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야음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야음상가시장'.


 


10.야음상가시장<끝>


젊은상인들 방문많아 체지방 측정 인기
비만판정 후 어떤운동이 좋은지 묻기도

대형마트 들어서고 재개발로 상권위축
매달 특가판매·소핑몰 연계 활로 모색



#공업단지 조성과 맥 같이한 시장

야음시장은 1960년대 부곡, 용연, 여천, 매암동의 공업단지 조성으로 생긴 시장이다. 당시만해도 교통편이 불편해 근로자들이 야음동으로 이사오기 시작했고, 유입인구가 증가하면서 대단위 주거지가 형성됐다. 처음에는 노점으로 시작된 시장은 지난 1976년에 개설됐다. (주)야음시장이 생기면서 시장은 점차 대단위 주거지 배후상권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야음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야음시장은 야음동 상권의 중심상업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왔던 1997년까지만해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밀려서 장을 보고 다닐 정도였다. 울산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시장이었다고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전했다.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자연히 노점도 늘었다. 점포야 130여개 점포로 변화가 없지만 노점은 시장을 벗어나 KT 남울산점까지도 길게 늘어섰다. 2005년에는 남구청의 재래시장 인증서를 획득했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위축을 받았다. 거기다 시장과 인접한 KT남울산점 뒤편으로 주택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야음시장은 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주유 고객층이 있던 배후 주거지에서 3분의 1 이상이 빈집이 됐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서 타지에서 몰려오던 노점도 점차 줄었다.
 지난 2006년에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아케이드와 바닥 공사를 진행했지만 재개발로 인해 아케이드 등 시설현대화 사업의 효과를 보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해서 그냥 주저 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야음상가시장 상인회는 야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 물건 중 품목을 정해 할인해주는 특가판매를 매달 2회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구룡포 멸치 특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한 활로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5~6년 사이 30~40대 젊은 상인층이 유입돼 온라인을 활용하기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상인회는 한동안 중지됐던 야음시장 한마음축제를 준비해 다시 한 번 야음시장의 활기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27일 열릴 예정인 야음상가시장 한마음축제는 시장 세일과 함께 동네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노래자랑은 물론이고 야음동주민센터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수강 중인 수강생들의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 야음상가시장 상인들이 상인회 사무실에 마련된 무료진료소에서 혈압, 당뇨, 체지방 분석을 비롯한 기초검사를 받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어르신 신세한탄 들어주며 방법제시

"40년이나 같은 약만 드셨다구요? 하이고~"
 야음상가시장 상인회 사무실 내에 차려진 울산우리병원의 무료 의료봉사장에서 한 할머니의 말 끝에 박성훈 원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일흔넷이라는 할머니는 조금만 걸으면 허리가 분질러질듯이 아프다며 척추상담을 받았다. 젊었을 적 디스크 때문에 3년을 누워있었다는 이 할머니는 대구의 한 약국에서 약을 먹었더니 나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약을 40년간 먹어왔다고.

 

 

 

 

   
▲ 박성훈 울산우리병원 원장과 윤홍선 야음상가시장 상인회장이 울산우리병원과 함께하는 허리펴는 재래시장 MOU를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 말 끝에 박 원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리 할머니들이 이렇다니깐. 그렇게 오랫동안 약 드시면 안되요"라고 안타까운듯 말했다. 할머니는 머쓱한 지 약은 지어 먹어도 병원은 생전 안가봤다며 다음에 병원에 들려 진료를 받겠노라 약속했다.
 야음상가시장 상인들 중 무료 진료를 받으러온 상인들은 대체로 젊었다. 그래서인지 혈당이나 혈압, 척추보다는 체지방 측정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할아버지는 체지방 측정을 해보라는 말에 "안한다. 비만인 줄 아는데 뭘"하고는 못 이긴 척 기계 위로 올라섰다. 대다수 상인이 비만 판정을 받았고, 판정 후에는 어떤 운동이 좋은지를 많이 물어왔고, 울산우리병원 봉사팀의 운동요법 등의 설명을 관심있게 들었다.

 사실 많은 상인들이 울산우리병원 의료봉사팀을 찾아 건강상 불편한 곳만 상담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연령대가 좀 높다보니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넋두리처럼 늘어놓기도 하고, 신세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 이야길 듣는 봉사팀들은 수많은 상인들의 이야기 포화 속에도 찡그림 없이 연신 맞장구를 쳐주며 자신의 이야기인양 들어준다. 바로 울산우리병원 의료봉사팀이 찾는 전통시장마다 환영받는 이유다. 이보람기자 usybr@

"매일 30분 웃기·아침 인사하기 등
 상인들 의식변화로 활기 만들고파"

 

 

 

 

 

 

   
 
윤홍선 야음상가시장 상인회장

"시장 상인도, 시장을 찾는 손님도 활기찬 '야음시장'을 만들고 싶어요"
 야음상가시장상인회 3대 회장인 윤홍선(49·사진) 회장은 매일 30분 웃기, 아침에 인사하기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그가 이러한 일들은 하는 이유는 야음상가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그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케이드 등의 시설현대화사업이 아니다. 윤홍선 회장은 무엇보다 상인들의 의식의 변화가 시장이 되살아나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30년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들이 많다보니 작은 변화도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패턴은 달라지는데 상인들의 나이가 많다보니 그 변화를 캐치하지도 못하고 따라가는 것도 안됩니다. 상인이 제일 먼저 변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인근 대형마트 광고나 텔레비전 광고도 많이 보라고 권합니다"
 그의 노력에 야음상가시장 내 상인들은 예전에 비해 특가판매 참여도도 높아졌지만 처음엔 상당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오늘 10원 적자를 보면 내일 100원 이득이 온다고 하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물으면, 대답은 내일 100원 이득을 챙기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원에 목숨을 걸죠. 그러한 관념을 깨기가 어려웠습니다"
 윤 회장은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위해 맞춤형교육이나 친절교육 등을 추진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다수 상인들이 1인1점포 체제여서 교육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생계가 걸려있다보니 1~2시간 짜리 교육도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윤 회장의 생각에는 변함없다. '의식'이 바뀌어야만 시장이 활로를 찾을 수 있고, 현대화된 시설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설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객편의시설과 화장실이다. 공중화장실이 없다보니 상인들도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편의시설이 들어선다면 다문화가정이 많은 야음동의 특성을 살려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도 만들어 주민과 함께하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윤 회장은 말했다.

 "다른 시장은 주차장 얘기하는데 저희한테 주차장은 사치입니다. 시설면에서 개선해야할 것은 일단 제일 먼저 공중화장실이고, 그 다음에 욕심을 좀 낸다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처럼 고객편의시설에서 케이크만들기 등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죠"
 야음시장 상인들의 의식 변화와 시장 내 고객편의시설, 이를 통해 윤홍선 회장이 바라는 것은 어디보다 활기찬 야음상가시장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