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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불이 났다며 보험회사에 3억원을 청구했다. 화재사건을 조사하던 보험회사는 A씨가 5개 보험사에 무려 47건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저런 사고로 A씨가 지난 4년간 수령한 보험금만 6,200만원이나 된다. 보험범죄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보험범죄를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4일 손해보험협회 영남지역본부에 따르면 보험범죄 100건을 조사해 경찰에 넘기면 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보니 보험범죄 근절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종유죄판결 받을 확률 10% 안팎 불구

 최근 5년간 보험범죄 관련 형사 판례 494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46.9%로 가장 높았고 벌금형과 징역형 순이었다. 여기에는 최근 혐의 입증이 어려운 해외에서 고의 보험사고를 일으키거나 사망을 위장하고 허위 정신장애를 통한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등 갈수록 지능화 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보험범죄 혹은 보험사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보험범죄는 현재 형법상의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사기는 살인 등 강력범죄와 병합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등 죄질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효과적인 위험 회피 수단인 보험 산업이 발전하는데 보험사기가 만연한 현상은 경제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종사자 연루 더욱 전문화·지능화
 김 교수는 "너도나도 병원에 입원하면 최소 30만원은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보험사기를 큰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큰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보험사들은 시스템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함께 뒤따라야 할 필수과제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과 보험사들의 노력에도 적극 호응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보험산업이 신뢰를 잃은 게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지금보다 더 소비자 보호에 힘쓰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보험범죄가 지능화되고 집단화되면서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개입된 경우도 빈발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 실정이다. 지난 11월 태백 지역 보험사기 사건은 전현직 보험설계사 70명, 병원장과 사무장 7명 등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부 대책 마련·보험사 적극 대응 필요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손해사정사 등은 모두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고 보험모집이나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업무를 한다. 그만큼 보험에 관한 전문성이 있는 집단이다.


 이들이 보험사기를 주도하거나 도움을 주면, 보험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업계 종사자를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 달리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 법률상으로는 설계사가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보험모집업을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보험금 누수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보험업계 종사자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뒤늦게나마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을 개정해 보험업계 종사자가 보험사기를 주도하거나 도움을 준 사실이 확인되면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2년 이상 등록을 취소해 보험업계에서 추방하고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업계 종사자에 대해서는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산업 신뢰도 높이는 노력 뒤따라야
 손해보험협회 영남지역본부는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보험사기 예방과 조사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정부의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입법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반드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사의 보험사기 조사원에 대해 자격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본보협 영남지역본부 김동현 본부장은 "민간 보험사에서 보험사기를 조사하는데 실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험사기 조사 자격제도가 신설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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