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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남구 삼산동 경은저축은행 본점 앞에 붙은 영업정지 공고문을 한 예금자가 유심히 읽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1974년 자본금 3,400억원 규모 울산 본점 등 설립 운영
5,000만원이상 예금 270명·우순위 191명 피해 불가피
오늘 본점서 두차례 예금자 설명회 개최 파장 최소화
유상증자 통해 자기자본비율 5% 못올리면 매각 추진


울산에 본점을 둔 경은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남구 삼산동 본점 건물에는 지난 5일부터 영업정지 소식을 전해들은 예금주들의 문의와 항의가 잇따랐지만 영업정지 시점이 금요일 오후라 큰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월요일인 8일부터 본격적인 예금인출사태가 예상된다.
 특히 경은저축은행 예금자 2만 2,645명 가운데 보호한도 이상의 거액을 예치한 예금자 270여명이 보상받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어 이들 피해 고객들의 집단행동이 예상되고 있다. 후순위채 보유자도 191명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자본금  -141억 잠식

금융위원회가 지난 5일 울산 경은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조치를 내렸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회의를 열어 경은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경은저축은행은 이날부터 6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경은저축은행은 금감원 검사 결과 부채가 자산을 141억원 초과했고,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83%로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경은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심사했지만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영업정지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금요일 오후의 날벼락

"추가로 영업정지하는 곳은 더 없다더니.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걱정이 돼 경은저축은행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추가 영업정지 당하는 저축은행은 없을 거라며 오히려 예금 금리를 올려준다기에 안심하고 예치금을 그대로 뒀는데…. 왜 갑자기 이런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맡긴 돈을 찾을 수 있는지 걱정이 돼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휴가 가던 길을 포기하고 바로 달려왔다"
 지난주 말 전격적으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경은저축은행 울산 본점은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로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휴일이었던 6일과 7일 문이 닫혔음에도 간간히 고객들이 몰려와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엇보다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 조치에 불만을 드러냈다.
 "올 초 대전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 이후 추가적인 영업정지는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정부와 저축은행 측 모두 못 믿겠습니다"
 이날 은행을 찾은 또 다른 방문객은 "다른곳보다 이자가 높아 예금한 적금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영업정지라니 당황스럽다"면서 "5,000만원 미만이라 예금자 보호 대상이 된다 하니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돈을 받지 못할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0월7일까지 2개월간 지급

경은저축은행이 45일 이내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5%까지 끌어올려 자체 정상화가 가능하면 영업재개가 2012년 2월 5일부터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매각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인수자 측에서 기존예금 계약을 모두 인수할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도 보전받을 수 있지만 이도 사실상 불투명하다. 예보와 인수자측의 인수계약에 따라 5,000만원 초과부분은 인수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보장되는 5,000만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매각여부와 관계없이 예보가 보험금형태로 5,000만원까지 지급하기 때문이다.

 경은저축은행은 우선 8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 본점 3층에서 '예금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또 고객에 대한 가지급금은 오는 9일부터 지급된다. 가지급금은 1인당 2,000만원 한도다.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10월 7일까지 2개월 동안 울산을 비롯 마산,진주,김해 등 경은저축은행 각 영업점 및 추후 안내 예정인 농협 중앙회 대행지점에서 가지급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경영권 다툼으로 소송까지

경은저축은행은 1974년 설립된 총자산 3,4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으로 울산(남구 삼산동 1479-5)에 본점을 두고 마산과 진주, 김해 등 3개 지점에 임직원 86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표이사인 안태수씨가 지분 89.4%를 보유하고 있고 경남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지분 9%와 0.8%, 신한은행 0.4%, 정기금융공사 0.4%를 갖고 있다.

 이번 영업정지 사태로 경은저축은행 역시 타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본을 부풀리고 3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4월 현재 기준 재산 실사 결과, 자기자본은 -141억원으로 조사됐다.
 경은저축은행은 한 때 일본계 회사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대주주의 적격성이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현재는 형제 간 경영권 다툼으로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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