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의 사궁민(四窮民)에게 추운 겨울은 염라대왕보다 무섭다고 했다. 홀아비와 과부, 고아, 늙어 자식이 없는 노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웃의 관심이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고 바깥나들이가 뜸해지면 자연 이들에 대한 관심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우선 자신부터 움츠러드는데 남을 돌볼 여력이 없다. 세모의 계절, 12월을 맞으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들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많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이 춥고 외로운 날들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이 시기에 집중된다. 옛날에도 이들을 돌보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관아가 최우선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접근한 우리가 이들의 궁핍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일 울산시내 교통요지인 남구 공업탑로터리와 옥현사거리에 '사랑의 체감 온도탑'을 설치하고 범시민 이웃돕기 성금 모금에 나선 것도 바로 이 같은 목적에서다. 공동모금회는 이날부터 내년 1월 말까지 다양한 창구를 통해 시민과 시민단체, 기업체, 가급 관공서와 기관 등으로부터 모두 10억원을 모을 계획이다.
 모금회는 이 과정에서 1천만 원이 모일 때마다 온도탑의 눈금을 1도씩 올려 시민모금 현황을 알린다고 밝혔다. 그동안에도 이 운동이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온도탑을 만들어 모금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우리의 정성을 그만큼 많이 보태자는 각오이기도 하지만, 내 한 사람이 참여하지 않는다 해서 어떻게 되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를 경계하자는 의도다. 우리가 북한에 연간 수십만 톤의 쌀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 가까운 이웃들 가운데도 차마 이럴 수 있을까 싶으리만치 안타까운 이웃도 즐비하다. 부모가 생존해 있으면서 자식을 돌보지 않는 소년소녀 가정, 늙고 병든 할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가정 등 헤아릴 수 없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매가 두 다리만 겨우 뻗을 수 있을 비좁은 공간에서 겨울밤엔 서로 꼭 껴안고 잠이 든다고 한다. 또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이라곤 성글게 쌓은 블록과 비닐이 전부라니 실로 어이가 없다. 도대체 누가 어린 자매들을 이처럼 방치했는지 화가 치밀 뿐이다. 언론에 이런 실상이 보도되고 나서야 이곳저곳에서 독지가가 나타나는 것도 우리 사회안전망의 허술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우리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사랑의 온도탑이 부끄럽지 않을 연말이기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