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이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오가다 보면 따뜻한 국물요리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후후 불며 먹다 보면 몸도 따뜻해지고 슬금슬금 다가오던 감기도 멀찌감치 물러나는 것 같다. 이런 따뜻한 국물요리중에 단연 으뜸은 전복탕이다. 전복은 귀한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행복한 순간을 약속해주는 보물'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최근에는 양식기술의 발달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전복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비싼 음식이다.

 

▲ 삼마의 전복뚝배기와 전복삼계탕.
#바다의 산삼
우리 문헌에는 우리 근해에서 나는 전복에 대한 평가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동서남해에 모두 전복이 있지만 완도와 동래, 호남과 제주에서 잡히는 것이 껍데기가 크고 육질이 푸짐하다고 했다. 여기서 잡은 전복이 품질이 좋은 진품(珍品)이라며 극찬을 했다. 전복이 귀하고 좋은 해산물이다 보니 회뿐 아니라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했다.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우는 전복은 여름철 더위로 몸이 허약해 질 때 먹으면 기운이 솟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주어 황달이나 방광염에 좋다. 목이 타거나 가슴이 저며오는 증상을 가라 앉히고 간장을 강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굴보다 지방함량이 낮으면서 단백질함량은 높고 로이신과 아미노산, 타우린 함량이 월등히 높아 피부미용이나 간장보호 및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체내 흡수율이 높은 전복은 성장기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의 건강보양식으로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전복은 패류 중에서도 가장 맛이 좋고 귀해 예로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바쳐지기도 했다. 비싸고 귀해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이 전복을 제대로 맛보려면 우리나라 최고의 전복 산지 완도로 가면 된다.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완도' 하면 '알부자 천지'라는 말을 듣곤 했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 무슨 알부자가 그리 많겠냐싶지만 우리나라 전복의 80%가 완도에서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여 개의 섬이 바다에 촘촘히 박혀 있는 완도 앞바다는 그야말로 천연 전복 양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도 전복은 수량도 으뜸이지만 특히 부드럽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맛도 전국 으뜸으로 친다.
 이러한 완도에서 생산된 싱싱한 활전복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맛볼수 있는 집이 있다. 바로 남구 신정 1동에 위치한 '해수전복(☎052-269-1522)'.
 

▲ 해수전복의 전복곰탕.
#16가지 식재료로 우려낸 해수전복의 '전복곰탕'
해수전복은 기껏 알고 있는 전복죽, 전복회 정도의 전복요리가 아니고 2년여 자체개발한 요리법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전복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해수전복은 대구에서 매우 유명한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대구를 포함한 창원, 경산, 대전 등 전국 10여군데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일가 친척들이 직접 음식을 조리하고 체인점을 운영하기에 '맛'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있다고 한다.


 해수전복의 단연 인기메뉴는 '전복곰탕'이다. 북어 대가리, 새우, 다시마, 대파, 표고버섯에다가 파뿌리, 시원한 국물 맛이 우러난다는 전복껍질 등으로 2시간 이상 우려낸 국물에 참기름으로 볶아 굵은 소금만으로 간을 한 전복내장, 통마리로 손바닥 반절크기 3~4마리를 넣어 끓인다.


 이제는 맛볼 차례. 커다란 냉면기에 짙은 육수가 가득한 국물, 그리고 활전복이 세마리가 담겨 있다. 보약을 고은 듯한 특별한 음식이다. 해물만으로 우려낸 육수보다 시원하고 뒷맛이 개운하다. 전복과 음식궁합이 좋은 송이버섯도 있어 진정 원기회복 보양식이라 할만하다.


▲ 해수전복.
 전복자체의 맛은 거의 없다. 우러나오는 맛도 거의 없다. 그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전복의 맛이다. 하지만 씹어보니 정말 연하다.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먹기에 부담없겠다. 이 집은 6가지 이상의 밑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모두 엄윤식(52)사장의 손을 거친 자연식이다. 전복탕 등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더욱 음식 본연의 맛이 깊다. 정말 전복곰탕 한 그릇이면 숙취에 시달리는 격이 높은 손님접대에도 이만한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이집에는 술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요리로 전복찜이 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전복 중자인 경우 10여 마리를 양념이 골고루 잘 베게 칼집을 내고 주인이 직접 채취한 자연산 버섯과 파프리카에다가 낙지, 관자, 새우, 게살을 넣어 걸쭉하게 중국요리인 전가복과 비슷하게 맛을 낸다. 부드럽게 씹히는 전복의 맛과 구수한 소스가 잘 어울린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전복 회와 야들야들하게 부드러운 맛의 전복구이도 있다. 요즘같이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었을 때는 살아있는 전복을 얇게 썰어 매콤한 양념에 배, 오이 등을 넣어 비벼 먹는 전복물회가 제격이다.


 해수전복의 엄윤식 사장은 "전복요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일식의 전체요리나 메인요리 옆에 따라가는 부수적인 음식이라 생각한다. 전복 자체의 맛이 독특한 재료가 아니라 맛내기가 더욱 어렵다"며 "전남 완도에서 친척이 전복 양식업을 하기에 전복 식재료는 신선하다. 조미료를 배제하고 채소 등 16가지의 식재료만으로 육수를 우려내고 음식을 만들기에 보양식으로 권해드린다"고 말했다.
 전복을 그 자체보다는 타 재료와 함께 조리해 전복의 맛을 더욱 감칠맛나게 하는 집이 있다. 바로 남구 달동에 위치한 '삼마(☎052-269-3882)'.
 

▲ 삼마.
#전복과 닭이 만났다 삼마의 '전복삼계탕'
전복전문요리점인 삼마는 얼마전까지만 동구 화정동에도 분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달동 본점만 운영중이다. 이 집의 특색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개별적인 방을 제공하고 있어 마치 고급일식집에 온 느낌이다.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삼마 김경하 사장이 직접 주방을 관리하는만큼, 밑반찬들도 오색빛깔을 내며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있어 먹기전부터 식욕을 자극한다. 이집만의 연어샐러드와 각종 장아찌들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입을 즐겁게 한다.


 이 집의 주 메뉴는 전복회와 전복구이가 있지만, 그보다 몸보신에 좋은 전복삼계탕과 전복 뚝배기가 손님들에게 인기다.
 전복삼계탕은 여타 식당들과 다르게 각종해물을 우러낸 육수를 사용, 특유의 연두빛 색깔을 띈다. 이는 전복 내장까지 갈아서 이 집만의 레시피로 만들기 때문에 국물색깔부터가 특이하다. 뚝배기에 나오는 전복삼계탕의 국물은 맛이 깊고 진하다. 특별히 소금이나 후추를 넣지 않아도 해물육수이기에 간이 잘 맞춰져 있다. 전복과 닭이 함께 어우러지니 영양학적으로도 설명이 필요없다.


 전복삼계탕을 양껏 맛보니, 전복 뚝배기로 시선이 간다. 전복 뚝배기는 흔히 전복해물탕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꽃게와 낙지, 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 재료는 물론이고, 이 집만의 특유의 장맛과 해물육수가 더해지니 얼큰하고 깔끔한게 밥도둑이 따로없다.
 삼마의 김경하 사장은 "전복 삼계탕이나 전복 뚝배기는 우리집에서만 맛볼수 있는 별미이다"며 "일반적인 음식들과 달리 제주도 지방의 향토음식처럼 조리하기에 잡내가 없고 담백한 맛을 느낄수 있다. 몸보신하는 데는 전복삼계탕과 전복뚝배기 만한 것이 없다"고 웃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