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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다섯 번째 서덕출 선생의 뜻을 기리는 문학상의 수상자가 결정됐다. 한국 근대문학의 공백기라 할 수 있는 서덕출 선생의 동요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송이송이 눈꽃송이'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동요 '눈꽃송이'(작곡 박재훈)는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는 동요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랫말을 지은 동요작가 서덕출 선생은 잘 모른다. 어린 시절 마루에서 떨어진 이후 척추에까지 병이 번져 등이 굽은 채 평생 불구의 몸으로 산 선생은 34년의 짧은 생을 살다 갔다.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선생은 어머니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독서와 수예 등에 몰입하며 틈틈이 습작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서덕출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바로 울산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서덕출 선생의 동시는 70여 편으로 데뷔작이자 대표작인'봄편지'를 비롯해 '봉선화''눈꽃송이''산 넘어 저쪽' 등 시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동시 '봄편지'는 196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고향인 울산에서보다 한국문학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먼저 평가를 받았던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신체장애라는 시대적·육체적 아픔을 아동문학의 성취로 이겨내며 윤석중 등 당대 아동문학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로 그의 문학과 생애를 조명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서덕출문학상이 울산에서 벌써 다섯 번째 수상자를 냈다. 울산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언제나 불모지 소리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을 제대로 살펴보면 울산 출신 문화예술인이나 울산을 거쳐 간 많은 인문학자들의 족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동요작가 서덕출도 그 중 한명이다. 문제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산재해 있는 울산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자나 계승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출향인 중심 행사가 다양한 콘텐츠 개발보다는 전시성 행사에 그쳐 시민들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서덕출 선생만 해도 최근에 국악 뮤지컬로 되살리는 작업 정도가 눈에 띠는 작업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점에서 지난 여름 중구문화원이 '서덕출 선생 봄편지, 국악뮤지컬의 날개를 달다'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서덕출 선생 봄편지, 국악뮤지컬의 날개를 달다'는 서덕출 선생의 업적을 알아보고 그가 남긴 유작을 통해 아동들이 직접 국악뮤지컬을 만들어 지역민들을 위한 공연봉사 활동을 하며 지역사랑 문화 활동을 전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덕출과 관련한 행사는 서덕출 동요제가 있고 아동문학회의 행사가 있다. 보다 학술적이고 문학적 검증에 바탕을 둔 행사로는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울산신문사 주최의 서덕출 문학상이 있다. 물론 또 다른 움직임도 있다. 울산시의회에서 중구 복산공원을 서덕출공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 그것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출신인사들의 이름을 딴 거리나 공원, 기념관을 갖고 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지역민의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 창구로서의 기능까지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부 도시들이 자신들의 출향인사를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울산시의회의 이 같은 제안은 의미 있는 일이다.
 복산공원은 서덕출 선생이 어린시절부터 동심을 키워온 곳이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상황과 불편한 몸을 가진 환경 속에서 순수하고 밝은 동심의 세계를 펼친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이를 기리는 상징적 장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것은 울산의 정신을 찾는 소중한 작업이자 침체된 우리 아동문학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울산에 서덕출 공원을 만들고 서덕출이라는 브랜드를 문화콘텐츠화 하고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어린시절 척추 장애를 앓고 동심의 세계 속에서 한 생을 살다간 서덕출 선생의 경우 스토리텔링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의 접목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서덕출의 이야기화는 지역의 어린이는 물론 전국의 어린이들이 서덕출 동요와 함께 인간 서덕출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고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동요가 가진 힘을 깨우쳐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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