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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북구 염포동 일대. 원래 이곳은 논과 밭이었으며, 바다 쪽은 갈밭이거나 갯펄이였는데 제방을 축조하여 매립했다. (1971)

염포동은 한 때 조선시대 국제무역항으로, 소금을 생산하던 곳으로 영화를 누렸던 곳이다. 그 때의 영화는 갯벌 속에 고이 간직된 채 세월이 흘렀으며,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공장으로 변모했다.

#일본인 왕래 허락한 삼포중 하나

삼포(三浦). 조선 초기 일본인들의 왕래와 거주를 허락하였던 동남 해안의 세 포구를 말한다. 동래의 부산포(釜山浦), 웅천의 제포(薺浦)와 함께 울산의 염포(鹽浦)를 가리키는 말이다.
 삼포는 특히 고려 말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곳으로 군사적으로 중요시한 곳이었다. 조선은 초기부터 왜구 경략에 힘써 세종 때에는 그들의 소굴인 대마도(對馬島)를 정벌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취하면서 왜구가 발호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후 일본이 무역 재개를 간청, 1426년(세종 8) 부산포를 개항해 왜인들의 거주를 허락했다.

무역중심·군사요충·소금생산지
현대차 공장 들어서 옛번성 재현
옛모습 사진전으로 애향심 도모

    그러나 점차 거주 왜인의 수가 늘어나자 이를 분산시키기 위하여 1436년 염포와 제포를 추가로 개항했다. 이후 세종 말기 부산포에 약 350명, 제포에 약 1,500명, 염포에 약 120명의 일본인이 상주하게 됐다. 왜인들은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 관헌들과 잦은 충돌을 일으켰으며, 결국 1510년(중종 5)에는 삼포의 난을 일으켜 약탈행위를 자행하기도 했다. 이때 삼포의 왜인들은 대마도 군사의 지원을 받아 한때 부산포와 제포를 함락시키고 웅천까지 공격하였으나 조선군의 반격을 받아 대패하고 삼포의 일본인 거류민은 추방됐다. 이 난이 평정된 뒤 조선은 삼포의 왜관을 폐쇄했다.
 
#소금밭에서 유래된 '염포'

염포는 소금밭이 있어 그 지명이 유래됐다. 소금이 만들어지고 거래가 되는 포구였다는 뜻으로 염포로 이름지어진 것이다.
 염포는 지형적으로 소금을 생산하기 쉬운 곳이었다. 태화강 하구 아래 동서로 길게 뻗은 지형이며, 드넓은 갈밭과 갯벌을 갖고 있었다. 갯벌로 들고나는 바닷물을 끌어올려 소금을 만드는데는 더없이 좋은 입지다.
 

▲ 1950년대 북구 염포동. 마을주민들은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였다.

 옛사람들은 소금을 황금보다 귀하게 여겼다. 쓰임새가 많고 크기 때문이다. 소금이 생산되는 곳은 자연스레 생산과 분배 기능과 함께 교역의 중심지가 됐다. 염포는 소금생산지로, 국제무역항으로 큰 영화를 누렸지만 오랜 기간 가난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울산이 산업수도의 면모를 갖춰가면서 옛 번성이 재현됐다. 갈밭과 갯벌이 메워지고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섰다. 이 공장은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최고의 야경

울산의 공단 야경은 그 전경이 출중해 울산 12경의 하나로 통한다. 그 화려한 공단 야경을 있는 그대로 가장 적당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염포동이다.
 현 염포동주민센터의 뒷산인 동축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오르면 울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시가지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서쪽으로는 울산 야경의 보석인 공단야경이 반짝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몸을 덜려 동쪽으로 보면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야경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울산 전역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염포동 동축산 정상의 팔각정이다.

 #'그때 그 모습이 보고 싶다'

염포동은 최근 '우리동 바로알기'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순서로 지역의 다양한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염포동은 주민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주고, 화합 및 일치단결을 통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그때 그 모습이 보고 싶다'라는 주제로 사진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동 주민센터는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자료수집에 들어간다.
 

▲ 북구 염포동은 현대자동차, 현대하이스코, 고려화학 등 공장이 들어서면서 전형적인 농·어촌마을에서 자동차관련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수집할 자료의 내용은 염포의 변천사에 따른 사진을 비롯해 바다사진, 성내와 중리, 신전 등 마을별 사진과 문화재 등 염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총 망라할 계획이다.

 염포동은 울산시를 포함, 향우회 및 염포초등학교 총동창회 등 관련기관 및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여 사진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염포동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올 가을 전시회를 여는 것은 물론, 가치에 따라 책자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윤일호 동장은 "우리 동은 삼포개항지로 6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며 "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옛 사진들을 꺼내어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과거의 추억도 되새기고, 주민 단결은 물론 자긍심을 드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송근기자 song@ 사진=유은경기자 us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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