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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란 정부가 특정목적 또는 목표달성을 위해 집행하기로 한 모든 결정을 이른다. 개인 간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수단화하기 위한 결정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다른 재화시장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의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섣부른 정책과 함께 시기를 놓치는 일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작년 8월에 도입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조치를 예정대로 금년 3월에 종료하고 대신에 주택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주택 취득세를 추가로 인하하며, 투기지역을 제외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방침이었다. 이른바 3.22부동산대책이었다. 정부는 3.22대책의 효과에 대해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서민, 중산층의 주택거래와 관련한 애로를 해소하고 실수요 중심의 주택거래 정상화를 유도하면서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즉 정책목표는 주택거래의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시장의 정상화였다.

 하지만 3.22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수도권 아파트 값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단지는 2010년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사철 거래가 일단락되면서 전세시장도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거래시장은 수요 문의도 뜸하면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렇게 기대한 만큼의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일차적으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파행 때문으로 보여 진다. 취득세 감면방안에 대해서는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정부들의 반발로 혼선을 빚었으며 분양가자율화는 4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가 무산되어 6월 국회로 넘어간 상태이나 현재로서는 시행가능성이 낮다. 취득세 감면조치는 시행될 예정이지만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태에서 거래활성화는 요원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이번 3.22부동산대책은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역 부동산시장의 경우 취득세 감면에서 나타났듯이 지방정부와는 사전에 논의조차 하지 않아 제2의 신공항 무산에 이어 여전히 지역정부를 무시하는 MB정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진짜 문제점은 사실 다른 곳에 있다. 의사결정의 주체가 부동산시장을 잘 알고 이를 집행하는 국토해양부가 주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와 함께 보이지 않는 선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하다 보니 실효성 있는 정책의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MB정부 들어 추진되었던 정책들은 목표도 모호하지만 목표달성을 위한 방안이 절충식 또는 협상에 의한 의사결정 과정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의 규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나 규제완화와 함께 규제 강화를 함께 추진하여 정부 부처 간의 혼선을 초래하였다.

 이번 대책도 관련되는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발표되었다. 그만큼 관련되는 부처가 많다보니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이러한 이해상충을 어떤 것은 빼고 어떤 것은 더 넣는 방식으로 해결해나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보니 정책은 방향성을 잃고 모호한 목표를 추구하는 물 타기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수급상황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거래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시장침체에도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이제 특정 부처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며 국민경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지방부동산시장에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5.1부동산대책 또한 여전히 수도권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책효과를 논하기에 앞서 걱정만 깊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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