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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하이드파크 대공원에 가면 이맘때 쯤이면 단풍이 절정이다.
 잎넓은 마로니에를 비롯한 잎갈나무들과 단풍나무들은 형형색색 절경을 이룬다.
 어디 영국에만 그리하던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광장을 가로 지르는 대로변의 하늘 높이 줄지어선 플라타너스가 그렇고,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도심 공원 단풍도 아릅답다. 가까운 일본 동경 긴자거리 한편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아카시아를 심어 흰 꽃의 독특한 향기를 즐기고 가을 단풍을 완상한다.
 이렇듯 세계 어느 나라를 돌아 보아도 나무가 울창한 도심의 가을은 단풍잔치로 일본인들의 봄 벚꽃제 보다 더욱 성황을 이룬다.
 대체로 도심에 나무를 가꾸고, 가로변의 수종으로 활엽수를 많이 심는 것은 세가지 이유가 있어서 이다. 그 첫째는 대기를 정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뜨거운 여름 햇살을 가리는 수음조성(樹陰造成)이고, 셋째는 도심의 미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상록의 뻣뻣한 침엽수보다 미풍에도 하늘거리는 활엽수의 율동미가 한결 부드러운 시각적 효과와 공해, 먼지를 걸러내는 특수작용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즈음 번영로의 문예회관 주변과 문수로의 울주군청 주변을 가보라.
 도심의 가을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번영로 교통섬의 줄지어 선 느티나무와 주변에 심어진 후박나무, 벚나무, 목백일홍, 마로니에 등의 독특한 단풍색이 황홀감을 연출한다.
 또한 문수로 좌우에 늘어선 귀목나무(느티) 가로수는 제각기 단풍색이 달라서 환상적인 색채감을 연출한다. 연분홍색, 다갈색, 연노랑색, 주황색 등은 나무마다의 특성과 산지마다 종이 다른 수종을 심었기 때문이다.
 잎이 넓은 낙엽수는 삽상(颯爽)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지면 광합성작용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되면 가지와 잎 사이에 '떨겨'란 것이 생겨나서 잎을 떨어지게 한다. 영양분과 생육촉진을 돕는 탄소통화작용을 못하게 되는 잎은 자연스럽게 도태하는 것이다. 그래서 햇살이 비치는 양지쪽 나무들은 가지의 안쪽부터 낙엽지게 한다. 가지끝의 잎새보다 햇볕을 받지못해 엽록의 동화작용, 즉 광합성작용을 못해서 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 수 있음은 도심의 공기와 직결된다. 대기가 맑고 볕살이 좋을수록 단풍색이 아름답게 물든다. 엽록소와 수분이 빠져나가고 깨끗하게 얇아진 잎은 볕을 밝게 투과시킴으로써 단풍색은 더욱 곱게 비친다.
 지난 90년대 중반이던가? 스위스의 인트라겐에서 있었던 심포지엄을 마치고 융프라우 산자락을 오르는데 가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도록 기억속에 남아 있다. 칠보 빛이 그토록 아름다울까? 환상적인 단풍은 저마다의 유별스러운 자태로 색채의 축제를 벌리는 듯 황홀스러웠다.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만 늘어놓은게 아닌, 울산의 가을 도심의 단풍구경을 해보라.
 환상적인 단풍빛이 설악산 바위계곡과 지리산 골짜기에만 만추를 연출하는 것은 아닐테니.
 곱게 물든 추색(秋色)은 어느 미술 전시회 못잖게 아름다운 색채감을 선보이며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앞으로 푸른 울산 가꾸기 100만그루 넝쿨식물 식수운동은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도시의 미감을 더해 주는 잎갈나무, 은행나무, 귀목, 마로니에, 후박, 벚나무, 참나무 등 낙엽수를 심어 더욱 풍요롭고, 낭만이 있는 울산을 만들어서 단풍구경을 도심에서 완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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