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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익 미끼 회원 모집 후 물건 강매

【속보】=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거마 대학생 다단계 판매'와 유사한 형태의 판매 행위를 한 업체 대표 등 최고직급 판매원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16일 대학생을 상대로 저가의 물품을 10배 비싼 값에 파는 등 1,400억원의 부당매출을 올린 혐의(방문판매법 위반 등)로 업체 대표 김모(54)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고직급 판매원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500만~600만원 상당의 건강식품 등을 구매하게 한 뒤 다단계 판매원이 되면 3~6개월 안에 간부직급이 되고 월 500만~8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과장, 대학생 등 2만7,000여명에게 판매해 모두 1,4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울산 남구 삼산동에 센터를 두는 등 전국에 14개 지점 및 센터 형태의 사무실을 두고 회원 모집을 했다. 2일간 각 센터에서 교육을 시켜 판매원으로 가입하는데, 회원 중 53%가 대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4세의 청년층은 전체 회원의 71%다. 울산에는 400여명의 회원 중 50명이 대학생이었다. 이 업체는 교육을 할 때 서울의 '거마 대학생 다단계 판매'처럼 합숙을 권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납품단가보다 10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없는데도 2만7,500원짜리 건강식품을 29만7,000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생들에게 저축은행에서 학자금으로 800만원을 대출받게 해 물품을 구입토록 했다. 이 때문에 대학생 박모(25)군은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청년층의 피해가 막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조사를 해보니 전체 회원 중 0.6%만 중간 직급이 됐고, 이들도 한 달 평균 180만원을 버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돈버리고 친구잃고…지금은 후회만 남아요"

"그때 이런데 안 빠지고 다른 일에 시간을 썼더라면 하는 후회만 남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A(24)씨는 1년간 다단계 업체에서 일을 하다 그만뒀다. A씨에게 남은 것은 제2금융권에서 연 이율 38%에 빌린 빚 800만원과 이제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친구들과의 관계 뿐이다.
 A씨가 지인의 권유로 다단계 업체 사무실에서 세뇌교육을 받은 것은 3일. 처음엔 600만원, 이후에 200만원을 더 대출 받았다.

 "교육 받은 애들은 거의 다 대출을 받아요. 업체에서 생각할 시간을 안 주거든요.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하게 하고…"
 A씨는 다단계 일에 빠지면서 끌여들인 친구들과의 끊어져버린 관계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시간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친구도 잃고. 잃은 것이 너무 많아 후회만 남아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들죠"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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