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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저기 누군가 손에 연장을 들고
암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돌과 돌이 맞부딪는 그의 손끝에서
시간이 하나씩 돋아난다.
물보라를 뿜어내는 고래의 시간
물결무늬 아로새긴 호랑이의 시간
사슴의 시간 위엔 선혈이 낭자하다.
놓쳐 버린 시간들이 그물에 걸려든다.
<…중략>
내리는 봄비를 맞고 암벽 곳곳에 하나씩
부활하는 원시의 시간들
그들이 남겨논 시간의 무늬
부는 바람 앞에 나 또한
순간순간 시간 속의 무늬가 되어 가고 있다.

■ 시작노트
인간의 갈망이 어디까지나 갈망 그 자체로 끝날지라도 그것을 시로 형상화냄으로써 타인에게 전달되는 한 인간의 세계, 그것은 인류의 심원한 그림을 닮아 있다. 시를 통해 허무를 깨치고 다시 원숙한 삶의 심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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