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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까다가 흠칫 몸 떠는 저녁이다
어슴푸레한 지난날의 어느 저녁에도
양파 까던 여자가 있었다
도대체 양파의 살은 어디에 있느냐고
껍질뿐인 삶은 지긋지긋하다고
양파를 깔 때마다 신경이 날카롭던 여자
양파를 까면서 자꾸만 작아지던 여자
작아지고 작아져 가뭇없이 사라진 여자가 있었다

■ 시작노트
IMF 등을 거치며 도시 빈민으로 내몰린 하층민의 고단할 삶과 양극화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을 다뤘다. 주변의 작고 소박한 대상의 존귀함에 집중함으로써 공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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