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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꼭 이맘 때쯤이다. 2002년 봄비가 내리던 어느날, 당시 울산여성회 홍경미(40) 사무처장은 낯선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았다. 울산에서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봐 달라는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의 전화였다.
그렇게 위안부 할머니와 인연을 맺었던 홍씨는 울산여성회 부회장 직을 맡고, 지난달에는 다른 시민단체로 자리를 옮겼지만 할머니들을 방문하고 동정을 살피는 일은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올해로 9년째 위안부 할머니의 도우미 생활을 하고 있는 홍씨는 "할머니들을 보살피는 일이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2002년 첫 인연후 날로 생존자 수 줄어 안타까워
할머니들 바라는 것은 살아있을 때 사과 받는 것
20년간 수요집회 개최 불구 정부·국민들 무관심

 

 

   
▲ 울산여성회 홍경미 전 부회장이 "2002년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첫 만남,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대부분 80넘은 고령'시간이 없다'

"할머니들이 가슴 속에 맺힌 한을 풀기 전에 모두 돌아가실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예요."
 홍씨가 처음 할머니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한 지난 2002년. 당시 울산에 생존해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모두 4명이었다. 전국적으로는 100여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울산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두 명 뿐이다. 전국적으로도 76명으로 줄었다.

 위안부 할머니들 대부분이 80이 넘은 고령이어서 생존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울산에서 생존해 있던 피해자인 김선이 할머니가 88세로 세상을 떠났고, 앞서 2009년 5월에는 윤두리 할머니가 81세로 별세했다.
 남아 있는 2명의 할머니도 모두 80대 중반이고, 이 중 지역의 모 노인복지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할머니는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홍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치욕의 상처도 함께 묻히고 잊혀질까봐 두려워하고 계신다"며 "때문에 단 한명이라도 살아 생전에 일이 해결되길 염원하신다"고 밝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함께 싸워가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지난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정대협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국제 사회에 알려 미국 하원에서 일본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냈고,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전쟁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인권을 새기게 만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사죄할 줄 모르는 태도와 한국 정부의 무관심은 변함이 없는 상태다.
 홍씨는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다"며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문을 채택하고 합당한 보상에 나서기까지 할머니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이어 "일본 정부가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한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홍씨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위해 위안부 할머니와 정대협이 꾸준히 싸우고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울산에는 위안부 할머니가 생존해 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3월 울산시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로 굴욕적 삶을 강요당했고 많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돼 인권을 유린당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며 "일본은 반인륜적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사과와 함께 관련자료를 공개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울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공식 활동은 이 것이 전부였다.

 시민 개인이 펼치는 비공식 활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대협과 할머니들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갖고 일본정부의 직접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 집회는 지난 2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지만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홍씨는 또 "지난 2009년부터 50만명을 목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반짝 관심을 가지다 마는 것이 사실이다"며 "독립운동의 혼이 서려 있는 울산에서만이라도 시민들이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송근기자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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