 더딘 길을 견디게 해준 것은 벚꽃이었다. 가로변에 늘어선 늙은 고목들이 품은 여린 꽃잎들이 싱그럽게 흔들렸다. 불국로와 보불로를 스치면서 봄은 절정으로 달해 온
#선암호수공원남구 선암동에 위치한 선암호수공원은 지금 봄꽃들의 경연이 한창이다. 선암호수공원의 봄꽃을 제대로 느끼려면 야음초등학교에서 산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들머리에서 만나는 데크에서 부터 벚꽃 터널이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가끔 꽃비를 맞을 수도 있다. 하늘하늘 다가와 얼굴을 간질이듯 스쳐가는 벚꽃 잎에서 그녀의 향기가 난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 우리가 만났던 그때 향기 그대로 /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두꺼운 외투를 벗고 봄옷으로 갈아입으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귓전에 들려오는 노랫말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나무들을 보면, 스스로 희생시켜 미래를 키운 사람들을 보는
질서정연한 광란(?)을 보고싶어 가끔 부산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주황색 쓰레기 봉투를 뒤집어 쓰고, 신문지를 흔들며 부산갈매기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응원하는 팀이 안타를 치기라도 하면 나도 몰래 수만의 관중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함성을 지른다. 축구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광기는 중독에 가까웠다.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9회를
#국내 최고 안전·첨단시설 자랑국내 최고의 안전 및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문수야구장은 문수축구경기장과 수영장, 양궁장 등이 자리잡고 있는 남구 문수로 울산체육공원에 들어섰다. 부지 6만2,987㎡, 건축연면적 1만5,600㎡, 지상 3층 규모다. 관람석은 총 1만2,088석(내야 스탠드 8,088석, 외야 잔디 4,000석)이다. 지상 3층으로
#경주 황룡사와 버금가는 규모울산에서 익산으로 가는 길이 수월치 않다. 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와 전주를 거치던지, 남쪽 진주와 전주를 거치는 4시간이 넘는 고행 길을 가야한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랴. 이달 30일이면 '장엄사리'는 다시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고, 미륵사지 9층석탑이 복원되면 원래 있던 곳으로 가 세상 밖으로 영원히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지주와 최근 복원된 미륵사지 석탑 중 동탑. 당간지주는 3.95m로 90m의 간격을 두고 동쪽과 서쪽 2곳에 서있다. 뒷쪽 석탑은 지난 1993년 복원됐다. 봄이다. 추위로 꼭꼭 닫아두었던 문을 열고 봄바람을 들여 본다. 봄바람에 홀려 어디론지 떠나고 싶어졌다. 얼마 전부터 마음에 찍어 둔 곳이 있다
# 3월 사진여행 명소누가 먼저 기다렸다고 할 수 있을까. 통도사 홍매화가 그렇게 아름답다는 말은 예전부터 수없이 들어왔지만 진작에 가보지는 못했다. 매년 봄을 기다리며 사진으로만 홍매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해오다 올해가 되어서야 그 앞에 서게 됐다. 생각해보니, 통도사의 홍매화 나무는 350년이 넘도록 수명을 이어왔다하니 홍매화가 기다린 시간이 더 많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