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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울산본부 직원들이 시중은행에 출납해 줄 수십억원의 현금을 옮기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한국은행 울산본부 '너는 누구냐'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먼저 울산본부 2층 화폐전시실을 찾았다.그리고 한국은행 울산본부 관계자 취재를 통해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결국 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로 질문은 귀착됐다. 왜 누구에겐 어려움을 겪게 하고 또 누구에겐 오히려 뜻하지 않은 기쁨을 안겨줄까. 돈이 울산 경제와 지역사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곳 '은행의 은행', 27일 창립 31주년을 맞는 한국은행 울산본부를 낱낱이 파헤쳐 보자.

#울산본부 창립 31주년

달콤함을 좇는 어린이의 로망이 '초콜릿'이라면 어른들의 로망은 단연 '돈'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은 우리 삶의 질은 물론 '인격등급'까지 매길 만큼 절대적인 권력이 된 지 오래다. 인생에 있어 넘쳐서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돈은 과연 어디서 온 걸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찾은 한국은행 울산본부 2층 화폐전시실.

 "엽전이 왜 엽전인지 아세요? 돈을 주조하던 거푸집을 평면으로 보면 돈이 나뭇잎처럼 달려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그럼 '땡전 한닢 없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요? 고종 때 주조한 '당백전'을 '당전'이라고도 했는데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자 백성들이 '땅전''땡전'으로 부른 데서 비롯된 거예요"

 전시실에는 고대 중국의 조개 화폐부터 칼과 농기구 모양의 청동 화폐까지 색다른 화폐가 많았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화폐인 고려 시대의 '건원중보', 은으로 만들어 쪼개서 쓸 수 있던 화폐인 '쇄은', 고종 때 경성전환국에서 최초의 근대 주화로 만든 '일원은화' 등도 차례로 살펴보며 돈의 중요성과 우리 돈의 역사까지 알게 됐다.

   
▲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각지의 돈을 선보이고 있는 화폐전시실에 가면 세계 화폐 상식도 넓힐 수 있다.

#화폐제조·전시실 볼만


이 곳에서는 세계 화폐 상식도 넓힐 수 있다. 독특한 빼닫이식 전시대에는 미국 등 세계 120 개국의 화폐가 정리돼 있다. 그 중 세계 최고의 액면가 화폐는 터키의 1000만 리라(Lira). 0이 자그만치 7 개지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고작 1만 2000원이란다.
 가장 최근 발행된 5만원권 지폐를 중심으로 지폐제조 과정도 전시하고 있다. 5만원권 지폐가 완성되기까지는 총 8개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제지본부로부터 100% 면 소재의 제지를 공급받아 앞·뒤면 초반을 인쇄한다. 망으로 된 스크린 판에 잉크를 새기는 '노타스크린' 과정을 거친 뒤 위조방지를 위한 홀로그램을 붙인다.

 이후 '요판인쇄'로 스크린 인쇄가 끝난 지폐 앞·뒤에 도안을 새기는 작업을 거친다. 요판인쇄에 사용되는 기기는 1대당 가격이 100억원에 육박한다. 요판인쇄는 앞·뒤로 2번을 거쳐야 하며 신사임당 초상이 입혀지는 과정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
 한국은행 울산본부 김지은 조사역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에게 화폐에 대한 딱딱한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화폐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현장교육 위주의 체험요소를 더욱 강화해 관람객의 욕구를 더욱더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시된 내용 중 화폐의 일생에 대한 전시와 위ㆍ변조 화폐 식별법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제치하 화폐 속 안의 사진이었다. 그 당시에 일본에 지배당한 우리나라의 슬픔과 억압을 화폐 한 장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화폐전시실에서는 화폐 한 장에 대한 돈의 가치보다는 그 속에 우리나라의 상징과 그 시대의 배경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 가족, 혹은 연인에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화폐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다면, 한국은행 울산본부 화폐전시관 나들이가 어떨까?

   
▲ 은행 내 화폐전시실에는 한국은행의 역할, 화폐의 일생, 시대별 화폐, 화폐의 비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돈의 역사 모든 것

화폐전시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 모델이 그려진 화폐. 1962년 한국은행이 발행한 100환 지폐에는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색동옷 차림의 아들이 저축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자상이 그려져 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 자금조달을 위해 당시 박정희 정권은 범국민 저축운동을 전개했고 화폐에도 저축 장려를 상징하는 도안을 넣은 것. 화폐 발행 이후 그림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를 두고 소문이 무성했다고. 하지만 100환의 모자상 실제 모델은 당시 조폐공사에서 근무했던 여성과 그의 아들이란다.

 남성도, 조선시대 이씨 가문 인물도 아닌 평범한 여성을 그려 주목받은 100환 지폐. 그러나 이 지폐는 세상에 태어난지 20여일만에 제3차 화폐 개혁 때 폐기되는 비운을 맞는다. 국내 화폐 역사상 최고·최단명 화폐가 된 셈이다. 이에 화폐 수집가들이 가장 손에 넣고 싶어하는 희귀 화폐가 됐다.
 공식통용 화폐가 아닌 기념 주화에는 역사속 여성들이 등장한 적이 있다. 1970년에는 2,500원짜리 동전에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은 여왕인 선덕여왕이 등장했으며 같은 해 50원짜리 동전에는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들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화폐발행·통화조절 등 담당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는 중앙은행(Central Bank)이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중앙은행은 일본은행(BOJ). 우리나라에선 한국은행(BOK)이 중앙은행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은 일반은행보다 훨씬 중요하고 많은 일을 한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게 바로 한국은행의 권한이다. 지급결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외환 보유액을 운용하는 것도 한국은행의 주요 업무다. 그렇다면 울산에 자리한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개인들이 돈을 예금하거나 대출하려면 시중에 있는 일반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역의 은행은 어떨까. 은행 등 금융기관은 한국은행 울산본부를 통해 돈을 맡겨 두거나 빌린다. 은행들이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주는 돈의 일부는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 구한 돈이다.
 은행들도 개인처럼 돈이 궁할 때가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맡긴 돈을 제때 내주지 못 하면 돈이 돌지 않아 금융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은행들은 미리 한국은행 울산본부에 돈(지급준비금)을 맡겨둔다. 때론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 자금(긴급대부자금)을 빌려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응한다. 그래서 '은행의 은행'이란 수식이 붙는 것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우리나라의 화폐를 발행(발권)하는 일도 한국은행 울산본부의 주요 역할이지만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화신용정책'이라고 한다. 물가 안정을 통해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통화량과 흐름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또 지역 중소기업 금융 지원도 시중은행을 통한 간접 방식으로 매년 1,400억원 가량 해주고 있다. 지역의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도 기획 보고서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의 제2도약에 일조하기 위해 지역 밀착형 기획 조사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 밝히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결국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울산경제와 지역사회를 돈으로 확인하는 '거울'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1980년대 설립 이후 한국은행 울산본부의 변화상은 알고보면 울산이 성장해온 모습을 비추는 거울에 다름 아닌 것이다. 글=김미영기자 myidaho@ 사진=유은경 기자 us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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