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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유일 어린이전문 공공도서관인 '울산북구기적의도서관'의 21명의 천사들(자원봉사자)은 도서정리와 책수리, 도서장비작업 및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행복한 책 읽기,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매일 기적을 일구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어느 곳에서든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곳에서는 감동이 묻어나는 크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북구 중산동에 위치한 기적의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유일한 어린이 전문 공공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에서는 21명의 천사들이 매일 기적을 일구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의 천사,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기적을 엿본다.

#도서관 홍보의 첨병, 23명의 천사들

북구 중산동에 있는 기적의도서관. 지난 2004년 7월 MBC의 인기 프로그램 느낌표에 선정돼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도서관이다. 하지만 울산의 최북단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보니 접근성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홍보도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하지만 올해 8년째를 맞는 기적의도서관은 그 같은 우려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바로 23명에 이르는 기적의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3명 전원이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기적의 자원봉사자들은 주민 밀착형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특히 북스타트 운동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애기를 업고 지나가는 주부들만 만나면 먼저 손을 내밀어 도서관으로 이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더 더운 여름, 더 추운 겨울이 반복되자 자원봉사자들은 도서관이 곧 지역의 대표 피서지이자 피한지라며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다.

#자체 시범실시로 다양한 프로그램 창출

도서관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과 강연은 그 도서관의 퀄리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다양한 종류의 강연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자칫 대중성에만 치우칠 수 있는 강연이 일년내내 도서관을 가득 채울수도 있고, 청중이 없는 강연은 더욱 부담된다. 하지만 기적의도서관에서는 이같은 부담이 적다. 대중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알찬 내용이 포함된 인문학 강좌 등도 진지한 모습으로 청중이 될 수 있는 자원봉사자 21명이 있어 걱정이 없다.

 이같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은 어떤 프로그램도 가능하게 해준다. 도서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시범실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적의도서관 사서인 최진욱 주무관은 "자원봉사자 이전에 도서관 열혈 애용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프로그램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 봉사자들이 풍선아트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세금 절약·도서관의 주기능 가능케하는 '원동력'


 기적의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은 도서정리와 책수리 외에도 책 하단에 매겨져 있는 고유번호인 '청구기호라벨'과 책거풀과 도난방지 감응테이프 등을 붙이는 도서장비작업을 한다. 이 작업은 보통 1,000권 기준으로 보름이 걸린다고 한다.
 기적의도서관의 직원은 모두 4명. 만약 이들만으로 도서장비작업을 한다면 행정업무는 거들떠보지도 못할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해도 비용도 만만찮을 뿐더러 그럴 예산도 아예 없다.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이 낸 세금을 부단히 아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도서정리와 책수리, 도서장비작업은 도서관의 고유 기능인 '책 읽기'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업무로 시민들은 기적의도서관에서 행복한 책 읽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기적의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한가지씩 업무를 추가했다. 바로 동화구연과 페이스페인팅, 그리고 풍선아트가 그것이다. 어린이들이 보다 즐겁게 도서관을 이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각자 특기를 하나씩 장착한 것이다.

#찢어진 책 그냥 반납하세요

기적의 천사들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훼손된 책을 그대로 반납해주는 것이다. 책이 찢어지는 등 파손되면 대여자가 미안한 마음에 테이프를 붙여서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자원봉사자들이 수선작업을 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붙여진 테이프를 일일이 떼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활자가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기적의도서관 자원봉사자회 서민화(48) 회장은 "찢어진 낱장을 전혀 표시가 나지 않게 새 것 처럼 붙이는 방법이 있다"며 "훼손된 책을 그대로 반납하면 더 오랫동안 더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기적의도서관의 책이 깨끗하고 보관이 잘 돼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꼭 자원봉사자를 칭찬해주는 것 같아 너무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송근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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