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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하복국의 복국.

술마신 다음날 숙취를 푸는데 최고의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복지리이다. 간밤에 술자리에서 혹사당한 쓰린 속을 달래는데는 시원하고 담백한 복지리만한 메뉴가 없다. 특히 가을로 접어들며, 따뜻한 국물생각이 나는 요즘 최상의 선택이 있다면 복지리가 최고로 추천할만 하다.

#금지된 요리의 중독성
복지리를 포함한 복어요리는 맛도 맛이지만, '금지된 것'이란 매력 탓에 미식가들을 더욱 열광시킨다. 예부터 복어는 독성을 가진 탓에 끝없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금지된 것이라면 꼭 맛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욕구이다. 따라서 독성을 제거한 복지리 등 갖가지 복어요리법이 등장했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맛보았던 복요리는 '최고의 음식' 반열에 당당히 오르게 됐다. 아직까지도 복어의 맛에 대해서는 '조리한 뒤에도 남아 있는 약간의 독성'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 약간의 독성이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도 있다.


 복어의 간장이나 난소 등의 내장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맹독이 있다. 독성이 강한 종류의 경우 1마리에 성인 33명을 사망케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다. 청산가리보다 13배 강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복어에 다 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중에는 껍질과 내장 등에 모두 독을 갖고 있는 것도 있고, 내장에만 독이 있는 것도 있다.


▲ 초원복국의 복국 정식.
 또 독성이 없는 복어도 상당수 있다. 보통 식당에서 복회나 복탕에 사용되는 참복과 은복(밀복), 까치복, 황복 등은 무독한 복어로 꼽힌다.
 복어의 담백한 맛의 비밀은 1%에 불과한 낮은 지방량에 있다. 또 건강식으로서의 복어는 지방량의 20%이상이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EPA·DHA 등 불포화지방산이라는 점에 있다.


 이처럼 몸에 좋은 복지리는 매운탕과 달리 맑게 끓여내는 복지리는 일본식과 한국식 두가지가 있다. 보통 일반 복요리집에서 내놓는 복지리는 복어머리를 고아낸 국물에 마늘과 콩나물 미나리를 듬뿍 넣고 끓여내는 한국식이다. 반면 일본식 복집에서는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지않고 다랑어(가쓰오부시) 국물로 담백하게 끓여낸다. 끓여내는 방법과 재료가 다른만큼 한국식과 일본식은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한국식 복지리가 '시원한 맛'이 특징이라면, 일본식 복지리는 '감칠맛'을 내세운다.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보양식으로 이름난 복지리는 시원한 국물이 일품으로 요즘같은 환절기에도 입맛을 돋구어주는 음식이다.


▲ 초원복국 전경.
#초원복국의 '복국 정식'
울산에서도 한국 복지리의 시원한 맛을 느낄수 있는 두곳이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바로 남구 신정 2동에 위치한 '초원복국(☎052-268-5293)'이다.
 부산 초원복국이라하면 한번쯤 들어봤음 직하다. 지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자 당시 원내 3당인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 4당인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과 3당 합당을 단행했으며, 1992년 대선은 김대중·김영삼의 양자대결구도로 압축됐다. 민자당 후보인 김영삼 측은 부산의 '초원복국'에서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비밀 회동을 가졌고, 이 회동 내용이 녹음돼 공개된 것이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이다.


 어찌됐던 정치에서도 오르내릴정도로 유명한 맛집이 초원복국이다. 부산 초원복국과 지점격인 울산 초원복국 두곳을 운영하고 있는 김봉식(59)사장은 29년간 복어요리에 매달리고 있는 복어예찬론자다. 김 사장은 부산에서 최초로 복조리사 자격증을 따냈고, 지금도 직접 주방에서 복어를 손질하고 조리한다.


 이 집은 지난 2007년 12월께 문을 열었다. 복 샤브샤브, 복수육, 복튀김, 복찜, 복불고기 등 다양한 복어요리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복하면 복지리가 단연 으뜸.


 10분정도 기다리니 복지리 정식이 나온다. 일단 푸짐하다는 느낌이다. 김치, 각종 쌈 외에도 맵싹한 복무침과 복튀김도 함께 차려진다.


 미나리와 콩나물속에 큼직한 복어가 담겨 있다. 미나리가 가진 성질 중에 해독작용과 여러가지 성분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저항력을 향상시켜 주므로 복어와 미나리는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반찬은 특별하지 않지만 모두 깔끔한 편이다. 복어도 김 사장이 부산수협시장에서 손수 골라온 복어만 쓰기에, 신선도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때문에 씹으면 쫄깃거리는 식감이 좋다. 콩나물도 십수년전부터 콩나물을 전문으로 키우는 농가의 것만 사용한다고 한다.


 김 사장은 "부산식 초장을 찍어 먹는 맛이 바로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복국의 맛"이라며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끔 다양한 복어요리가 준비돼 있어 한번 드셔보고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 어하복국 전경.
#어하복국의 '복계탕'
또 복어를 타 식재료와 함께 조리해 인기를 끌고 있는 집이 있다.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어하복국(☎052-245-0677)이다.
 이 집은 복어와 삼계탕을 합한 복계탕이라는 이색음식을 내세우고 있다.


 큼직한 뚝배기에 영계와 복어가 한데 어우러져 나온다. 이 음식은 진한 육수에 그 비법이 있다. 복어 뼈와 닭뼈, 소뼈 등을 수시간동안 곰국처럼 끓여내 국물을 우려낸다. 그리고 이 집만의 특제 양념이 맛을 낸다.


 진하지만 시원한 맛이 다른집에서 느낄수 없는 맛이다. 거기에 복어의 식감과 닭의 육질을 고루 느끼니 씹는 맛도 있다.


 9년간 복어요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박기만(35)사장은 젊은 나이지만, 복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복지리나 복계탕에 쓰이는 복어는 동구 방어진에서 직접 박 사장이 가져온다.
 박 사장은 "어하복국에는 복계탕뿐만 아니라 복튀김, 복수육 등 복어 고유의 맛을 느낄수 있는 요리도 많이 있다"며 "그중에서도 숙취해소가 필요하다면 어하복국의 '복계탕'을 적극 권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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