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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애여래불상.

비파마을~비파골~금오산~포석정 코스
능선따라 쉬엄쉬엄 가도 3시간이면 충분
다양한 전설얽힌 바위 즐비 볼거리 충족
바둑바위서 내려다 본 전망 최고


개구리가 뛴다는 경칩도 지났건만, 내 몸은 꿈틀거릴 미동도 없이 겨울잠에 빠져있었다. 때마침, 친구 산악회의 산행제안에 나의 몸에 반응이 왔다. 산은 오르는 게 아니라 바라만보라 했지만(?) 봄맞이도 할 겸 부산히 짐을 챙겨 따라 나섰다.

 '천년의 왕국' 신라의 불교적 성취와 흔적, 설화와 전설이 가장 짙게 배여있는 경주 남산은 흔히 금오산(467m)과 고위산(495m)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코스는 비파마을에서 비파골을 타고 올라 금오산 정상을 거쳐 황금능선으로 불리는 능선을 따라 포석정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다.

 경주시 내남면 용장 4리 비파마을 버스정류소에서 길 건너 비파마을 입구 이정표를 보고 계곡으로 접어든다. 금오봉 2,150m, 삼층석탑 990m 이정표가 보인다. 소나무 울창한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니 봉분 5개가 직선으로 서 있는 월성이씨 묘를 지난다. 금오봉 삼층석탑 방향으로 오르막을 계속 오르면 삼층석탑이 보인다. 자연석을 기단 삼아 3층으로 이뤄진 옥개석과 탑신이 조형된 고색창연한 탑이지만 발굴된 지 채 10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 일행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삼층석탑부터 주능선 갈림길까지는 외길이지만 경사는 제법 있는 편이다. 30분쯤 가면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삼형제 바위를 지난다. 주변에 이름없는 괴석들이 즐비하다.

 이어서 10분쯤 더 오르니 마침내 금오산과 고위산을 잇는 주능선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 일행은 금오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정상에 닿았다. 널따란 공간에 정상석이 있었다. 남산과 망산의 유래에 얽힌 전설을 기록한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배낭에는 먹을거리들이 쏙쏙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절대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을 금오산 정상에서 실감했다.

 하산은 진행방향으로 직진한다. 높이 13m, 길이 25m 쯤 되는 상사방위를 지나면 곧바로 삼릉 상선암 갈림길이다. 상사바위는 상사병이 걸린 사람이 이곳에서 열심히 기도를 하면 낫는다는 유래가 있다. 곧바로 바둑바위 또는 바둑판바위로 불리는 널따란 바위전망대에 도착한다.

 

 

   
▲ 금오산 정상에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태종무열왕릉을 품은 선도산과 선덕여왕능, 김유신 장군능 등을 품은 송화산이 멀찌감치 보이고 그 아래로 오릉, 대릉원, 포석정터 등 유적지와 경주 시가지가 훤히 보이는 최고의 조망처다. 바둑바위를 지나 계속 주능선을 탄다. 비탈진 길과 평온한 길이 이어지는 황금능선은 오천 정씨 묘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진주 강 씨 묘를 받친 큰 바위인 황금대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 해가 서쪽 하늘에 걸렸을 때 이 바위는 햇살을 받아 황금빛을 띠며 반짝거린다고 해서 황금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산꾼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코스여서 한적하면서도 여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다. 이제 날머리 부근까지 30분이면 족하다.

 통일신라 말기 견훤이 지휘하는 후백제군의 침입 때 숨진 경애왕의 비사가 전해지는 포석정터 앞 주차장에 닿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포석정은 우리나라 사적 제1호다. 곳곳에 보물이 숨어있어서 노천박물관이라는 남산을 다른 코스로 돌아보고 가슴에 품을 수 있어 경주가 고향인 나는 친정에 들린 듯 푸근하다. 봄의 문턱 경주에서 만난 가지산산악회 회원님들을 좋은 명산만큼, 좋은 인연으로 자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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