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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뉴스 속의 화면으로 가구야의 질주를 바라봤지만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일본의 달 탐사선 가구야의 발사장면을 생중계했다. 중국은 첫 달 탐사위성인 '창어 1호'를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다음달 30일쯤 발사할 예정이다. 창어 1호는 무게 2350㎏에, 태양 전지판을 펼친 좌우길이가 18m다.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달 200㎞ 상공을 돌면서 달표면 3차원 사진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한다. 신흥 강국인 인도 역시 자체 개발한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내년에 발사한다. 일본과 중국의 '달의 전쟁'을 지켜보노라면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1960년대 벌였던 우주개발 경쟁이 재연되는 인상이다. 가만히 있을 그들이 아니다. 미국은 2020년부터 달에 기지 건설을 시작해 2024년에 인간이 상주토록 하겠다고 공언했고, 러시아는 2025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보낼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폴로부터 가구야까지 달을 향해 쏘아올린 탐사선의 이름이 대부분 신화속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달에 관한 전설은 세계 어느 나라든 있다. 중국신화에서는 거인 반고가 죽었을 때 그의 머리가 해와 달이 되었다고 하며,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신화에서는 달의 20대 후손이 땅이라고 여긴다. 일본과 중국이 첫 달 탐사선에 이름을 붙인 '가구야'나 '창어' 역시 전설과 관련 있다. 가구야는 대나무 속에서 태어났다는 일본 전설 속의 여자로 달나라 사람이었는데 죄를 지어 지상에 유배당했다가 달나라 군대가 지구로 와 데리고 갔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가구야히메다. 창어는 달에 살았다는 중국 전설상 선녀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계수나무 아래 방아 찧는 토끼가 창어의 화신이라는 설화도 있다.
계수나무 아래 방아를 찧는 토끼를 상상하며 달나라 이야기에 잠들었던 유년의 기억이 잠재된 우리에게도 달 탐사는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내년 4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 첫 우주임무를 맡은 '한국인 1호 우주인'이 선발돼 훈련 중이다. 지난 2000년 첫삽을 뜬 전남 고흥의 '나로 우주센터'도 골격을 갖추고 우리 땅에서 첫 궤도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우주개발사업이 과학자들의 '열정'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첨단의 광학렌즈를 장착한 무궁화위성이나 최초의 위성인 아리랑 위성의 성공에 정부의 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젊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그들을 따르는 과학도들의 희생을 담보한 것이 우리의 우주개발 현주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미래를 대비하는 우주정책이 정부차원에서 총체적 관리를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달나라'는 언제나 '전설의 고향'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