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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금의 집권여당 상황은 한 마디로 블랙 코미디를 넘어 가관이다. 남은 임기동안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것은 없고, 온종일 권력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서로 치고받는 말과 행동도 점입가경이다. 정계개편 방향을 묻는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설문조사 실시를 둘러싸고 통합신당파와 친노(親盧) 진영이 정면충돌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통합신당파가 다수인 비대위는 이번 설문조사가 당내 여론수렴의 일환이라며  6일부터 조사작업에 착수할 방침을 세우고 있고, 이에 친노그룹들은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실력 저지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4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당내 민주주의의 핵심은 토론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라고 강조하고 "당의 진로에 대해 합리적 토론을 거쳐 환골탈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견을 녹이고 하나로 만드는 용광로와 같은 노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설문조사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도 "비대위가 안을 보고하기 전에 의원들로부터 여론을 수렴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친노세력을 비판하는 등 김 의장 입장을 옹호했다.
 우리당은 구체적인 설문조사 문항 내용과 방법, 시기 등을 5일 저녁 비대위  간담회에 최종 보고한 뒤 6일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참여정치실천연대와 국민참여 1219 등 당 사수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공동 기자회견과 당원대회 개최 등 실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참여 1219 소속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비대위가 당헌.당규를 무시하면서 설문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헌법을 유린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당원인데, 왜 그것을 의원한테  물어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비대위 소속의 한 중진의원도 "이번 여론조사는 지도부가 스스로 무능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계개편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설문조사가 아니라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집행부 성토에 나섰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라도 현재 처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자는 측과 최후까지 당을 사수하겠다는 측간의 양보 없는 싸움이다. 그러면서도 국리민복을 외치는 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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