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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울산의 지역 언론은 호된 경험을 했다. 다가오는 4·27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금품여론조사' 사건은 언론으로서 씻지 못할 오점으로 남았다. 재선거 비용을 시민들의 혈세로 할 것이 아니라 해당 신문사를 비롯한 원인 제공자들이 감당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이비 기자들은 여전히 사정기관에 걸려들었고 행사협찬을 위한 맹목적인 지자체 짝사랑도 여전했다. 물론 지역신문 발전기금 대상에 선정되고 지역을 위한 기획보도 등 몇몇 언론은 지역 언론의 소명을 다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하지만 말이다.
 다시 새해가 시작되고 지역 언론사들은 저마다 새 다짐을 하고 다양한 언론활동을 약속했다. 그 중에는 참신한 기획에다 지역 아젠다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자체의 돈을 받기 위한 러브콜 아이템도 더러 눈에 띈다.

 그런 와중에 양산발 '불량언론 퇴출 선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 한해 실천여부를 지켜 볼 일이지만 공갈과 협박 그리고 금품수수와 각종 청탁과 이권 개입을 일삼는 사이비 기자를 없애겠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물론 지나친 자의적 규제라는 지적과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독버섯이라는 사이비 언론을 퇴출하겠다는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래야 좋은 기자 옳은 기사가 더 빛을 발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사이비 기자, 불량 언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나 폐해가 심했으면 시장이 '감히' 언론을 향해 퇴출 선언을 했겠는가? '발행부수가 1만 부도 안 되는 신문사는 출입기자 명단에서 제외'하고 '시정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구 25만의 양산시에 출입 신문사 15개에 등록된 기자 24명이라는 하소연까지 했다. 구독자가 시민 10명도 안 되는 신문이 있다는 직설적인 표현도 했다.

 신문도 아닌 것이 신문 흉내를 내고 기사도 안 쓰면서 기자 행세를 하는 사이비 언론은 왜 그렇게 시청을 좋아할까? 종일 사무실을 드나들면서 자료 요구를 빌미로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이권이 있는 곳을 알아내 금품을 요구하고 시청의 각종 공고나 광고를 받아 푼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부 공무원들을 꼬드겨 점심을 해결하고 함께 어울리며 주변에 위세를 떤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양산시에만 있는 일도 아니다. 사이비 기자 피해는 기업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공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비리나 잘못이 알려지는게 두려운 일이고, 지자체 단체장은 선거를 의식하다 보니 그렇고 그런 사이로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산시장의 선언은 용기 있는 도전이고 참으로 돋보이는 경우다.

 울산의 지역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지역 언론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광고 시장은 제한되어 있다. 언론사끼리 경쟁은 격화되고 기자들 월급은 변변찮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나 대기업의 돈줄에 기댄다는 비판도 많다. 공보관이 신문사를 찾아가 기사 편집을 하라마라며 협찬금을 들먹이고 단체장이 비판기사에 대한 불쾌감을 전하자 이튿날 180도 바꿔 빨아주는(?) 곳이 울산의 지역 언론이란 손가락질도 있다. 명절이나 휴가 때 지자체나 기업에서 정성스런(?) 선물을 배달한다는 헛소문(?)도 많이 들었다. 이 정도면 지역 언론은 언론이기보다 지자체 권력이나 기업이 불러주는 원고를 받아쓰기 하는 대필사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 언론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반성하지 못하고 돈에만 신경 쓰는 태도는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는 언론사 사주나 경영진 또는 지역 언론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시민들의 알권리 신장과 지역문제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것이라면 지역이 지역 언론을 적극 후원하고 지원하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지역 문제에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지역에 더 밀착하고 지역 사회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고 신뢰받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지역 언론이 살아야 지방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명제는 아직도 진실에 가깝다.
 새해 많은 다짐과 기대와 함께 지역 언론에 대한 기대도 크다. 돈과 지자체의 눈치를 살피거나 유착하지 않는 지역 언론, 견제대상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지역 언론을 기다린다.
 울산만큼은 불량 언론을 퇴출하겠다는 시장의 선언이 나오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그래야만 지자체의 지역 언론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도 당당하게 요구하고 시민들의 지역 언론 사랑도 더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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