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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꽃들이 동구를 감싸 안고 한편에는 넓디넓은 푸른 바다가 장관을 이루는 곳, 계절이 찾아오는 길목 늘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말없이 앉아 있는 곳, 동구의 아침! 누군가는 이 아침에 푸른 바다와 나란히 등대 길을 걸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 아침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침이 새로운 곳, 동구의 시작은 내게 있어 새로운 의미와 남다른 삶의 충전을 전해준다. '작지만 큰 도서관' 이것은 나로 하여금 더 큰 삶의 눈을 뜨게 하고 더 넓은 바다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그리고 내 생애 있어 어머니의 부드러운 살결과 같은 마음의 안정과 숨결이 있는 곳이다.

 동구 '작은도서관', 다른 시나 구에 비해 도서관이 좀 늦게 시작됐지만 큰 시행착오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정착하며 체계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에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2월, 화정동 '화정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2010년 2월 남목1동 '남목작은도서관', 같은 해 7월 전하2동의 '전하작은도서관'이 개관을 해 도서관을 필요로 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설레이는 행복을 안겨주었다. 처음 화정작은도서관에서 보이지 않은 열정으로 조금은 특별한 도서관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기존의 도서관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내집 가까이 그리고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감수성이 사라져가는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무뎌져가는 어른들에겐 삶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의 생각보단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서관이 있어야 할 이유가 아니겠는가. 작지만 큰 도서관, 이것은 우리 동구의 오랜 바람과 동시에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숙제이자 자부심일 것이다.

 세곳의 작은도서관이 개관한 지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다른 그 어느 시나 구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도서관으로서 자리매김을 했다고 나 스스로 자부한다. 이것은 아이와 엄마, 또는 공부하느라 책을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청소년들까지 작은도서관엔 언제나 도서관을 찾는 이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로 시작된 도서관에서 제일 가슴 벅차게 했던 것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의 모습이다. 돋보기안경을 끼고 책을 읽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가슴을 벅차게 했고, 책을 읽거나 빌려가기 위해 도서회원증을 만들고, 책꽂이 앞에 서서 이 책 저 책 고르는 모습은 과히 나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고픈 엄마들은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고, 입시의 벅찬 학업에서 잠깐 벗어나 책과 수다를 떠는 여중생들의 밝은 모습에서도 희망을 다져본다. 작은 공간, 예쁜 서가마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며 도서관이 너무 좋다며 한마디 해주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늘 고맙고, 아이들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는 엄마들의 표정과 말에도 즐거움이 묻어난다.

 작은도서관이 있어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더 넓은 꿈과 희망을 준비하는 꿈나무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모아 동구 '작은도서관'이 먼저 앞서가고, 동구에서 그리고 울산에서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로 향하고, 책으로 하나되는 더 따뜻한 세상이 이 봄처럼 얼른 왔으면 좋겠다. 찾아오는 사람 한 사람마다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스승이 되고 자신이 되어가는 곳, 동구의 작은도서관이 그러한 역할에 제일 먼저 앞서가고 있음에 오늘도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동구의 아침을 시작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이제 곧 방어동에 '꽃바위작은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 작은도서관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그 사람들마다 꿈과 희망을 안겨줄 새로움의 여행길, 그 여행길에 '작은도서관'이 함께 하기에 더욱 빛나는 동구가 되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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