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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층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해동안 매일 393쌍이 혼인하고 320쌍이 이혼했다.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1, 2위를 다툰다고 한다. 또한 20년 이상된 황혼 이혼율도 20년 전보다 4배이상 증가추세다. 서울 가정법원에 소송및 합의이혼으로 접수된 신청율을 보면 총 2천58건 중 결혼한 지 26년 이상된 부부가 391건(19%)로 가장 많았다. 30년 가까이 평생을 함께 동거동락, 산전 수전 모두 겪으며 이제는 눈짓, 맘짓, 느낌 하나로도 모든 걸 훤히 알 수 있을 만큼 서로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한 노부부다. 하지만 황혼에 이르러 이혼이라는 쓸쓸하고도 허무한 극단에 이르게 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지난 23일 울산광역시 소공연장에서 막을 내린 상주 극단 물의 진화의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를 관람하고 이혼, 그 쓸쓸함의 이유에 대해 해답을 찾아 보려한다.

 첫사랑이었지만 짝 사랑만으로 오랜세월 가슴앓이했던 박동만(전민수 역)은 과부로 홀로 살아온 이점순(전언미 역)의 집을 찾아와 하숙하게 되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20, 30년전 아내와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에게 조차 소외된 두 노인네가 재회해 정들어 가고 동거까지 이르게 되면서 겪는 일상의 정겨운 에피소드들이 우리로 하여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했다. 간혹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얼른 달려가 받으려면 자식들이 걸었다가도 이내 끊어버리는 단절감에 노인네가 느꼈을 소외감은 왠지모를 안타까움을 던져 주었다. 시한부 삶을 앞두고 있는 역중 이점순을 위해 집 앞 마당에서 은반지를 나눠끼며 결혼식 예행 연습을 하는 두 노인의 장면은 우리모두의 초혼의 들떴던 결혼식 장면을 다시 떠 올리게 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극중 박동만이 힌 머리가 다시 검은 머리가 되도록 영원토록 사랑 하겠다고 혼인선서하며 흥얼거리는 립 웨딩마치 또한 뜨끈한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황혼 재혼식을 하고 난 뒤에 함께 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박동만은 다섯번의 탈락 끝에 겨우 운전 면허증을 따게 된다. 하지만 이미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점순의 영정 사진을 그리운듯 바라 보고 있을 때 한통의 편지와 함께 소포가 배달 된다. 이점순이 생전에 박동만을 위해 병환 중에도 한 올 한 올 짜가다가 못 다 완성한 털쉐터였다. 그것을 그녀의 딸이 마저 완성해 보내 온 쉐터를 입으며 박동만은 오열하며 막은 내린다. 그와 함께 첫 사랑 보다 더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 또한 쓸쓸히 막을 내린다.

 이점순역의 배우 전언미는 여고 졸업후부터 울산 연극계에 입문한 울산의 토종 여배우다.어느새 그녀의 나이도 훌쩍 사십이 넘었다. 중년의 나이 만큼 그녀의 연기도 지난 세월만큼의 안정과 자신감을 찾았다. 2인극이기에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극 구성을 쉽고 친근한 일상적인 대사들과 극적 위트들로 채워간 두 배우의 조화로운 연기가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극 반전을 위한 힘이 다소 미약했던 연출구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견 관객들을 위한 연극 작품이 흔치 않은 우리 연극계 현실이다. 익을대로 익어 황금빛으로 고개를 숙인 들녘에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와도 같은 작품을 계속해 이어가는 극단 '물의 진화'의 공연을 기대한다.

 울산 연극 공연계의 공연장 상주 시스템은 새롭고 지역 극단들에겐 고무적인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97년 울산 광역시 승격이후로 7대 도시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유독 울산 시립극단의 창단은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표류, 보류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지역 공연장에 울산의 극단들이 한시적이나마 상주하고 시 예산을 받아 작품을 올리는 것은 예전의 힘겨운 극단 사정들로 비쳐보면 고무적인 제도다. 하지만 수 년째 지역 연극인들의 숙원인 시립극단 창단을 보류하기 위한 방편이 되어선 곤란하다. 모든 예술행위는 혼탁하고 매마른 삶에 활력소가 되는 가치로운 예술이다. 더구나 연극예술은 심약하고 상처난 영혼들을 위해 무대위 배우들이 대신 뿜어내는 삶의 발전소 역할을 감당해내는 예술이기에 더욱 값진 예술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문화도시로 한걸음 더 발돋음하기 위한 시립극단 창단 문제를 관련기관은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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