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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목裸木이
 무너지듯 기댄다
 
 옆에 있던 헐벗음이
 그 무게를 온전히 받는다
 
 자신도 고개 떨구고
 못내 같이 기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서로의 상처를 핥고
 
 그렇게 겨우
 새살 돋은 아침
 
 자신의 무게를 빼내어 절룩절룩
 다시 세우는 길
 
 그래그래, 뒤돌아보지 않기
 자꾸 돌아보며 울지 않기

■ 시작노트
현란한 이미지도 없고, 화사한 말의 성찬도 없는 쉰내가 나고 누추하고 음습하고 암울우리의 현재적 삶이 '과거'와 맺고 있는 관계를 심리적 '상처'라는 매개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역'이라는 공간을 죽음의 시간으로부터 잠시 비켜서 있는 삶의 시간으로 인식하며 정박과 떠남, 삶과 죽음, 휴식과 여행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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