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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우리는 다시 대한의 사내 한 명을 바다에 묻었다. 옅은 해무에 감싸인 인천 연안부두엔 고(故) 이청호 경사의 유가족들이 남긴 통곡이 뱃고동 소리처럼 울렸다. 불법을 넘어 해적 수준인 중국 어민들의 칼날에 사라진 대한남아의 기개는 그렇게 바다에 묻혔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두고 칼을 휘두른 쪽은 여전히 오리발이다. 강자 앞에 한없이 약하고 약자 앞엔 눈을 부라리는 중국인의 근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인의 오만은 그 뿌리가 '중화(中華)'에 있다. 세상, 아니 우주의 중심이 자신들인냥 어깨를 곧추세우는 허풍이 풍선처럼 오장과 육부를 부풀려 금방이라도 공중부양을 할 태세다.
 증좌도 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잡아놓으면 선주가 돈을 내고 풀려나기를 밥먹듯한다. 이젠 아예 죽창과 도끼로 무장하고 철망까지 친 채 우리 해경과 대치한다. 해경이 죽자 베이징에서는 공기총도 날아들었다. 피살사건 하루 만인 지난 13일,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공기총 한발이 날아들어 대형 강화 유리창을 부쉈다. 인터넷은 어떤가. 중국 포털에서는 이번 사건 직후 자국 네티즌을 상대로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며 "이번 폭력사태는 한국 경찰의 과도한 폭력 때문"이라며 중국어민들을 옹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 네티즌은 자신의 집에서 태극기에다 소변을 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렸고 이를 지지하는 댓글이 잇달아 달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가소로운 대목이지만 이 같은 반응이 '중화'를 꿈꾸는 중국놈들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한국관이다.

 점잖은 중국분도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그렇다. 맹렬한 중국공산당 기관지이자 나팔수인 환구시보가 돌변했다. 지난 14일자 사설을 통해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을 인정하며 한국인들에게 자국 어민들의 불법적인 태도를 온정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사설의 내용은 담담하다. 중국은 비록 한국에 비해 강대한 나라이고, 경제 총량면에서 한국의 몇 배나 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전제한 채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설은 "보편적으로 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가난하고, 교육 수준도 한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중국 어민에게 해경과 충돌했을 때 외교관처럼 점잖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축구에서 예술에 이르기까지 중국사회는 한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환구시보의 사설을 적은 이가 보편적 중국인의 사고를 전한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이 같은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뜻 점잖아 보이지만 사설처럼 역사적 인식을 기반에 둔 중국인이나 중국분은 결국 중국놈과 통한다. 지금의 중국은 한족 중심의 사회다. 중국 정부도 자국내 민족 구성비에 대해 97%가 한족이라고 공식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중국의 인적 구성은 그 출발이 요하 남쪽의 한족과 북방의 다민족이 뒤엉킨 집단이었다. 중국은 통일 국가 체제를 갖춘 진한시대를 거치면서 한족 중심의 문화권이 형성됐다. 그 이전의 시대는 대륙을 둘러싸고 북방의 패자인 동이족과 남방의 한족이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였다. 지금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한족이라 칭하는 것도 그 시절 대륙의 패권을 차지했던 한나라의 영광을 후광처럼 받들고 싶어 하기에 그렇다. 그 속내에 깔린 것이 다름 아닌 동이족에 대한 콤플렉스였다. 자신들끼리 '동쪽의 오랑캐'라며 동이라 불렀던 민족이 거슬러 올라 대륙의 패자였고 대륙 문화의 창조자이자 전달자였기에, 가능한 한족의 이름 아래 뭉치고 단결해 오랑캐를 짓밟아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

 그 첫째 사업이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만리장성이다. 대부분 만리장성의 기원을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 때로 잡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전인 춘추시대부터 북쪽 변방에 부분적으로 성벽이 건축되었다. 이 성벽을 만든 첫째 이유가 북방민족에 대한 스스로의 콤플렉스 때문이다. 태양의 나라, 천자의 후손인 동이족이 중국의 고대국가를 지배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수치였다. 그 수치를 덮기 위해 2000년 전에는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그 장성 너머의 역사가 지금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중화를 분칠하기 위해 필요한 북방문화가 장성 건너편에 있기에 그들은 장성을 허물지 못하고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왜곡에 혈안이다.
 문제는 '보편적으로 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가난하고, 교육 수준도 한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사설에 답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낮추면서 '중국 어민에게 해경과 충돌했을 때 외교관처럼 점잖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주장했다. 못배우고 가난하니 막나가는 게 옳다는 식이다. 배우고 잘사는 권력은 북한을 담보로 우리를 갖고 놀고, 못배우고 못사는 어민은 죽창과 도끼로 우리를 멸시하는 것이 중화의 한국에 대한 태도라는 이야기다. 결론은 잘사는 중국분이나 못배운 중국놈 모두가 한국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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