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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구 '삼산 신(新) 학원거리'는 옥동 학원가에 이어 종합, 단과, 보습, 외국어 학원, 독서실 등이 학교와 주택가를 따라 빼곡이 들어서 새로운 학원가로 떠오르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학원가라면 이른 새벽이나 저녁에 학생과 직장인, 일반인들이 몰려 학원건물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학습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사회가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학원가라 하면 입시전문 학원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차츰 바뀌어가는 경제구조나 사회적인 여건에 따라 학원가는 더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대표적인 학원가하면 울산에서는 울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남구 옥동이다. 법원 앞 도로 동서로 늘어선 건물에는 학원 간판이 층층마다 빼곡이 들어서 어지러울 정도다. 수요에 따라 학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옥동 학원가는 과밀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최근 새로운 학원가로 삼산동이 떠오르고 있다.

#울산지역 최근 6년간 202% 증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남구 옥동은 물론 울산 어느 곳에도 학원이 밀집된 곳이 없었다. 남구 신정동이나 중구 구 시가지 쪽으로 10여개의 학원이 있었을 뿐이다. 당시에는 학원을 다니는 학생 수도 많지 않았다.
 1993년에 80여개가 생겼고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90년대 중반 이후 학원 규모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일정한 면적 이상이 돼야 인가를 내주던 것이 작은 규모에서도 가능토록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까지 6년간 학원 증가율에서도 울산은 202.39%(293→886개)로 제주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부산(152.45%), 대구(184.72%), 경남(173.76%)보다 높았다.
 현재 울산의 학원 수는 2,813개로 2008년보다 학원 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입시학원은 1,156개로 강남에 651개, 강북에 505개의 입시학원이 개설, 운영 중이다. 남구에는 2월 현재 1,179개의 학원이 있으며, 삼산동에는 현재 50여곳이 넘는 학원이 밀집, 증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학원이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은 남구 옥동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학원이 밀집돼 있으며, 장소 문제 등을 이유로 더 이상 확장할 수 없자 일정한 규모 이상의 학원은 삼산동으로 이전을 하는 등 신(新) 학원가로 떠오르고 있다.

 

 

   
▲ 남구 보건소사거리를 기준으로 돋질로를 따라 수많이 들어선 학원들은 치열하게 돌아가는 경쟁사회를 반영하는 듯 하다.

 

 


#수요따라 권역별로 시장형성

울산지역 학원업계는 학원이 밀집하는 데는 한 학원이 인기를 끌어 주변에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 인근이나 주택가 인근 등 수요가 있는 곳에 모여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거리가 형성되는 데에는 최초의 한 업소가 입소문이 나면서 주위에 비슷한 업종의 가게가 몰려드는 것과는 다른 형성원인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울산 학원 역시 인기 강사나 '잘 가르친다'라는 소문에 따라 학생들의 이동이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자신의 권역 안에서 움직인다는 특이점을 갖고 있다. 울산에는 남구의 옥동, 삼산동, 중구의 학성동, 동구 전하동, 북구 남목 등 권역별 학원시장이 정해져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대구의 강남 8학군이라 불리는 수성구에 있는 학원을 다니기 위해 동구나 달서구 등 거리가 먼 곳에서도 버스를 타고 혹은 부모의 자가용을 타고 가는가 하면, 중구에 밀집된 대형 입시학원 강의를 듣기 위해 1시간 이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곳곳에서 학생들이 이동을 한다. '잘 가르친다더라'라는 소문만 나면 그곳이 어디든 가는 것이다. 반면, 울산은 이러한 움직임이 없다.

 예를 들어 옥동 인근에 사는 학생은 옥동에 있는 학원에 다니지만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 있더라도 삼산동에 있는 학원에 가질 않으며, 번영교 하나만 건너면 되는 거리지만 중구에 거주하는 학생은 남구의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그러한 소문 역시 한 권역 내에 그치고 만다.

