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 손유미
  • 승인 2011.06.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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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개관 기념 '대영박물관 특별전'
▲ 수호의 상징으로서 용(Protective dragons) <중국 명나라, 1465~1600> 중국 북부 산서성에 위치한 절의 용마루를 장식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한 열은 황룡, 한 열은 청룡을 나타낸다.

울산박물관이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영국 대영박물관(大英博物館, British Museum)전을 마련한다.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이야기(원제 Fantastic Creatures)'란 주제의 특별전은 대영박물관 소장 유물 169점을 22일부터 10월 21일까지 122일간 계속된다.

#영국서 직접 기획…울산 필두로 아시아 순회

▲ 벨레로폰과 키메라(Bellerophon and the Chimaera) <그리스, 기원전 490~470> 키메라는 사자의 몸 꼬리에 뱀의 머리, 그리고 염소의 머리가 등에 달린 불을 내뿜는 괴물 형상을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영웅 벨레로폰이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의 도움으로 키메라를 죽인다.
전시장에서는 서기 1세기부터 19세기까지 세계 문명들 속에 등장하는 신화 속 상상의 동물들이 표현된 조각과 회화, 도자 등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특별기획전은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영박물관이 기획했으며, 울산박물관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제까지 국내외 박물관에서 기획된 전시가 아니라 대영박물관이 새롭게 기획하는 전시를 울산박물관 개관에 맞춰 유치했다는 측면에서 국내·외적으로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대영박물관은 울산박물관 개관 전시를 시작으로 홍콩,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순회하는 전시로 기획했기 때문에 수준높은 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개관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대영박물관이 제시한 여러 주제 중 '환상의 동물이야기'의 전시 주제를 선택한 것은 '반구대 암각화'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울산시민과 어린이들에게 전 세계 동물을 통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반인반수 등 경이로운 생명체…9개로 나눠 전시

▲ 페르세우스, 안드로메다, 그리고 바다괴물(Perseus, Andromeda, and the seamonster) <프랑스, 1600~1625> 고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가 모사되어 있는 거울의 뒷면.
이번 특별기획전은 큰 주제는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현실인가(What is fantasy and what is reality)'다.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세계 각국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표현된 유물을 통해, 신화 속의 존재들이 어떻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희망, 공포를 반영하는가에 대한 역사 문화적 해석을 시도하고자 했다는게 대영박물관의 이야기다.

 전시관은 9개의 소주제(섹션)로 나눠진다. 각 섹션마다 용과 뱀, 유니콘, 불새, 스핑크스, 인어, 그리핀과 키메라 등 세계 각국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과 인간동물들이 등장한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전시실이 '선과 악, 용과 뱀(Good and Evil - Dragons and Serpents)'. 다양한 문화권에 존재한 용과 뱀을 묘사한 유물과 그에 얽힌 신화를 통해 동일한 환상동물이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제2전시실의 주제는 '힘과 의미, 불사조와 환상적인 새(Power and Meaning - Phoenix and Fantastic Birds)'로, 영적인 힘과 지도력을 추상적으로 상징하는 새를 표현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제3전시실은 '사실과 가상, 유니콘과 사자(Fact and Fiction - Unicorns and Lions)'는 실제 현실의 동물임에도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 때 환상동물이 되어가는 모습과, 이들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양상을 살펴본다.

#역사·지역별 다른 문화적 해석 시도

▲ 천둥새 혹은 독수리(Thunderbird or eagle) <콜롬비아 등, 1890~1910> 태평양 북서 연안 카와카와카와크(Kwakwaka'wakw)족이 포틀래치 기간 중 이용했던 모루.
인간은 흔히 현실의 범주를 넘어서는 초자연적인, 다시말해 기이하면서도 한편으로 경이로운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상상하곤 한다.

 '세계 너머, 그리핀과 키메라(Beyond our world - griffin and Chimaera)' 주제의 제4전시실에는 지상의 하늘의 지배자를 상징하는 그리핀과 키메라를 중심으로 기이한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괴물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와 희망, 혹은 수치스러운 본능 등을 상징하고 있으며, 우리의 바로 옆에 존재하는 거미조차도 두려운 괴물이 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심리를 대변한다.

 '인간과 괴물의 경계, 스핑크스와 반인반수 생명체(At the Boundaries - Sphinx and Part-human Creatures)' 주제의 제5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유물을 통해 스핑크스와 같은 반인반수의 환상동물이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서서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키고 보호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의 위협, 인어와 바다괴물들(The Threat from Nature - Mermaids and Creatures of the Water)' 제6전시실에는 인어를 비롯한 바다생물에 관한 유물이 전시되고, '무시무시한 인간, 켄타우로스와 인간 동물(Horribly Human - Centaurs and the Human Animal)' 제7전시실에서는 켄타우로스, 미노타우로스, 늑대인간 등 인간과 동물이 결합된 생명체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여러 동물적인 속성과 야수성, 선과 악 사이에서 변하는 인간의 본성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신성한 존재의 묘사, 신과 천사(Picturing the Divine - Gods and Angels)' 제8전시실에서는 숭배의 대상으로서 인간과 동물의 특성이 결합된 반인반수의 신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동물들은 신의 대리인이자 협력자로서 역할을 하거나 동물이 가지고 있는 일련의 특성이 신의 한 측면을 상징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스스로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목양신 판(Pan)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제9전시실 '공포와 보호, 고르곤과 악마(Fear and protection - Gorgons and Demons)'는 공포와 두려움의 원천으로 인식되는 환상동물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인간 사유의 기회…22일 개막일 무료입장

▲ 성스러운 스핑크스(Divine Sphinx) <이집트, 기원전 945~715> 성스러운 모형배의 뱃머리에 수호자로 세워진 스핑크스. 신의 행차를 방해하는 적들을 물리치는 상징으로 이용됐다.
이번 특별전시회의 진행을 맡고 있는 울산박물관 최현숙 학예사는 "현대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의 틀이 과거에 비해 매우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환상동물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들을 흡수해 재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괴물' 등 영화의 성공처럼 이러한 환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영화와 게임 등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현상의 근원을 찾아 과거로 떠나는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이야기'전은 인간의 사유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며, 지금까지 타시 도에 비해 수준 높은 전시 관람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울산 시민에게 색다른 경험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오는 22일부터 대영박물관 특별기획전이 열리는 울산박물관 전경.
 울산박물관 기획전시실 Ⅰ·Ⅱ(853㎡)에서 관람객을 맞을 준비가 한창인 이 특별기획전은 울산박물관이 개관하는 22일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오후 2시30분 이후)하다.

    전시기간 중 관람료는 어른·청소년 5,000원, 어린이(초등학생 이하) 3,000원이다. 울산박물관 특별(유료)회원은 50%, 단체(20인 이상)는 20% 할인된다.
 

  글=손유미기자 ymson@ulsanpress.net  사진=울산신문 자료사진·울산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