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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분야 중 최고의 자리로 꼽히는 호텔 조리장.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요리는 단순한 '음식'의 의미보다 더 많은 의미를 안고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접시 안의 예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더 나아가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요리를 만드는지, 그들이 추천하는 요리는 어떤 것인지, 최고라 불리는 그들이 추천하는 요리는 대체 얼마나 맛있을지 '호텔 조리장'이라는 단어를 따라 수 많은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모든 궁금증을 안고 롯데호텔 울산 차이니즈 레스토랑 '도림'의 유준립 조리장을 만나봤다.


▲ 불공을 드리던 스님도 냄새에 이끌려 담을 뛰어 넘었다는 이름처럼 유혹을 이겨내기 힘든 향과 풍부한 맛, 다양한 고급 식재료로 만들어진 '불도장(佛跳牆)'은 보양식으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환절기 보양식으로 추천'불도장'
유준립 조리장이 자신있게 추천한 요리는 '불도장'. 불도장(佛跳牆)은 광동(廣東)요리와 푸젠(福建)요리식 상어 지느러미 수프의 한 형태다. 불도장은 청나라 때 처음 만들어진 이래 그 풍부한 맛과 다양한 고급 식재료의 사용, 특이한 요리방법으로 인해 중화요리의 별미 중 하나로 꼽힌다. 유 조리장은 "쉽게 먹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지만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이기도 합니다. 환절기 불도장으로 몸은 보해 겨우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불도장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설에 대해 유 조리장이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이렇다. 청나라 시대 푸저우의 한 관리가 자신의 부인의 뛰어난 요리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집에서 닭고기, 돼지고기 등 각종 진귀한 재료를 준비하고 소흥주(紹興酒)를 더한 다음, 그것을 항아리에 삶은 고기 요리를 했다. 초대된 손님 중 글재주가 있던 손님 하나가 시를 읊기 시작했다.


 "墵啓葷香飄四隣  佛聞棄禪跳墻來(담계훈향표사린 불문기선도장래)" 풀이하자면 '항아리를 열면 특별한 향기가 근처에 떠돌아서, 불가의 승려도 선(禪)을 버리고 담을 넘어온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불도장이라는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청나라 시대에 걸어서 여행하던 한 학자에 관한 이야기로, 학자가 여행동안 먹을 모든 음식을 술을 담는 토기에 담아 보관, 식사를 할 때 마다 토기를 안에 들어있는 수 많은 재료와 함께 모닥불에 데운 후에 먹었다. 그 냄새가 승려들이 명상하고 있는 사원 근처로까지 퍼졌다. 비록 승려는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돼있지만 그 중 한 승려가 냄새를 따라 담장을 넘어 학자가 요리하는 곳으로 이끌려 오게 됐다. "승려 조차도 이 맛있는 음식을 먹기위해 담을 넘는다"고 해 '불도장(佛跳牆)'이 됐다는 것이다.


 정말 참선하던 스님이 월담할 정도의 맛일까? 불도장이 담긴 그릇의 뚜껑을 여니 방 안에 은은하게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향은 구수한 듯 했다가 달콤한 향도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밀고, 향긋한 인삼 냄새도 은근하게 흘러 넘친다. 투명하고 말간 스프 속으로 다양한 재료가 내비친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어봤다. 고개가 갸웃했다. '이게 무슨 맛이지?'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째 떠 먹으니 스프의 향이 코로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불도장의 맛이구나' 전복, 해삼, 망태버섯, 상어 지느러미, 송이버섯, 물밤…. 안에 든 재료를 하나씩 입에 무니 아삭아삭, 쫄깃쫄깃 다채로운 식감이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쿵푸팬더2'에서 '포'가 말했던 'Inner Peace'가 느껴진 듯 하다.