 울산 학원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동네나 그 인근의 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권역별 학원 밀집가 내에서 해결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기 강사나 소문을 따라 움직이는 것도 한 권역 내에서 이동이 있을 뿐이다. 이는 타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울산 학원가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세월에 따라 학원가가 다양화된 것처럼 입시학원도 변화했다. 예전에는 종합학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과학원이 다수를 차지한다. 지역 내 단과학원은 1,000여개에 이르고 보습(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학원)학원은 400여개, 외국어 학원도 400여개에 이른다. 또 과거 큰 교실에 100여명 가까이 되는 학생이 앉아 수업을 들었다면, 학생수도 줄고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자신의 아이가 '특별'하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욕구에 따라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되는 강의가 추세다.

#사교육 억제·학생수 감소·인력난 삼중고

울산지역 학원업계는 지금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교육청의 사교육 억제 정책도 학원업계를 힘들게 하는 한 요소이지만, 학생수는 감소한 데 비해 학원수는 급증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지역 내에 대학 수가 적어 강사 인력확보를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지역 학원의 수강료는 1과목당 4만8,000여원이다. 지난 10년동안 4,000원 가량이 올랐다. 포항, 진주와는 인가 수강료가 2배 이상 차이난다고 학원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수강료는 그대로인데 물가는 상승하고, 수강방식은 소수반으로 운영되다보니 경영악화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많은 수의 학원이 적자 경영을 하고 있으며, 때문에 운영자가 자주 바뀌는 곳도 늘고 있다.

 이들은 물가 상승률 만큼은 아니더라도 수강료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원사업에는 학원차량 운전기사, 청소부, 교재상, 인쇄상, 광고업계 등 다양한 업계가 관련돼 움직이고 있다. 작은 시장이 아닌 것이다. 그러한 만큼 모든 정책을 '사교육 죽이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살리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어차피 없어지지 않을 사교육 시장인데 무조건 규제하다보면 오히려 음성적으로 발달하는데다 비용이 증가하며, 검증되지 않은 강사에게 배우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람기자 usybr@ 

"공교육의 부족부분 보완역할 최선"
[거리에서 만난 사람]  대동학원 박철수 원장

 

 

   
 

 "교육은 농사처럼 편법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결실을 맺게 되죠"

 대동학원 박철수(사진) 원장은 울산에서 20년간 학원을 운영한 울산 학원계의 터줏대감이다. 때문에 울산이 고질적으로 지적받는 '교육'문제에 대해 박철수 원장이 갖고 있는 관심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2000년에 울산이 평준화가 이뤄졌는데, 결국 교육수준 상향이 아닌 하향평준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평준화 정책 실패로 특목고, 자사고 등 평균화를 부정하는 기형적 산물이 나오고, 학교 내에서는 우열반 수업을 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박 원장은 대수능제도 역시 고쳐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한 학생이 그러더라구요. '혼자서 공부할 수 없게 만들어놨다'고. 예전에는 성문영어나 수학정석을 혼자 열심히 공부하면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능 출제 경향 자체가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사교육 과열양상을 줄이고 싶다면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늘어놨다.
 "평균 2~3년마다 한 번씩 교육정책이 바뀝니다. 말이 안되는 소리죠. 정말 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잘못된 부분만 보완해 나가야지 송두리째 갈아 엎기 급급하니 가르치는 선생도, 배우는 학생도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한데 말이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대동학원의 원훈은 '최선을 다하자'이다. 여기에는 교육에는 편법이 있을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열심히 가르치다보면 언젠가는 성과가 나오는 것 등이 농사와 꼭 닮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만들고 싶은 학원은 강사는 근무하고 싶고, 학생은 다니고 싶으며, 학부모는 보내고 싶은 학원이다. 모두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을 하는 학원.

 "사교육이지만 학원강사 역시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의무감,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고 항상 말합니다. 학원의 역할이 공교육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보완'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앞서려 해서도 안되고 제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지요. 그 역할 안에서 학생들을 위해 최대한의 것을 해주고 싶습니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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