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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사랑과 나눔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인 냥 치부하지만, 실상은 누구나가 할 수 있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물질적 풍요의 정도가 행동의 잣대가 되지는 못한다. 사실 불우이웃을 돕는 선행일꾼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소박한 우리의 이웃이 많은 것에 놀라게 된다. 굳이 물질적으로 돕지 않더라도 말 한마디나 정성이면 족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울산광역시 북구청에 근무하는 김광오 부구청장의 이웃사랑이 돋보이는 것 역시 '마음의 물꼬'를 스스로 열었다는 데 있다. 봉급생활자로 매달 33만원씩을 떼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기'라는 이름을 붙인 통장에 자동이체, 이 돈으로 따듯한 이웃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도 해수로 벌써 5년째다. 지난 2002년 1월, 공무원생활 33년 만에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을 기념해 월급에서 33만원을 갹출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김 부구청장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처럼 그 사랑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이 심금을 울리게 하고 있다. 스스로의 위치에 감사할 줄 알고 보다 덜 가진 이웃들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 씀씀이가 어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또 그가 들려주는 뒷말이 더욱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게 했다. 그가 33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을 때 '다짐의 글'을 써서 가족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가족들이 크게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공을 따진다면 주위 사람들만큼 큰 것은 없다. 그 고마운 분들에게 하나하나 다 갚아 나가지 못하는 대신 우리 사회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 더 큰 보은이라 생각해 이렇게 결정하게 됐다"는 내용을 편지에 적었다. 그러자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흔쾌히 동의하고 힘을 보태 주었다는 가족자랑도 잊지 않았다. 가족의 사랑과 믿음이 없었다면, 그의 이런 사랑도 단발성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요,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든 부모가 어디에 기부를 하고 싶어도 자식들 눈치를 보는 세상이다. 부모가 죽고 나서 자기에게 돌아올 유산에 축이 나지 않을까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으니, 그럴법한 이야기다. 평생 쓰고 남은 돈이 있다면, 그 돈은 자식들만의 자산이 아니라 사회의 자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어라 자식만 챙기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떤가. 공자가 일찍이 탄식했던 자불자(子不子), 자식 같지 않은 자식만 넘쳐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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