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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총·대선 경쟁구도 기선잡기 총력전

진보진영 통합이 무산되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의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야권연대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양당의 통합이 끝내 무산돼 야권대통합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며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간의 1대1 구도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한나라당은 야권의 통합 논의에 대해 처음부터 '야합'으로 평가절하했던 만큼 진보통합정당 건설이 무산된데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계기로 한 야권의 분열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은 지난 4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며 양당이 앞서 합의했던 25일 통합 창당대회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북구)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통합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일 일괄 사퇴했다.


 이후 조 대표와 노회찬, 심상정 고문 등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섰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간 통합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러 급작스레 좌초되는 과정을 지켜봤을 때, 야권 통합의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당의 논의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야권통합보다는 야권연대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를 주축으로 범야권을 하나로 모으자며 '야권대통합'을 제안했지만, 다른 정당이 '민주당은 연대의 대상'으로 국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는 별도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을 비롯해 진보 성향의 재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야권 대통합 추진모임인 '혁신과 통합'이 7일 발족식을 갖고 공식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혁신과 통합은 야권 대통합의 모습으로 연합정당을 제시하고 있으며, 통합 후에도 각 당의 정체성을 보장하고 집권 이후에는 연합정부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정당간의 통합이 무산된 지금의 상황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의 선거전략은 우선적으로 통합이냐 연대냐의 갈림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야권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반색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야권의 통합 움직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 논의에 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불편한 동거도 마다 않겠다는 정치적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며 평가절하 한 데 이어 최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비리 의혹 사건을 계기로 야권 연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한껏 높이는 모양새다.


 앞서 치러진 수차례의 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가 지니는 막강한 힘을 경험한 만큼 야권의 통합·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형성에 주력해 다가오는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의 통합은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야권대통합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야권이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돼 진보통합정당의 무산으로 한나라당이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이진호기자 z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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