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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책읽기 좋다'는 가을이다.
 계절을 떠나 요즘은 전 사회적으로 책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책벌레'와 '독서마니아'라는 단어는 이제 식상할 만큼 '책에 미친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단어도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가 자신의 책 제목 중에 쓴 '탐서주의자'라는 표현과 조선 실학자 이덕무가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라 하여 칭한 '간서치(看書痴)'라는 말도 책읽기 열풍을 통해 새롭게 접하게 된 단어들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그쳤던 '서재 꾸미기'가 이제는 '거실을 서재로!'라는 제목을 가진 문화운동으로 퍼지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런 긍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독서는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일인 것도 엄연한 현실의 한 축이다.
 지난해 가구당 서적 구입비(참고서 제외)가 한달 평균 7,600여원이라고 한다. '지름신이 오신 탓에 어쩔 수 없었다'며 충동구매 뒤 카드값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봤어도 '지름신이 강림해 책을 무더기로 샀다'는 사람은 좀체 보기 힘들다.
 이런 현실이지만 그래도 책에 미친 사람들의 얘기는 계속 출판되고 있다.
 최근 나온 신간 하나가 눈에 띈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가 그것이다. '역사는 책벌레가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세종과 정도전, 이황과 조광조 등 시대의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은 모두 책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그런 탐서가들은 못될지언정, 유독 가을만 되면 책 한권 읽는 것이 과제인 듯 쫓기며 살진 말자. 책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사유의 힘'과 '세상을 보는 눈'은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그래서 이 가을, 제안해 본다. '책친구'를 갖자. '술친구'나 '운동친구'는 많아도 책친구는 드물다. 서로 책 한권 권하며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 보자.
 많이, 빨리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가끔 만나 얘기하더라도 그 책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교류하고 삶이 깊이를 나눌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할까. 그 '충만한 관계'를 맺고 또, 누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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