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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폭침되고, 연평도가 공격당해 대한민국 전 국민이 두려움 속에 살아야만 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부터 대북문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더욱이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WHO를 통한 지원금 694만달러를 승인하는 등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재개하면서부터 대북 지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6월 말 북한 내 수십 개 군(郡)을 돌아보고 나온 세계식량기구(WFP) 관계자들로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시인과 사과로 엉킨 실타래를 풀지도 못한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겨 주었다.

 북한식량지원을 보며 동물원의 조련사와 동물의 관계를 떠올리곤 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조련사가 어린 동물들을 혹독하게 길들이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불쌍함, 걱정, 측은함을 느낀다. 낭떠러지 끝에 있는 듯 힘든 상황을 버텨야하는 처지를 보면서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련사들은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항상 부드러운 태도로 투정을 받아주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다. 현재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보며 우리는 측은지심의 마음을 가질 수는 있어도 과거의 '묻지마' 식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처럼 무조건적으로 식량을 퍼주면 안 되는 것은, 일단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분배에 있어 투명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입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있는데, 탈북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그들 중 78%는 국제 지원식량을 본 적도 없으며, 받아 봤다고 해도 다시 반납하는 형태였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햇볕정책으로 북한에게 들인 돈이 7억 달러였다. 더욱이 내년은 북한의 정권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강성대국의 해'이기 때문에, 현재 시기의 지원들은 그들이 민심안정정책에 소모될 뿐이다.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앞서 정치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3대 세습 독재 공고화에 악용하려는 얕은 속셈인 것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미온한 태도와 무조건적인 지원에 '길들여져'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북한 정부에 대한 반발과 아우성이 서서히 거세지고 있는 이 시점이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상황을 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식량지원에 있어 투명성을 보장하는 항구적인 식량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여, 지원한 식량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분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어떤 종류의 식량이 얼마만큼 부족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분배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기준을 분명히 한 후에야 비로소 국민들이 자선냄비에 모은 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는다.

 어린 왕자에서는 '길들임(tame)'을 통해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어찌 보면 '길들임'은 너무나도 선명한 이중성을 띄고 있다. 북한 식량 지원을 포함하여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을 좋은 쪽으로 길들일 수도 있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으로 길들일 수도 있다. 조련사가 아기 동물에게 채찍으로 길들일 때는 힘들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오히려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분명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라 명확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이다. ※청운고 시사칼럼동아리 '필담' 투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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