 유 조리장이 한 가지 팁을 더한다. "위스키를 한 스푼 정도 넣으면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한 요리에서 두 가지 맛을 느껴볼 수도 있지요. 두반장이나 굴소스를 넣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말보다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했다. 롯데호텔 울산의 '도림'을 찾아 직접 유 조리장의 '불도장'을 맛보길 권한다. 불도장 노멀 8만원·스페셜 10만원(부가세 10% 별도)

▲ 산해진미 좋은 재료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전가복(全家福)'은 온가족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
#푸짐한 해산물과 야채의 조합 '전가복'
유 조리장이 추천하는 또하나의 요리는 '전가복(全家福)'. 말그대로 온 가족이 다 행복하다는 이름의 요리다. 중국에서는 혼인까지 한 자식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전가복이라고도 한다는 유 조리장의 설명이 뒤따른다. 전가복은 가족들이 오랜만에 식탁에 모여 힘든 일, 어려운 일을 터놓고 격려하며 먹는 음식, 가족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음식인 셈이다.


 이는 유 조리장의 요리철학과도 상통한다. "음식을 먹을 때 만큼은 엔돌핀이 샘솟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온가족이 도림에서 음식을 먹고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담아봤습니다"
 전가복은 전복과 갑오징어, 해삼, 새우 등을 야채와 곁들여서 먹는 음식이다. 그는 "푸짐하고 깔끔한데다 먹기도 번거롭지 않고 좋다"며 "중국요리가 느끼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담백한 맛이 일품인 요리"라고 선택 이유를 댔다.


 오동통한 새우가 입 속에서 오도독 터지고, 향긋한 송이버섯 향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전복까지 거드니 다양한 해산물이 입 안에서 '전가복(全家福)'하다. 스몰 5만5,000원·레귤러 6만원(부가세 10% 별도). 문의 ☎052-960-4280~1.


▲ 롯데호텔 울산 차이니즈 레스토랑 '도림'의 유준립 조리장.
"기본에 충실…요리에 마음 담고파"
 "'요리 1인자' 아닌 '마음을 담은 요리'를 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유준립(47) 롯데호텔 울산 차이니즈 레스토랑 '도림' 조리장은 인상 좋은 얼굴로 웃어보였다. 좋은 인상을 마주하고 나니 그가 만드는 요리가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유 조리장은 지난 18살이 되던 지난 1980년대 초부터 요리를 시작해 올해로 요리인생 29년째를 맞았다.


 홍콩에서는 페닌슐라 호텔과 자링루 중식 레스토랑 등에서 연수했고, 국내에서는 서울 프라자호텔, 강남 리츠칼튼, 신라호텔을 거쳤다. 롯데호텔과 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1년이다.
 유준립 조리장은 5명의 대통령에게 상을 차려낸 경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 2명은 메인 요리사 옆에서 부요리를 만들어 대접했고, 3명의 대통령에게는 메인 요리를 차려냈다.
 1명도 아닌 5명의 대통령의 중식 만찬 조리사로 파견됐다는 경력은 손꼽히는 조리사 중에서도 특이한 경력이다.


 그를 통해 듣는 대통령의 음식 취향은 흥미로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밀가루를 안 드시고,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 시절보다 대통령이 된 후 간을 싱겁게 드시더라구요"
 그는 요리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고 했다. 요리는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항상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학교다닐 때보다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요. 요리는 맛과 식감, 그리고 보이는 것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무던히 노력을 해야 하죠"
 그가 요리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본'이다. 요리방법, 시간, 재료 등 기본을 충실히 지켜야만 본연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이라는 것에는 어머니가 만든 음식의 맛이 '손끝'이 아닌 '마음'이 담겨 맛있듯 음식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만들어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저는 '요리 1인자'에는 관심이 없어요.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제자들이 '조리장님은 땀 흘리고 일할 때 더 즐거워보인다'고들 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야 최고의 맛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유 조리장은 보다 중국 요리가 널리 활성화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접해보지 않으면 평생 못 먹어볼 수도 있죠.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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