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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시험 국사과목에 반구대암각화 관련 문제가 출제되었다. 수십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훼손되고 있던 울산지역의 국보가 처음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셈이다.
 얼마전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하였을 때 수년간 논란이 되어왔던 암각화 보존방안 중 '유로변경안'이 가장 적절하므로 문화재청을 비롯한 해당 부서에 직접 지시하여 곧 추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련부서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지시와 의지표명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수문설치안'에 대한 30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을 결정하여 예산결산위원회에 최종 상정된 상태이다. 대통령의 지시도 통하지 않는 한심한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지금도 '수문설치안'과 '유로변경안'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암각화 훼손이 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 두 안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수문설치안'은 사연댐 여수로 높이를 60m에서 52m로 낮추어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암각화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는 않지만, 사연댐의 물공급 감소량을 운문댐을 비롯한 타지역에서 공급하는 전제하에 수립된 안이므로, 운문댐과 타 지역의 물공급계획이 무산된 상태서는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문설치안을 고집하는 이유는 "암각화를 물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다"라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면 물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암각화도 보존할 수 있고, 유네스코등재도 가능한가?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하였던 바와 같이 물부족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보존과 등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첫째, 암각화가 EL. 52.5~56.5m에 위치해 있는데 사연댐 여수로를 60m에서 52m로 낮추게 되면, 댐 운영상 물이 52m부근에 위치하게 되므로 암각화 부근은 항상 젖어있게 되고 모세관현상 등으로 물도 침투하게 되어 물 속에 잠겨있는 것과 비슷하게 된다.
 둘째, 댐의 배수효과 때문에 비가 내릴 때는 암각화가 항상 물에 잠길 수 있고,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암각화 부근에 빠른 유속이 형성되어 세굴에 의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유네스코 등재조건으로 주변 지형이나 환경변경이 되지 않아야 하므로 유로변경안을 무조건 거부하는데, 암각화 턱밑에 항상 물이 차 있는 것 또한 주변 지형과 환경의 변경에 해당되므로 이 또한 유네스코 등재조건에 맞지 않는다.

 이처럼 이 안은 암각화 보존도 못하면서 심각한 물부족 문제를 야기한다.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추게 되면, 댐의 저수량이 1/3이하로 줄어들어 물공급량이 최소 하루 5만 5,000톤 부족할 뿐 아니라, 수질을 고려하면 댐 전체의 기능은 거의 상실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 언급된 바 없으나 52m로 낮추는 경우 홍수발생 시 댐 저수량에 의한 홍수조절 능력이 없어져, 울산시에 홍수피해를 가중케 할 수 있다.
 반면에 유로변경안은 암각화 상·하류에 제방을 쌓아 암각화 주변에 물길이 닿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고, 물길은 앞 산에 터널을 뚫어 소통시키는 방안이다. 가장 큰 장점은 상·하류에 건설되는 제방에 의해 암각화 주변 약 500m구간은 사연댐 건설 전 자연상태로 유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연댐 물도 그대로 확보할 수 있고 홍수 경감효과도 유지된다. 주 문제점은 문화재 관련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유네스코 등재 조건인 주변 지형이나 환경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암각화 상류에 위치한 지천인 반곡천을 포함한 수리적인 문제도 있으나, 사연댐 여수로의 부분적인 조정과 수리모형실험을 통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수문설치안'이 대안으로 현재까지도 주장되고 있는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연댐을 낮추게 되면 물공급량 감소, 배수효과 문제, 유속문제, 수질문제, 하류 울산시의 홍수문제 및 제반 수리·수문학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단순하게 물공급량 감소만 평가한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더구나, 하루 13만톤 공급할 수 있는 사연댐의 저수량이 1/3이하로 줄어드는데도 하루 3만톤 감소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다. 수문설치안을 고집한 데는 잘못 산정된 자료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토해양부, 총리실, 문화체육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에게 제공한 것에 있으므로 이것부터 시정해야 한다.
 따라서, 암각화 보존도 어렵고 유네스코등재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소중한 물을 버리게 되는 수문설치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로변경안은 비록 주변 환경을 일부 변형하기는 하나 암각화 보존도 가능하고 울산시의 물문제와 홍수재해도 방지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이 안이 반드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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