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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를 안겨준 애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췌장암을 비롯한 췌장질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2% 정도에 불과하고 2년 내 재발율이 80% 이상일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이다. 위암과 갑상선암 등 10대 암의 생존율은 의술의 발달과 조기진단 덕에 생존율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췌장암의 생존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동강병원 외과 김강성 전문의에게 췌장암과 예방,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5년 생존률 5%…치사율 가장 높아
다른 장기 둘러싸여 조기발견 애로
음주·흡연·만성 췌장염 등이 원인
금연·식생활개선·운동으로 예방을

# 췌장은 어디?
췌장은 명치 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위치한 일종의 소화기관으로 각종 소화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해 장내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조절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췌장은 약 15cm의 가늘고 긴 모양으로 위장의 뒤에 위치하며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고, 분비된 소화 효소들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고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과 섞이게 된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두부(머리부분), 체부(몸통 부분), 미부(꼬리부분)로 나뉘는데 두부는 담관(담즙의 배출 통로)과 연결되어 있어 두부에 췌장암이 발생할 경우 담관이 막히게 되어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1~2리터 가량의 췌액이 분비된다.
 
# 췌장암이란?
췌장암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를 말한다. 췌장암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90% 이상은 외분비 세포에서 발생한다. 특히 췌관에 잘 발생해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 선암을 일컫는다. 그 외 낭종 선암(낭선암), 내분비 종양 등이 일부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췌장암의 약 95%는 소화액을 생산하는 췌장(외분비성 췌장)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암에 비해 예방과 생존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다만 흡연은 췌장암의 발생 위험성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췌장암과 췌장염의 원인
췌장암의 위험인자로는 흡연, 만성 췌장염, 고열량, 고지질 식사, 남성, 50세 이상의 고령, 방사선, 화학물질, 오래된 당뇨병 등이 있다. 전체 췌장암 발생 중에서 흡연이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비율은 약 30%이며, 고열량, 고지질 식이가 20% 정도를 차지한다.
 췌장염의 흔한 원인은 담석과 알코올로 보는 것이 정석이다. 술은 췌장의 선방세포를 공격해 췌장에 일시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술을 자주 마시게 되면 술에 대해 췌장이 견딜 수 있는 역치가 점점 낮아져 췌장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만성췌장염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췌장암 환자발생 비율이 15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김강성 전문의는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은 일상생활에서 피해 췌장암을 예방해야 한다"며 "금연,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 및 적당한 운동 그리고 고지방, 고열량 식이를 피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의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췌장암 조기발견 가능할까?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췌장암의 자각증상이 다른 소화기계 증상들과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복통과 식욕부진, 체중감소이다. 췌두부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에서 황달이 나타나지만, 췌장의 체부와 꼬리부분에 발생하는 경우는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기름진 변의 양상을 보이는 지방변 또는 회색변, 식후통증, 구토, 오심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의 경우 바로 췌장암을 의심하기 보다는 위염, 위궤양, 만성피로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악성 종양의 경우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위암과 대장암 등을 우선적으로 의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증세가 심각해진 상태에서도 바로 췌장암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 췌장암의 진단
췌장암 진단은 복부 초음파를 먼저 시행해 확인한다. 하지만 췌장이 위나 대장 등 다른 장기들에 파묻혀 있어 잘 관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장에 가스가 차 있거나 배가 많이 나온 환자들은 췌장 자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또는 자기공명영상술(MRI)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영상진단을 통해 절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종양이 췌장에 국한되고, 중요 정맥이나 동맥의 침범이 없는 경우이다. 중요 동맥이나 정맥에 침범이 있는 경우는 종양의 절제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영상 진단에서 절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술 전 조직 검사 없이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제 가능한 경우 수술 전 조직 검사 시행으로 인해 복강 내 전이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직검사에서 췌장암이 아니라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췌장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고 근치적 절제가 가능한 암일수록 가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비록 극소수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특히 근치적 절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췌장암에서는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췌장암이 의심되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으로 종양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내시경과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췌장을 촬영한 후 수술 결정을 하게 된다. 직경 1cm 정도의 튜브를 구강을 통해 식도와 위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진행시킨 후 췌관 입구를 관찰하는 것이 내시경에 의한 진단법이다. 내시경 시행 이전에는 금식이 필요하고, 분무기를 이용해 구강 마취 후 시행한다.
 환자의 전신 상태가 수술을 시행하지 못할 정도로 안 좋은 경우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 또는 자기공명영상술 결과 중요 정맥 또는 동맥에 침범이 있어 절제 불가능한 경우, 간 또는 복강, 기타 장기에 전이가 있어 절제 불가능한 경우, 절제술 이전에 종양의 범위를 줄 일 목적으로 방사선 및 항암화학요법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췌장암임을 확진 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운다.
 조직 검사는 신체 외부에서 가는 바늘을 사용하여 시행할 수도 있고,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시행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췌장 조직이나 세포는 일정 처리 과정을 거쳐 현미경으로 세포와 조직 구조를 관찰하고 췌장암으로 확진한다.
 
# 췌장암의 치료
췌장암의 치료는 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적 절제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15~20%에 불과하다. 췌장 주위의 중요 혈관에 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절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과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6개월로 알려져있다. 2003년 췌장암 판정을 받은 잡스는 8년만에 결국 목숨을 잃었다. 수술 가능한 환자에서 생존률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서 비해 월등히 좋아 5년 생존률이 약 40~60% 정도이며 과거에는 수술적 치료 합병증 발생률이 높았지만 현재는 약 10% 내외로 안전하다.
 동강병원 외과 김강성 전문의는 "복통이 동반되고 갑작스런 체중감소, 당뇨병이 갑자기 발생한 경우, 당조절이 안될 경우(당뇨환자)에는 췌장암을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췌장염 환자의 경우 췌장암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검사를 자주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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