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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계혈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빠르게 와해되면서 여성들의 권리 찾기도 한층 극렬해지고 있다. 남녀평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확대, 재생산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가족제도가 남성 중심으로 짜여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5일 세대주인 남성 종중원에게 여성 종중원보다 재산을 많이 나눠준 것을 남녀차별 또는 평등권 침해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도 바로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5년 7월 여성에게도 종중원의 자격을 준 대법원의 '딸들의 승리' 판결 뒤 처음으로 나온 종중재산의 구체적인 남녀 분배에 관한 판결이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우봉 김씨 계동공파 16·17·18대손인 김(65)모씨 등 여성 종중원 27명이 "독립 세대주인 남성 종중원과 똑같은 액수의 재산을 나눠달라"라며 종중을 상대로 낸 분배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과 본이 같은 후손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대와 여자 후손으로 다른 종중원과 결혼해 다른 종중의 후손을 낳아 구성된 세대를 차등화한 것은 설득력이 있는 범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남녀 평등의 관점에서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적자치 원칙의 한계를 넘었다거나 총회의 결의 내용이 제반 사정에 비춰 현저히 불공정해 무효라고까지 단정하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우봉 김씨 계동공파 종중은 지난해 6월 은평구에 있는 종중의 땅이 공익사업 토지로 수용되면서 137억여원을 받자 총회 의결을 통해 독립 세대주에게 50억원, 20세 이상 비세대원과 20세 이상 딸들에게 40억원을 나눠준다는 원칙을 세워 남성 세대주에게 3천800만원, 비세대주와 여성 출가자에게 1천500만원씩을 줬다. 여성 종중원 27명은 차등 지급에 반발해 "합리적 이유 없이 출가한 여자를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토지수용 보상금 가운데 종원에게 배분하기로 한 90억원의 '1/n'인 3천100만원씩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여성 종중원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인의 이영범 변호사는 "여성의 종중원 지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일단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의 이날 판결은 남녀평등권 못지않게 종중재산도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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