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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단계적으로 성장발달
조기교육보다 감성지능 높이면
평생 학업 성취도·집중력 'UP'

지난 5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사교육 없이 우리 아이 키우기'란 주제의 교육 포럼이 있었다. 이 포럼에서 서울대 의대 서우헌 교수가 "인간의 뇌는 단계별로 교육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부모의 과도한 욕심으로 생기는 조기교육이 아이의 정신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시사해주는 것이다.

 서 교수는 3세~6세에는 종합적인 사고력과 감성을 담당하는 뇌의 주요기관인 전두엽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이때에는 암기위주의 선행학습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이의 건강한 인성·예절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초등기간인 6세~12세에는 언어와 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측두엽, 두정엽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언어와 수학적 교육이 이루어져도 전혀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특성과 시기별로 달라지는 뇌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제껏 일방적으로 무작정 조기교육의 열풍을 따른 건 아닌지 부모로써 진지하게 반성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최근 각종 매스컴과 논문에서 아이들의 시기별 뇌기능과 정서를 고려한 올바른 교육법이 노출되면서 정서지능(EI)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감성(感性)지능(Emotional Intelligence·타인의 감정을 이해·수용하고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즉 정서지능은 쉽게 말해 마음의 힘을 뜻한다. 타인의 감정을 읽을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높으면 EI도 높게 나타난다. 이런 감성지능이 높을수록 학습의 집중력과 성취도에 있어서 더욱 높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EBS 다큐프라임 <엄마도 모르는 우리 아이 정서지능 편>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도미노쌓기실험에서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평균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집중력을 보이며 협동심을 발휘해 미리 세운 전략대로 일사분란한 행동을 보여주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남을 탓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자기감정 통제력, 순간의 충동을 잘 조절하는 아이들이 집중력도 뛰어났고 이렇게 EI가 높은 아이일수록 미래에 성공하는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미국의 실험 '마시멜로의 법칙'에서도 또 한 번 입증된 바 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가 가득 담근 접시를 주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마시멜로를 더 준다고 했을 때 그 유혹을 참아낸 아이는 15%에 불과했지만 그로부터 15년 후, 그 때의 유혹을 참아내고 견뎌낸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미국의 수능 SAT 점수가 월등히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정서지능은 아이의 평생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IQ수치나 학습결과만을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얼마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순간의 감정을 잘 통제하고 타인의 기분을 배려할 줄 아는 지 정서지능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노력해보아야 한다.
 한 인간의 평생 교육과 습관을 결정짓는 정서지능은 어린 시절, 후천적인 경험과 환경 그리고 부모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가 모든 교육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에서 오늘날 대부분 부모들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많은 교육을 해야 아이들의 뇌가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넘치는 것은 아니한 것만 못하다는 옛말처럼 적절한 자극과 교육은 아이의 뇌기능 발달을 도울 수 있지만 과도한 교육은 마치 가느다란 전선에 엄청난 전류를 흘려보내 과부하가 걸려 불이 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각종 정신질환을 안겨주며 오히려 뇌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은 꼭 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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