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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건설경기가 매우 부진한 모습이다. 건설경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지방경제는 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투자가 줄어들고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권에서 건설관련 대출을 조기 회수하거나 만기 연장을 기피하고 있어 건설 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지방경제는 물론 고용 등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 부실 부동산PF 처리 등을 통한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건설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버팀목이 되어왔고 일자리 창출과 내수기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직시해 건설 산업이 고부가가치 신기술 개발 등으로 재무장하여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 건설업계가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국가 계약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당장 2012년부터 현행 300억 원 이상 공사입찰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가, 추정가격 100억원 이상 공사 입찰로 그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저가투찰 경쟁이 심화되어 낙찰률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이고 낙찰률 하락은 실행 원가를 낮추게 되어 그 손실은 건설업체 뿐만이 아니라 하도급 업체나 장비·자재업체·기능인력 등에 전가됨에 따라 부실공사를 유발하고 건설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최저가 낙찰제는 단기적으로는 예산절감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획부터 유지관리까지 총 생애주기 측면에서 보면 품질저하에 따른 하자비용, 유지관리 비용 등이 추가되어 오히려 예산이 낭비된다는 이유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기피하고 있는 제도이다.

 또한, 최저가 낙찰제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중소건설업체를 사지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300억원 미만 공사는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비중의 85%정도이며, 100~300억원 규모는 시공능력 500~2,000위 업체의 수주 영역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규모의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가 확대 적용되면 지방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감소 문제와 이에 따른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도 심화될 것이다. 지방 중소건설업체는 저가 심의에 대한 대응능력 부족, 저가 사유 발굴 미흡 등에 따라 저가 심사기준이나 과정에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역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경직적인 규제이며 금액을 기준으로 입찰 방식을 강제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일이다. 공사의 성격에 따라 기술제안 입찰, 턴키방식, 대안입찰 등 다양한 입찰방식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주고 전문성을 갖춘 똑똑한 발주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술력이 있고 사업수행능력이 우수한 업체를 발주자가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차제에 국내 건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획일적 최저가 낙찰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 경쟁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계약 제도의 기본방향을 최고가치(Best Value)낙찰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가격 이외에 품질, 기술력, 계약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총 생애주기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게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건설업체 기술 경쟁력도 끌어 올릴 수 있다.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시장에서 우대받고 기술 경쟁을 통해 공공사업의 성과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공공 공사의 입찰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
 신속한 제도 정비와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하여 우리의 건설 산업이 '70년대 중동건설 붐을 일으키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과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였던 것과 같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한국 건설의 역사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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