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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아 교수로 촉발된 학력위조 사건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안겨주고 있다. 한 사람의 학력위조가 만들어낸 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데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다.


 즉 학력에 대한 문제는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아니며 이전부터 학력위주의 사회가 가진 문제점이 한국사회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이고 다만 이번 사건으로 표면화된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학력주의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점은 인성교육보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능력은 무시되어 다양한 인재로 양성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력주의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이제 학벌주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한 대기업의 채용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클릭하면 먼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 그 다음은 반드시 최종학력과 출신대학을 입력해야 한다고 한다. 지방의 한 중견기업도 소수의 우수인력 충원을 위해 수시채용 위주로 전환하여 수도권 명문대 재학생들에게 몇 년씩 장학금을 주면서 일류 대학 졸업자들을 스카우트 해 온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의 기준은 철저하게 학벌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학벌주의 선호사상은 정말 실력 있는 지역의 인재를 탈락시키게 되고 국가 전반의 능력향상에 있어서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지방대 졸업생이 전공실력이나 성실한 근무 면에서 더 나은 것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유한 학생이 많다는 게 사실이다. 국가 자원이 골고루 이용돼야 국가의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이론의 기본임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학력주의 및 학벌주의는 국가의 통합력을 저해하고 지속적 국가 발전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노자 도덕경 11장에 나오는 글귀로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撚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無)"으로 해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는 뜻이다.
 4자성어로 줄이면 "당무유용(當無有用), 비움이 곧 쓰임이 된다"는 노자의 일절은 지역의 인재가 아직 빛을 보지 못하지만 곧 쓰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니 쓰임이 되기까지 쓸 그릇으로 만들어 보자는 조금 다른 해석을 붙여본다. 다시 말하면, 쓸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들면 비어있는 그릇엔 무릇 채워 넣기가 쉬운 법이다. 비어있기에 그 쓰임새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금 울산은 부산과 대구 등 다른 광역도시보다 경제성장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현안을 고민하는 지방자치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한 결실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현재 울산에서 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에게 대학은 맞춤형 인재양성 및 필요한 인력을 충실히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개혁하여 울산의 인재가 지역기업에 뿌리내릴 수 있게끔 다시 한 번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산학연관 모두가 학벌주의와 학력주의를 극복하여 능력 중심사회로 발전하는 길은 우리 지역의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노자의 말처럼 지역의 인재를 유용하게 쓸 그릇으로 만들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역의 인재양성은 어느 한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고 다 함께 만들어야 할 그릇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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