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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시대 왕족들의 피서지로 각광받았던 일산동은 어촌정비로 일산해수욕장과 대형 할인마트, 각종 상가 등 동구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유흥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진은 1960년대 동구 일산해수욕장.


"동으로는 더 넓은 저바다 뗏목 타고서도 더 나아갈 수 없구나. 다만 돋은 해를 볼 뿐인데 울등도에 간 사람도 있다고들 하구나. 바위는 물결 속에 반이나 꽂혀 있고 소나무는 만리 바람을 안고 서 있네. 신선 행차에 바람과 구름을 기다려야 한다니 나는 앉아서 천지 원기(元氣)나 맞아야겠네"
조선 숙종 말기 울산감목관 홍세태가 일산동과 일대 어풍대를 둘러본 뒤 그의 문집 유하집에 기록한 시다. 동구 일산동은 방어진의 댕바위산(등대산)과 어풍대 사이에 있는 깊은 만(灣)을 형성한 마을로 바닷가에는 넓은 백사장이 있다. 조선 정조에 일산진리(日山津里)라 했다가, 고종 31년(1894)에 일산동이라 고쳐 부른 이래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산동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화정동 일부를 편입시켰다. 현재 일산동은 일산해수욕장과 대형 할인마트, 각종 상가 등 동구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유흥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 깨끗하게 정비된 일산 해수욕장 백사장이 눈부시다.
옛부터 풍광 좋기로 유명한 어촌
고늘개·어풍대, 특히 빼어난 경관
중공업들어서 옛모습 사라졌으나
도시 개발로 사계절 관광객 북적



# 실체는 사라지고 이름만
일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신라 때 이곳으로 유람 온 왕이 일산(日傘)을 펼쳐놓고 즐겼다는데서 비롯된 것인데, 뒤에 일산(日山)으로 변했다고 한다. 일산 해수욕장 일대에 있는 어풍대·고늘개·놀이창·여기암·대왕암 등에 얽힌 지명의 유래나 전설을 종합해 볼 때 이곳은 신라왕들이 즐겨 찾았던 명승지였으며, 여기에 얽힌 여러 사연들은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산동(日山洞)은 남북쪽으로는 전하동, 서쪽으로는 대송동, 남쪽으로는 화정동과 접하며, 동쪽으로는 일산해수욕장이 C자 형태로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쪽으로 열린 바다에 울산의 대표적인 피서지 일산해수욕장이 있으며, 동쪽으로 오래된 전통 어촌마을이 아직 남아 있다. 예전 이 마을은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어부들의 집단 취락지였으나, 지금은 주민 중 회사원들이 더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특징은 가장 최근에 형성된 학교 집단구역이다. 동구청 맞은편의 야산 기슭과 저지대에는 명덕여중, 일산중, 방어진고, 일산초등, 미포초등, 명덕초등, 대송중, 울산생활과학고 등의 많은 초·중등학교들이 일산동, 대송동의 경계지점에 서로 울타리를 맞대면서 한 지역에 모여 있다.

 현대중공업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에 있던 고늘개와 어풍대가 동구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했으나, 현대중공업 부지로 편입되는 바람에 지금은 전설 속 이야기로만 남았다. 고늘개는 꽃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서 비롯됐으며, 다시 한자식으로 화진(花津)이라 표기돼 학교 명칭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공장 건립으로 사라져버린 옛모습
일산동은 바닷가와 인접해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바닷가와 관련된 역사나 유적지가 많다. 특히 일산해수욕장은 등대산과 접하고 있어 해수욕과 함께 울창한 송림을 거닐 수 있어 천혜의 명승지였다. 옛날에는 백합조개가 많았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일산 해수욕장 앞바다에 작은 바위섬이 있다. 민섬, 혹은 미인섬으로 불리는 이 섬은 신라 때 왕실에서 궁녀들을 거느리고 이곳에서 뱃놀이를 즐겼다는 데서 유래됐다. 그 모습이 마치 꽃놀이 하는 것 같다고 부르게 된 이름이 '화진'이다. 이 꽃놀이 하는 바닷가의 뜻을 가진 '꽃놀이 갯가'가 '고늘개'가 됐고 이것을 한자식으로 표기한 것이 '화진(花津)'이다. 원래 고늘개에는 마을이 있었으나 150여 년 현재 위치로 이주했다. 그리고 이 고늘개 동쪽 바닷가에서 신라왕 일행이 춤추며 놀았던 곳을 '놀이창'이라고 한다.

 어풍대는 일산해수욕장에서 바닷가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자리잡은 높은 언덕이다. 이곳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전망이 뛰어난 곳이어서 삼국통일 후 신라  왕들이 즐겨찾는 명소였다고 한다. '어풍대'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하지만 현재는 그 터만 남아있을 뿐 옛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 밖에도 넓적한 바위가 있는 넙섬, 닮은 모양의 두 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제듬, 조개모양의 조개듬, 지네모양의 지네듬 등의 바위가 모두 일산 동쪽 바다 끝에 있었는데, 공장이 들어서면서 매립되고 말았다.
 
   
 

# 새로운 변화 꾀하는 일산진
일산동 일산진마을은 예로부터 나룻배가 드나들던 포구였다. 이 마을은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싱싱한 어패류를 사러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북적였다. 어선들이 잡은 생선과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 그리고 마을어장과 개인어장에서 채취한 해산물이 모이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었다.

 동구는 지난 2008년 일산유원지 개발사업의 첫 사업인 '일산 어촌어항 복합공간 개발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동구 대표 낙후지역인 일산동 일산진마을 일대를 지역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일산동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유원지사업, 관광단지개발사업 3개 사업이 함께 추진돼 일산해수욕장 옆 일산진마을 앞바다 공유수면을 지난 40여년간 무단으로 점용하고 있던 시설물이 말끔히 정비됐고, 이 일대에 수산물판매시설과 해안 산책로 등 친수공간을 갖춘 주민과 함께하는 어촌마을로 조성됐다. 일산항도 어촌관광단지개발계획에 따라 21세기형 신 관광어촌으로 리모델링됐다.

 지난해 5월 영업을 시작한 일산수산물판매센터는 지역 어민들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동시에 싱싱한 횟감을 맛볼 수 있는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일산항은 울산이라는 대도시내에 위치해 잠재관광객을 가지고 있고 접근성 또한 우수하다. 특히 여름철마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일산해수욕장은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올해 우수 해수욕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일산동에는 여름철마다 '조선해양축제' 등이 열리고 있고, 주점·식당 등 많은 유흥시설과 숙박시설 외에도 최근 지역 최초로 테라스형 상가도 들어설 예정이다. 예전 신라 왕족들의 피서지로 각광 받았던 곳이 이제 새로운 도약으로 명실상부한 동구 최대 번화가이자 새로운 관광마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글=서승원 usssw@ 사진=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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