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울산우리병원 박성훈 원장이 언양시장을 돌며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 및 상담을 하고 있다.

달력 끝자가 2일, 7일 날 남천강 인근에는 장이 선다. 쌀전, 채소전, 어물전, 잡화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장날이 되면 촌노, 촌부들이 정성들여 직접 키운 채소 등을 한아름 안아들고 내다 팔러나와 장은 금새 사람으로 북적인다. 대형마트에는 없는 사람과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곳. 바로 언양시장이다.

#'동남권 최대 상권' 세월의 뒤켠으로

 

 

   
▲ 저렴하고 정이 넘치기로 소문난 언양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는 등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언양장은 청도, 밀양, 동래, 양산, 경주, 영천, 그리고 울산까지 7개의 고을에서 산물이 모이는 장이라고 해서 옛날에는 7읍장이라고 불렀다. 당시 언양 인근 곳곳의 사람들은 하루동안 재를 넘고 령을 넘어와 물건을 사고 팔았고, 25리가 넘는 거리에서 둥구리(뗄감)을 지고와 판 뒤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상북, 삼남, 두동, 두서, 삼동, 언양 6개면의 교통중심지이기도 한 언양장은 동남권 최대의 상권을 형성해 3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시를 이뤘다.

 명절이 되면 언양장은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였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흰 저고리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로 넘쳐났단 얘기다. 언양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사돈, 친구, 형과 아우가 만나 서로가 가진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곳이었다.
 언양장이 지금의 형태를 갖게된 것은 40여년 전으로 미나리밭을 매립하면서 기둥에 양철지붕을 얹은 것이 지금의 아케이드 역할을 했다. 한 개의 큰 장을 이루고 있던 언양장은 이때 상가건물에 들어선 매일종합시장, 남천강 건너 길따라 형성된 언양공설시장, 아케이드가 설치된 언양시장 등으로 분리됐다. 

 

 


  7개 고을 산물 모여 옛부터 '7읍장'
주차장·쉼터등 마련되면 활성 기대

    때문에 언양시장은 도심지 상권과 전통적인 장의 특징을 함께 지닌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인근에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시장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언양공설시장에 들어선 장은 한창 번성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그 수가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낙후되기 시작하자 분리됐던 시장 상인들은 통합된 시장 및 상인회를 꾸리기로 뜻을 모아 최근 전체를 아우르는 언양시장상인회를 조직해 등록 신청을 한 상태다.

 

 

   
▲ 울산우리병원 무료진료봉사자들이 상인들을 대상으로 혈압, 당뇨, 골다공증, 체지방 분석, 척추상담 등을 하고 있다.

 언양시장상인회 서정목(65) 회장은 우선 주차장이라도 확보된다면 대형마트에 없는 '인심'이 살아있는 언양시장이 예전과 같은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서정목 회장은 "전통시장은 '인심'을 파는 곳입니다. 물건보다 사람을 보고 사는 곳이지요. 이는 대형마트에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주차장만 확보된다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고, 이는 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품목이 늘어난다는 얘기가 되지요"라고 말했다.

 지금도 시골장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장이기 때문에 주차장시설, 쉼터 등이 마련된다면 관광상품으로서도 언양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서 회장은 "우선 가장 급선무인 주차장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장보고 쉴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또 남천강 인근에 공원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벤트를 준비해 볼거리도 마련해볼까 합니다"라며 "할 일은 많지만 차근차근 필요한 것들을 해나가야지요. 예전처럼 '언양장 구경가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큰 호응'

 

 

 

 

   
 

이날 울산우리병원 의료봉사단이 준비해온 골밀도측정기는 단연 인기였다. 상인이나 장을 보러온 사람이나 모두 고령이어서인지 골밀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38세의 한 상인은 골밀도 측정을 통해 골감소증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랐다. "젊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울산우리병원에서 안왔음 전혀 모르고 살 뻔 했네요"라며 감사를 표했다.
 의외의 결과에 불안해하는 상인에게 울산우리병원 의료봉사단은 "운동하고 칼슘 섭취를 충분히 해주시면 막을 수 있습니다"며 안심시킨다.

 15년째 언양시장에서 반찬장사를 해왔다는 상인도, 20년째 그릇장사를 했다는 상인도 평소 가고 싶어도 생업이 걸려 쉽사리 가지 못하는 병원이 직접 찾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몇 번이고 말했다. 그릇상 전모(60)씨는 "병원가기도 힘든데 이래 와서 해주니 얼마나 좋노. 병원 갈라하믄 겁도 좀 나고. 자주 와서 해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의료부스를 찾아오지 못하는 상인들을 위해 마련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 서정목 언양시장 상인회장

 

고령층 많아 '골밀도 측정기' 인기
수술 후유증 등 고민상담 인식개선

 상인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다리가 당기거나 저리고,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혹여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면 장사를 못하게 되니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또 수술을 하면 2~3년 일을 못한다고 해 겁이 나서 병원을 못 가겠더라는 고민도 많았다.
 의료진들은 최근 수술이 정밀해져 예전과 같은 부작용은 없는데다 수술 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줬다. 평소 갖고 있던 궁금증이나 고민들을 상담 등을 통해 털어낸 상인들의 표정은 한결 후련해 보였다.

 

 

"잘못된 정보로 치료시기 놓쳐... 편견 바로잡는 것이 봉사이유"

 

   
 

[박성훈 울산우리병원장]

 

"울산, 경주 등 동부영남권 지역에서 척추와 관련해선 최고의 병원이 되고 싶습니다"
 수줍게 웃으며 말하던 사람이 환자를 대면하자 순간 진지하고 열의가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다.
 척추전문병원인 울산우리병원의 박성훈(사진) 원장은 의료상담을 하러 온 시장상인의 여기 저기를 짚어가며 상인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 평소 병원을 찾기 힘든 언양시장 상인들의 의료상담을 해주는 그의 말투는 다정하지만 진지함이 묻어난다.

 "도심환자와는 또다른 차이가 있네요. 작업환경이 도심보다 나쁜 것은 사실입니다. 자세나 환경 자체가 척추질환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때문에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이곳에서 의료상담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는 언양시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척추질환자가 고령인 경우가 많고, 또 도시보다 농촌에 많은데 언양시장은 특히 그러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이 대부분 척추질환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심한 척추질환은 수술하면 안된다는 잘못된 정보로 치료시기를 놓쳐 더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한 편견을 바로 잡고,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오늘 의료봉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허리가 아프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보다'하고 무시하고 지나치기 쉽지만 만성적 요통이나 저림 증상 등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빨리 찾는 것이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치료에도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박성훈 원장은 말했다.

척추질환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작업 환경
요통·저림 1~2주 이상 지속 땐 병원부터


 박 원장은 척추전문병원에 대해 종합병원의 복잡한 절차와 긴 대기시간·검사시간 등을 최소화하고, 오랜시간 단일 질병을 치료한 경험을 가진 의사의 진료를 통해 정확하고 신뢰있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오랜시간 단일질병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전문성 있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척추 관련 시설은 대학병원 못지 않게 갖추고 있어 부산이나 서울을 가지 않아도 울산에서 서울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울산이나 경주 등 동부영남권 지역 환자들에게 울산우리병원에 오면 전국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척추와 관련해서는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자신이 있습니다. 동부영남권, 나아가 전국의 척추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울산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글=이보람기자 usybr@ulsanpress.net 사진=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