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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하강(下降)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지난 3·4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9% 증가에 머물러 지난해 4·4분기의 1.6% 이후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 3·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0.5%에 그쳐 6분기 만에 최저치를 면치 못했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도 우리나라 GDP 증가율이 4.4%에 머물러 올해보다 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에 비해 0.9%포인트나 하향조정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민간 경제연구소들 역시 대부분 내년 성장률이 4%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의 처지는 실로 사면초가(四面楚歌)지경에 이르렀다. 불경기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에 부치는 판에 원화가치 급상승과 고유가, 강성노조, 생산성악화 등의 악재 시리즈가 겹쳐 있다. 수출채산성은 나날이 악화되고 국제경쟁력 또한 뒷걸음질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투자환경개선과 경제 살리기는 손을 놓은 채 기껏 한다는 게 순환출자규제 같은 올가미를 새로 만들어 기업경영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1만6000달러였으며, 올해는 1만8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도 글로벌 달러화 약세로 원화 절상(切上)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1인당 소득은 2만 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1인당 소득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나면서 혹자(或者)는 우리 경제가 드디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고들 한다. 과연 그런가? 답은 아니 올 시다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수출에 의존한 위태한 성장을 하고 있고, 북 핵실험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도 1인당 소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원화 절상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 절상으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경제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므로 소득이 증가한 것 같은 착시(錯視)현상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후 지금까지 경제성장률 연 4% 수준으로 눌러앉았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고정투자증가율이 연 1%에 불과하고 소득분배가 악화돼 성장기반이 매우 취약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제지표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즉,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힘에 부쳐 주저앉아 있는 것이 실상이다. 외환위기 직후 발 빠른 구조조정과 함께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자 대·내외적으로 성공적인 위기극복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이후 추가적인 성장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극심한 투자부진과 장기적인 성장침체국면에 접어들고 말았다. 우리보다 먼저 외환위기를 경험한 남미의 여러 나라들도 위기 후 심각한 투자부진과 경제 및 사회의 양극화로 성장동력이 소멸되어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좌초(坐礁)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역사상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는 견해에 동감하고 있다. 그만큼 선진국으로 가는 진입로가 험로(險路)라는 뜻이기도 하다. 소득이 향상되면서 분출되는 욕구를 시장경제 내에 담아내지 못하면 경제결단(決斷)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남미 국가들의 경우 분배와 평등을 지향하는 국민들의 욕구가 차별화를 강조하는 시장체제와 충돌하자 정치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선심정책으로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 목하(目下) 우리나라도 성장과 분배,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념적 대립이 한창이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국가들은 우리의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하루빨리 갈등을 수습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흔들리는 경제를 살려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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