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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수상하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지적하고 있다. 올 들어 울산의 아파트 분양가가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드디어 울산시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아파트 분양가 조정에 나선다고 한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가가 쉽게 잡힐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아파트가 누구를 위해 지어지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아파트는 '선 분양'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공급된다. 즉, 팸플릿과 모델하우스라는 '이미지'로 집을 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 분양 제도에 힘입어 공적 자금의 지원을 등에 업은 민간 건설사에 의해 많은 아파트가 공급되고, 그 결과 주택보급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주택보급률 높이기라는 정책은 실패했다. 즉,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신규공급 주택은 총 586만 채로 같은 기간에 주택보급률을 72.4%에서 105.9%로 33.5% 포인트나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이 기간에 자가주택 점유율은 불과 5.7% 포인트가 늘어난 55.6%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는데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우리이라 전체 가구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 분양은 주택공급량을 늘리는데 기여한 반면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을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 결과 집이 아무리 지어져도 일정소득수준 이하의 국민은 아파트 구입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주택보급률이 105.9%에 다다른 지금도 '선 분양'제도 때문에 무주택자가 아닌 집 부자를 위한 아파트 건설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즉, 신규 민간 아파트의 경우 예외 없이 30평형대 이상의 넓은 평형이 중심이 되고, 낮은 용적률과 '공원' 같은 외부환경을 자랑하는 것은 '고급한 환경'을 세일즈 포인트로 한 집 부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일 뿐 집 없는 서민과는 무관하며, 우리 주거문화의 질 향상과도 관계가 희박하다.
 전문적인 경제학자나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도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나 다른 물가, 아파트 자체의 질을 고려하면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물론 아직도 아파트는 더 오를 것이며, 부동산은 원래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은 아파트를 사람이 사는 집으로 보지 않고, 고급 상품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견해를 가진다고 본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아파트는 언제나 가진 사람과 공급자 편이었다. 가장 큰 근거는 아파트 평형이 클수록 잘 팔리고, 넓을수록 비싼 점이다. 아파트는 승용차와 달라서 단지 크다고 고급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넓을수록 단위면적 당 공사비는 싸지는 것이 상식이다. 일반아파트의 경우 같은 단지에서 평형이 다르다고 다른 공법이나 기술이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과 같은 높은 가격은 '아파트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와 달리 이미 아파트는 소유가 가능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공급이 되었기 때문에 어려워진 분양시장에서 사업주체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브랜드'와 '고가전략'을 내세웠고, 그것이 '아파트 불패' 신화에 젖은 많은 국민에게 새로운 투자기회인양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둘러싼 많은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 이후에도 이 신화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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