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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살면서 마음을 다스린 깨우친 자들은 세상을 볼 때, 또는 인간을 우주에 견주어 볼때,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이며 현재 이세계가 얼마나 무서운 화엄의 세계인지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하찮은 벌레가 우리에게 별 볼일 없는 미미 존재로 보이듯 우주 법계의 세계에서는 인간이 미충보다 더 작고 볼일없는 존재로 보입니다.
 그런데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의 삶을 보면 더욱 가관이지요. 서로 죽이고 싸우고 도둑질하고 욕심내고 삿되게 간음하고 못된 짓을 해서 악연만 만드니 법계 신들이 그냥 두겠습니까.
 하루아침에 마음만 먹으면, 밥 잘 먹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파리 목숨보다 쉽게 잡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큰 스님네들은 이것을 아셨고 보셨기에 악연보다 선연을 되도록 많이 이어서 마음자리를 키우고 삭이고 소화하여 살아가는 겁니다. 마음자리만 밝히면 신들도 어찌하지 못하니까요.
 악한 인연을 맺은 자는 극락이나 천상 또는 인간으로 몸 받아 태어날 수 없습니다.
 설령 그곳에 간들 자기 마음자리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즐거움뿐인 욕심내고 성내는 마음을 쓰닌 어찌 극락세계인들 편하겠습니까.
 선한 인연을 맺은 자가 악도인 지옥이나 수라세계에 태어날 수도 없지만 설령 그곳에 스스로 간들 살아생전 자기 마음자리 다스려 남 위해 살았기에 지옥세계에 태어나도 항상 마음은 편안학 고요하니 어찌 지옥세계인들 편하지 않겠습니까.


 당송 8대 문장가 중의 한사람인 백낙천 거사가 깨우친 이야기 입니다.
 한때 고을 원님으로 부임한 백낙천 거사는 세상 보통사람들이 다 그러하듯 중국천지에서 자기만큼 글 많이 읽은 문장가가 또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으로 거만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을에 부임한 즉시 수하 아전들을 불러 인사받는 자리에 늘 그랬듯이 좀 콧대 높은 스님네들을 골탕먹이고 싶었습니다. "여봐라 이 고을에서 지존하신 분이 누구인고? 내게 알려다오"
 "예, 원님 이 고을에는 고승 한 분이 계시온데 그분은 밥만 먹고 나면 나무 꼭대기에 앉아 좌선하십니다 그분이 이 고장 고을에선 문장뿐만 아니라 인격으로도 제일 존경받는 분입니다"


 백낙천은 거만한 마음으로 다음날 절을 찾아갔습니다. 저 멀리 절이 보이고 그 절 낭떠러지 옆 큰 소나무 가지에 새가 둥지를 튼 것처럼 스님이 좌선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소나무 밑에 가까이 다가선 백낙천이 물었습니다.
 "스님, 스님, 위험하지 않습니까?" 밑에서 외치니 도림선사가 지그시 눈을 뜨며 말했습니다.
 "난 일체 죽고 사는 생사를 벗어나 위험하지 않소만, 원님이 더 위험하오"
 "아니 나는 땅위에 있는데 뭐가 위험합니까?"
 "자네는 아직 업장이 두터워 한시도 걱정이 떠날 날이 없고, 지금도 재산이 없어질까, 권력이 떨어질까, 집안 권속이 어찌될까 등등 근심걱정 속에 살아가닌 어찌 위험하지 않소"


 백낙천은 들어보고 수긍이 가서 말을 돌렸습니다.
 "아, 스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어 여쭈어 보겠습니다. 불법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도림선사는 과거 일곱 부처님께서 불교란 이것이라고 게송으로 전하신 것을 말했습니다.
 "제악막작하고 중선봉행하며 자정기의하니 시제 불교이니라 모든 악은 짓지말고 뭇선한 행동을 받들어 행하면서 그 마음을 스스로 깨끗이 하여 맑히면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니라"


 이 말은 한마디로 악을 멀리하고 선한 일을 하면서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불교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백낙천은 그만 두 무릎을 끓어 앉아 잘못된 자기 자만심을 사죄하고 그 뒤부터 진정한 제자로서 도림선사를 스승으로 모시면서 항상 겸손하고 겸허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벼는 익을 수록 머리를 숙이고 쭉정이일수록 머리를 든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지혜있는 자는 안에서 구하고 어리석은 자는 밖에서 구합니다.
 지혜있는 자는 세상을 대할 때 그 마음 씀씀이를 보고 평가하고 어리석은 자는 세상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겉 모습, 즉 부자냐 권력자냐를 보고 평가한다는 겁니다.
 사람이 주어진 대로 사람답게 살기한 특별히 어렵지도 않으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두면서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고 늘 겸손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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