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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고3 학부모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수능을 앞 둔 어머니, 아버지로서 자식의 미래를 향한 희망과 걱정으로 12년 세월을 온몸으로 가르침을 베풀어 오신 우리 고3 학부모님들께 마음 힘 찬 박수를 보냅니다.
 어머님! 밤늦도록 잠과 시름하며 수험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 옆에서 차마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여 안 서러워하던 당신이었습니다. 옆에서 나마 응원을 보내고자 함께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당신의 그림자를 우리네 아이들은 틀림없이 보았을 것입니다.
 아버님! 사랑하는 아이의 밤늦은 귀가에 혹시라도 걱정되어 집 앞까지 나가 서성이셨던 당신입니다. 저 멀리서 비춰오는 스쿨버스 불빛을 맞으며 아이의 가방을 향해 내민 당신의 손이 뜨스함으로 다가 갔던 것을 우리네 아이들은 보았을 것입니다.
 수능을 앞둔 친구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신과 수능의 갈림길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친구들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누구나 가는 길이라지만 어린 우리 친구들의 겪은 긴장과 불안은 선배로서 충분히 공감이 간답니다. 무사히 그 평가를 떳떳이 받고자 출정하는 친구들이 믿음직스럽습니다.

 친구들과 학부모님! 수능은 성인 사회로 나아가는 첫 관문입니다. 그렇듯 이것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 합니다.
 1995년 11월 뉴욕 에어베리 피셔 홀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의 협주곡 연주를 감상하려는 팬들로 성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주하던 바이올린 줄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연주는 중단되고 관객들은 그가 바이올린 줄을 새로 갈아 끼우고 연주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자크 펄만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끊어진 바이올린의 남은 세 개의 줄로 연주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즉석에서 조옮김을 하고 조합하여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연주를 해냈습니다. 수많은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에게 큰소리로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바이올린 줄을 새로 갈아 연주를 했더라면 더 쉽게 연주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셨죠?" 펄만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조건은 전부가 아닙니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남은 것으로 연주를 해도 된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펄만은 소아마비 장애로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훌륭한 연주자가 된 것을 아는 관객들은 순식간에 숙연해졌습니다.

 우리 자식들에게도 수능과 대학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한가지의 조건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우리의 아이들에게 행복은 '조건' 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 로 결정하는 것"임을 알려 주십시오.
 생각만으로 '헬렌 켈러'나 '테레사 수녀'가 그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아이디어만으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최고의 CEO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남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실천력 때문임을 당신의 경험을 빌어 말해 주십시오. 99%의 평범한 사람들 역시 수천 가지의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실천하지 않습니다. 반면 1%의 특별한 사람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생각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라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새겨 주십시오. 혹시라도 수능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여 또 다른 기회를 꿈꾸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때 늦음이란 없다. 라는 진리를 알게 해주십시오.

 12년 간 고3 수험생들을 교육시켜 온 아버지로서 전하고자 합니다. 수능은 우리 인생의 한 과정입니다.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십시오. 최선을 다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목표를 새워 더 큰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인생애서 실패와 성공은 파도처럼 한 없이 왔다가 또 지나갑니다. 성공과 실패라는 두 골을 지나면서 젊음은 영결어 가는 것입니다. 내일 수능을 마친 친구들에게 정(情)이 덤 뿍 담긴 와인(wine)으로 그간의 수고에 건배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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