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다의 가르침 중에서 현대인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말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얼른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치열한 경쟁을 치르도록 조직되다 보니 남보다 앞서야 하고, 남보다 많은 재물을 모아야 하고, 심지어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나만 잘되면 그만인 세상에서, 자리이타는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가르침입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이, 얼음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물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입니다. 이것이 존재의 실상입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지금이 아무리 좋더라도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힘들고 어렵다고 희망까지 버려선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어차피 변할 것이고 생겨난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세상에는 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잠깐 동안 빌려 쓰고 가는 것입니다. 사용할 때는 가능하면 많이 훼손하지 말아야 합니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돌아갈 때에는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 놓고 가야합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물려줘야 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는 것입니다. 되돌려 놓지 못하면 고스란히 빚이 되고 맙니다. 빚을 지면 당연히 갚아야 하고 빚을 갚으려면 그만한 고통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기왕에 이 세상에 나왔고 그리고 배역을 맡았으니, 한바탕 잘 놀아보고 가야 하는데, 어찌하는 것이 잘 노는 것인가? 바로 이타행(利他行)입니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관객 중심이어야 합니다. 관객이 만족하면 배우도 만족하듯이, 관객이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도 이로운 것이기 때문에, 관객이 만족할 때까지 부모, 스승, 아라한처럼 받들어 모시고 공양해야 합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고객만족(利他)이 기업을 번창(自利)하게 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만족하면 단골이 되고 다른 고객을 추천하여 새로운 고객이 늘어나고, 결국엔 판매가 늘어나게 됩니다. 또 어떤 고객은 기업에 귀중한 정보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기업이 번창하게 됩니다. 고객을 진심으로 받들어 모신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고객에게 이로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경영하면 그 공덕으로 기업이 번창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왜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인가? 싶다면, 농사짓는 일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식량을 준비하려면 농사를 지어야하고, 농사를 지으려면 밭이 있어야 하듯이, 이타행(利他行)의 대상인'남'들이 모두 나의 '복밭(福田)'이기 때문에, 복 농사를 지을 복 밭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굳이 남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밭이 돼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항상 변하지 않고 머물러 존재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 제행무상의 이치를 따라 고해(苦海)를 헤쳐 나가는 뗏목이 바로 '나'가 없는(無我) 베풀음이자 배려로서의 이타행입니다. '나'를 고집하지 않는 이타행이 곧 나를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쉽게 말해서 내 복(福) 짓는 일입니다. 지어 놓으면 남 주는 게 아니라 내가 거둡니다. 결국엔 공업중생(共業衆生)으로 나와 남이 모두 다 같이 복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잘 사는 사람,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은 병든 이에게,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에게, 가난한 이에게, 어두운 밤에 등불이 되어 항상 모든 중생들을 위해 평등하고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보내면서 올 겨울은 유난히도 동장군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절기를 거스르지는 못하는 법, 보리농사처럼 찬 기운 듬뿍 받아 봄이 오면 알찬 수확을 올릴 것입니다.

 立春大吉 國泰民安 萬事亨通!
 우리의 이웃들과 온 나라가 평화롭기를 기원해 봅니다.
 신묘년 설날아침 蓮華堂에서 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