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5일 전국 동시다발적인 정전사태가 일어나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 뒤 정치권에 의해 밝혀진 바로는 이 날 예비전력 제로상태가 무려 100분간 지속되었다고 한다.
 울산지역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도심 전체 750여개의 신호등 가운데 40~50개 주요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통 혼잡사태가 빚어졌다.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도 속출했다. 울산소방본부측은 "이날 오후 3시40분부터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30통 가까이 걸려와 구조대원들이 급히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울산 주요 기업체와 일부 은행, 지역 공단 등의 각종 업무도 일시 마비됐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컴퓨터가 일시에 마비돼 30분 정도 업무에 차질을 빚었고, 일부 비상 발전기가 없는 기업의 경우 전화까지 마비됐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전기를 계속 많이 쓰게 하는 사회구조를 유지시키고 전기를 덜 쓰는 사회구조에는 무신경해왔던 대한민국에 보내는 값비싼 경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도 핵발전소를 더 늘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22일 유엔원자력안전고위급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며 "한국은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명박정부의 한국전력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국가전력 지휘체계를 블랙아웃시켰다는 논리도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를 담당하는 한국전력 임원진에 전기 전문가는 없고 대통령과 여러 라인으로 인맥을 형성한 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소위 복덕방이라는 실랄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관의 책임문제나 인사의 문제를 제쳐둔다면  에너지 수급 체계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이 일치한다.
 우리나라의 전력공급은 전국망으로 형성되어 있다. 울산부근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울산 부근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압구정까지도 공급되는 체계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집중형에서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서 소비되는 '지산지소' 방식의 '분산형 전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분산형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 보급되어야 한다. 태양광에너지, 음식물이나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매스에너지 풍력에너지 등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대부분 지산지소 방식이다. 전력을 생산한 곳과 소비하는 곳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 지역이 필요한 전력을 해당 지역이 생산하는 방식이므로, 정전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의 범위가 제한된다. 또 생산과 소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시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에너지 수급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꿀 때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공급만 늘려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규모는 세계 25위인 반면,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1위 수준이다. 소득 수준과 비교해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는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인데, 이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독일, 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울산은 에너지 소비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축, 도시계획, 시민교육 등 전 분야에서 중장기계획과 시민참여가 필요하고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에너지다소비도시 울산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선도하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