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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가 들려주는 뒷말이 더욱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게 했다. 그가 33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을 때 '다짐의 글'을 써서 가족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가족들이 크게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공을 따진다면 주위 사람들만큼 큰 것은 없다. 그 고마운 분들에게 하나하나 다 갚아 나가지 못하는 대신 우리 사회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 더 큰 보은이라 생각해 이렇게 결정하게 됐다"는 내용을 편지에 적었다. 그러자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흔쾌히 동의하고 힘을 보태 주었다는 가족자랑도 잊지 않았다. 가족의 사랑과 믿음이 없었다면, 그의 이런 사랑도 단발성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요,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든 부모가 어디에 기부를 하고 싶어도 자식들 눈치를 보는 세상이다. 부모가 죽고 나서 자기에게 돌아올 유산에 축이 나지 않을까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으니, 그럴법한 이야기다. 평생 쓰고 남은 돈이 있다면, 그 돈은 자식들만의 자산이 아니라 사회의 자산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어라 자식만 챙기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떤가. 공자가 일찍이 탄식했던 자불자(子不子), 자식 같지 않은 자식만 넘쳐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