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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판매하는 고래축제
소수 '맛보기' 즐거움 보다는
만인 '보는' 관광으로 바뀌길

'울산에서는 고래고기를 먹나요?'
 지난 2009년 태화강둔치에서 열린 고래축제에 회원들과 모니터링을 하며 만난 창원에서 온 방문객에게서 받은 질문이다.
 '고래축제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과 왔는데 고래고기를 판매하고 있어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라며 돌아가는 가족을 보며 씁쓸했던 기억이 2011년 5월 고래축제 홍보문을 보니 다시 떠오른다.

 울산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고래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기간동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고래를 만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울산을 찾아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문객을 맞이하는 축제장에서 고래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역사적 고증을 위해 고래잡이 체험과 재현행사들을 축제의 주요 즐길거리로 두었다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포획이 금지되어 있는 고래를 먹을 꺼리로 알리고 심지어 먹기를 권장하는 고래고기맛자랑, 고래고기시식회, 고래고기판매부스는 고래교육을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관광객들을 난처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고래축제를 주관하는 울산시 남구청 홈페이지에 주요 관광지로 소개된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과 함께 소개된 남구의 맛집 코너에 장생포고래고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남구청의 정책이 고래보호 보다는 고래고기 홍보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은 고래고기가 아닌 고래가 있는 고래축제를 원한다.
 지난 2009년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가 진행한 고래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67.9%는 고래를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72.8%는 전통적 포경국가들이 상업적 포경을 주장하더라도 고래보호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국민 61%는 울산에서 진행되는 관광이나 교육목적의 고래관광(whalewatching)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 했으며, 고래를 잡아서 먹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생태관광의 대상으로 삼는 국제적인 추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인터넷모금 사이트를 통해 고래보호기금을 납부한 기부자가 2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것만 보아도 고래를 먹을거리로 생각하고 고래고기를 즐길꺼리로 홍보하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은 혀로 일시적으로 즐기는 고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울산 앞바다가 고래의 쉼터가 되어 마음으로 즐기는 고래생태관광을 원하고 있으며 울산고래축제에서 고래를 만나고 마음에 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울산의 고래축제는 시민과 전국민이 함께 즐기는 지역의 대표축제가 되어야 한다. 고래축제가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소수의 여흥으로 즐겨지는 고래고기 관광이 아닌 만인의 고래보기 관광으로 바꿔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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